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아무개 씨는 상시근로자 30명 규모의 삼부금속에서 15년 동안 주조 작업을 했다. 납과 동, 아연을 1,350℃로 녹여 합금한 후 틀에 붓는 일이다. 안타깝게도 몇 해 전부터 그의 건강에 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손톱에서 피가 나고 발톱에서 진물이 났다. 어지러움과 구토가 발생하기 시작하자 식사를 제대로 하기 힘들었고, 통증이 심해 밤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몸 상태가 심상치 않자 특수검진을 받았고, 납중독 수치가 기준치를 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상태는 계속 나빠져 납 수치가 60까지 오르고 급기야 인지능력이 떨어졌다.

삼부금속은 작업환경측정 일정이 잡히면 직원들에게 미리 작업장 청소를 시켰다. 해당 작업을 중지하거나, 작업자를 다른 곳으로 보냈다. 사업주가 이런 행위를 한 이유는 평소 작업환경 그대로 측정하면 법이 정한 기준치를 넘어 설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노동부로부터 개선 명령과 집중감독을 받아야 하니 회사는 편법을 쓴 것이다.

 

작업환경 측정, 평소 정상작업 시 진행해야

작업환경에 문제가 있으면 작업장을 근본부터 개선해 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 이것이 사업주의 의무이지만 A 아무개 씨의 회사 삼부금속은 위법을 피하고자 작업환경을 허위로 꾸몄다. 명백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정상 작업을 하는 동안 작업환경측정을 하도록 정하고 있다. 삼부금속의 경우 사업주와 작업환경측정을 담당했던 기관이 법률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기관이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양심을 걸고 작업환경을 측정하지 않고 형식적으로 측정했다면 기관 역시 책임을 져야 한다.

A 아무개 씨가 일한 삼부금속은 녹산공단에서 밀양으로 이전했다. 현재 작업장 현재 상태를 확인하기 어렵지만, 회사 태도가 전혀 달라지지 않은 사실을 볼 때 삼부금속 노동자들은 여전히 위험한 환경에서 일할 것이다. 최근 A 아무개 씨와 비슷한 증상을 호소한 뒤 회사를 그만둔 동료 노동자가 있다.

‘주조’ 작업 노동자는 중금속과 분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으며, 작업 중 다루는 물질들은 다양한 직업병을 유발한다. 그런데 A 아무개 씨가 일한 삼부금속은 산업안전에 관한 필수 조치를 하지 않았다. 결국 A 아무개 씨는 독성 높은 중금속, 화학물질을 다루면서 삼부금속으로부터 기본 보호 조치를 받지 못해 건강을 잃었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93조의3 (작업환경측정방법)

① 사업주는 법 42조 1항에 따른 작업환경측정을 할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지켜야 한다.

1. 작업환경측정을 하기 전에 예비조사를 할 것

2. 작업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져 작업시간과 유해인자에 대한 근로자의 노출 정도를 정확히 평가할 수 있을 때 실시할 것

……

사업주는 납 등을 취급하는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중금속과 화학물질의 위험성과 응급조치에 관한 교육을 해야 한다. ‘물질안전보건자료’를 반드시 갖추고 게시해야 한다. 사업주는 유해물질이 발산하는 곳에 국소배기장치를 설치, 가동해야 한다. 특히 정기 작업환경측정과 특수건강검진을 시행해 작업환경과 노동자 건강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물론 해당 작업에 적합한 보호구를 지급해야 한다. 이러한 내용을 사업주들은 당연히 알고 있다.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산업안전관련법을 지키지 않고 기본의무를 하지 않는 기업주들이 너무 많다.

정부가 나서서 유해물질 취급 사업 노동현장을 주기로 관리 감독하는 수밖에 없다. 고용노동부는 당장 삼부금속 역학조사를 벌여야 한다. 삼부금속 노동자들의 건강상태를 조사하고 치료와 관리를 해야 한다.

중금속 등 중독은 삼부금속 한 사업장에 국한한 문제가 아니다. 공단지역 중소영세 사업장에서 유해물질을 다루는 대다수 노동자가 A 아무개 씨와 마찬가지로 작업환경측정이나 특수검진을 받지 못하고 있다. 노동부는 모든 주물 작업장에 관한 실태조사와 감독을 즉각 시행하길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A 아무개 씨와 같은 치명상을 입은 노동자가 계속 생길 수밖에 없다. A 아무개 씨는 최근 직업병 유소견자(D1) 진단을 받았고,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을 신청한 상태다. A 아무개 씨를 비롯해 일하다 다친 많은 노동자의 쾌유를 빈다.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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