충북의 노동·시민사회단체와 정당들이 노동자들에게 손해배상 가압류를 자행한 일진다이아몬드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충북 34개 단체와 정당은 1월 22일 오전 충북도청 기자회견장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일진 사측에 손해배상 철회와 성실한 교섭을 촉구했다.

일진다이아몬드 사측은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세 명과 일진다이아몬드지회 조합원 여덟 명을 상대로 8억 2천 386만 1천311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근속 10년 차 일진다이아몬드 노동자가 최저시급을 받으며 일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8억 2천만 원이라는 금액은 손에 쥘 수도 없는 엄청난 금액이다.

사측이 손해배상을 청구한 이유는 딱 하나다. 돈으로 압박해 금속노조 지회를 와해시키겠다는 것이다. 사측이 제기한 손해배상 내용을 보면 의도가 명확하다.

사측은 조합원들이 서울 본사에서 진행한 항의 방문과 농성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농성 때문에 경비인력을 늘리고, 보안시설물을 추가 설치했으니 비용을 배상하라고 한다. 본사 로비를 사용해서 농성했으니 임대료와 관리비를 내놓으라고 한다.

본사에 입주한 다른 직원들이 공포감, 혐오감, 성적수치심을 느꼈으니 손해배상하라고 한다. 본사 건물 미관이 훼손됐고, 예술작품의 효용이 떨어졌으니 배상하라는 것이다.

▲ 충북의 34개 노동·시민사회단체와 정당들이 1월 22일 오전 충북도청 기자회견장에서 ‘일진다이아몬드 자본 규탄 충북 노동시민사회단체 정당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일진 사측에 손해배상 철회와 성실한 교섭을 촉구하고 있다. 임성우 대전충북지부

지회가 농성하는 동안 본사 건물에 입주한 업체, 직원들은 정상 업무를 했다. 본사 건물에 찾아온 손님들 도 통행을 전혀 방해받지 않았다. 일진 사측만 호들갑 떨면서 조합원을 범죄자 취급하고, 경비인력을 늘리고 보안 시설을 설치했다.

일진 자본은 억지로 짜 맞추듯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심지어 본사 건물에 입주한 중국음식점, 커피숍 직원들까지 동원해 직원들 개인 명의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다.

“건물 앞 예술작품 효용 떨어졌으니 배상하라”

김태윤 충북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집행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일진다이아몬드는 노조탄압을 1년이 넘도록 지속하고 있고, 파업은 장기화하고 있다. 직장폐쇄, 손해배상 청구로 일관하면서 대화할 의지가 전혀 없는 회사의 태도 때문이다”라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홍재준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일진다이아몬드지회장은 “현재 교섭은 사측의 시간 끌기 수단일 뿐이다. 교섭으로 갈등을 해결할 생각 없이 손해배상으로 노조를 위축시키고, 와해할 생각뿐이다”라고 지적하며,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사측에 대한 분노를 표현했다.

조종현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장은 규탄사를 통해 “설 명절을 앞두고 일진 자본은 200일 넘게 임금 한 푼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자본이 금력, 권력으로 가족의 생계까지 걸고 싸우는 노동자를 주저앉히겠다며 사실상 살인행위를 하고 있다”라고 야단쳤다.

박윤준 음성민중연대 집행위원은 “손배 가압류는 많은 노동자의 목숨을 앗아간 반인륜 행태였다. 지금 일진 자본은 구시대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미련하고 나쁜 짓이다. 음성의 시민사회는 일진다이아몬드지회와 함께하겠다”라고 의지를 밝혔다.

기자회견을 공동 주최한 34개 충북 노동·시민사회단체와 정당은 일진 사측이 계속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손배 가압류를 이용해 노동자를 사지로 내몰면 일진다이아몬드에 대한 사회 감시를 강화하고, 모든 불법 행위에 엄중하게 대처한다고 경고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자들은 지난주 일진다이아몬드 음성공장에서 벌어진 황산, 질산, 염산 등 유독물질 배출 사건에 관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음성군청은 1월 15일 일진다이아몬드가 유독물질을 중화조 작동 없이 그대로 대기와 하천으로 배출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군청은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과태료 200만 원 처분으로 졸속 마무리했다. 일진다이아몬드가 노동, 환경 등 각종 영역에서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지역사회의 여론과 언론이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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