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말 현재 금속노조 내 복수노조 사업장은 모두 62곳이다(단위지회․분회․지부 기준, 단위기업 기준으로 58개). 현대․기아․GM 완성차3사를 제외한 금속노조 사업장이 모두 270여개에 이르고 있으니, 대략 금속노조 사업장 다섯 개 중 하나 꼴로 복수노조 사업장이라고 볼 수 있겠다.

특징적인 점은 현재 금속노조 내 복수노조 사업장 대부분이 2011년 7월 복수노조 및 교섭창구단일화제도 시행 이후에 복수노조가 됐다는 점이다. 전체 62개 복수노조 사업장 가운데 51개(금속노조가 복수노조를 만든 사례 포함)가 2011년 7월 이후에 복수노조 국면에 들어섰으며, 그 중 35개 사업장은 금속노조가 소수노조로 위치해있는 상황이다. 62개 복수노조 사업장 전체로 보면, 19개 지회․분회가 다수노조지위를 갖거나 개별교섭을 실시하고 있으며, 43개 사업장은 소수노조로서 일체의 교섭권을 갖지 못한 채 힘겹게 노조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복수노조제도는 신규조직화에도 커다란 악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작업장 내에 금속노조가 새로 설립되면 이를 무력화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회사측 입장을 따르는 기업노조가 설립되는 사례들이 매우 빈번해졌기 때문이다. 예컨대, 2011년 7월 이후 금속노조에 새로 설립된 신생지회․분회 가운데 현재까지 63곳이 생존해있다. 그런데 이 가운데 3분의1인 21개 사업장이 복수노조 상태에 놓여있으며, 이들 중 절반 이상이 소수노조다. 이상의 사실들은 현행 복수노조제도가 기존 금속노조의 조직규모 감소 및 조직력 약화에 깊이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새로운 노조설립 및 조직확대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이슈페이퍼에서는 복수노조 설립 이후 작업장에서 어떤 변화가 나타났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복수노조 국면이 작업장 노사관계(회사와 금속노조의 관계) 및 고용관계(노동조건 및 작업장 통제) 측면에서, 그리고 노노관계(기업노조와 금속노조의 관계) 측면에서 어떤 변화를 야기했는지 짚어보고자 하며, 나아가 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나 근기법상 부당징계 등 제도적 그물망으로는 포착되지 않는 일터 괴롭힘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이 가운데서도 가장 주안점을 두고자 하는 부분은 일터 괴롭힘이다. 아래에서 상세히 살펴보겠지만, 일터 괴롭힘은 명백히 노조탄압, 노조파괴를 목적으로 하는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그 실상이 겉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괴롭힘 행위가 사용자의 인사권 또는 작업장 내에서의 공식적인 위계와 권한에 기초해서 이뤄지는 경우(업무관련 괴롭힘, 정당한 권리행사 저지 및 불이익 등)에는 겉으로 보기에 사용자 또는 상급자의 정당한 명령, 업무지시로 읽히게 될 여지가 크고, 반대로 일상적이고 미시적이며 비공식적이고 은밀한 방식으로 이뤄지는 경우(무시, 비난, 모욕 등과 같은 비인격적 대우)에는 괴롭힘 행위가 회사와는 무관한, 즉 동료들 간의 사사로운 인간관계 문제로 해석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로 인해 일터 괴롭힘은 외관상 단순히 노조탄압으로 정의내리기 어려운 속성을 띠게 되며, 그로 인해 현행 법규범 내에서 쉽게 포착되지 않는 결과를 야기하게 된다. 그러나 바로 이 점 때문에 일터 괴롭힘은 자본이 가장 빈번하게 활용하는 노조탄압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 글에서는 지금껏 복수노조 사업장 노사관계 및 투쟁국면에 관한 논의들에서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던 일터 괴롭힘 문제에 천착함으로써 복수노조 사업장 조합원들이 겪고 있는 투쟁의 현실을 보다 폭넓게 보여주고자 한다.

*원문링크 : http://www.metalunion.re.kr/bbs/board.php?bo_table=B04&wr_id=119

홍석범 /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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