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울산은 노동자대투쟁의 중심이었다. 현대엔진 노동자들은 7월5일 노조 불모지였던 현대그룹에서 노조를 설립하며 1987년 노동자대투쟁의 서막을 올렸다. 현대엔진에서 시작한 민주노조 건설의 열기는 울산을 넘어 부산, 마산, 창원 등 영남권으로 번졌다.

울산 노동자 4만여 명이 8월18일 벌인 가두시위는 노동자대투쟁의 정점이었다. 현대중공업 정문 앞에 집결한 노동자들은 정주영 회장과 족벌체제 타도 화형식을 거행한 뒤 덤프트럭, 소방차, 지게차 등을 앞세우고 거리를 행진했다. 4km 넘는 행진 대열을 이룬 노동자들은 전경을 뚫고 울산 공설운동장 앞까지 진군했다.

민주노총이 1987년 노동자대투쟁의 발원지 울산에서 노동자대투쟁 30주년을 기념하고 민주노조운동 30년을 준비하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등 노조 조합원들이 7월5일 울산 동천실내체육관에서 연 ‘1987년 노동자대투쟁 30주년 기념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민중의례를 하고 있다. 울산=신동준

민주노총과 1987년 노동자대투쟁 30주년 기념위원회(아래 기념위)는 7월5일 울산 중구 동천실내체육관에서 ‘1987년 노동자대투쟁 30주년 기념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노조 현대중공업지부, 현대자동차지부, 울산지부 조합원 4천여 명을 비롯해 민주노총 조합원 6천여 명이 이날 대회에서 참여했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대회사에서 “오늘 노동자대투쟁 30주년 전국노동자대회를 연 이유는 과거의 영광을 기념하기 위함이 아니라 다시 1987년 정신을 현장과 지역에서 바로 세우기 위함”이라며 “노동자 대투쟁 30주년인 오늘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느냐”고 질문했다.

최종진 직무대행은 “2017년 민주노총 앞에 ‘1천만 비정규직’이 거대한 장벽으로 버티고 있다. 비정규직은 1987년 이전으로 돌아간 노동현실을 대표하는 말”이라며 “비정규직, 무노조라는 반노동 체제를 깨뜨리는 투쟁이 노동자대투쟁 계승의 출발”이라고 강조했다.

최종진 직무대행은 “노동자대투쟁 발원지 울산에서 조선산업 노동자 대량해고가 몰아치고 있다.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동지들이 노동기본권 보장,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다”며 “비정규직 철폐, 노조 할 권리 쟁취를 중심으로 다시 투쟁에 나서자”고 독려했다.

 

“노동자 대투쟁 30주년, 오늘 우리는 어디 서 있나”

권오길 민주노총 울산본부장은 환영사에서 “1987년 7월은 뜨거웠다. 인간답게 살자는 노동자들의 강렬한 심장이 노동자대투쟁을 승리로 이끌었다”며 “군부독재정권과 자본의 무자비한 폭력을 뚫고 진군한 노동자대오가 민주노조운동 역사의 가장 중요한 장면으로 남았다”고 자부했다.

권오길 본부장은 “우리는 선배들이 걸어간 노동자 단결의 길을 따라 민주노총을 건설했고, 노동중심 새 사회로 나아가는 사회 대개혁 투쟁으로 진군하고 있다”며 “선배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오늘부터 민주노조운동의 새로운 30년을 준비하자”고 호소했다.

권오길 본부장·박유기 현대자동차지부장·백형록 현대중공업지부장·노옥희 전 전교조 울산지부장·김종훈 의원·윤종오 의원·임상호 울산진보연대 상임대표·장태원 전 울산환경운동연합 대표 등 기념위 공동상임위원장들은 인사말을 통해 “노동중심 새 사회, 노동해방 참세상을 향해 연대하고 단결하고 투쟁하자”고 한목소리로 외쳤다.

기념위 공동상임위원장들은 “30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빚더미에 허덕이며 대학 졸업 후에도 취업을 못 하는 청년실업 시대, 언제 해고당할지 모르는 비정규직으로 하루하루를 사는 처참한 현실을 맞이했다”며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또 하나의 노동자대투쟁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노동자 문선대 노래패 동지들이 7월5일 울산에서 연 ‘1987년 노동자대투쟁 30주년 기념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대회를 여는 노래 공연을 하고 있다. 울산=신동준

이날 대회 참여 노동자들은 “단결과 연대로 투쟁해 역사의 당당한 주인이 되겠다”며 “80만 민주노총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사회정치 투쟁, 두 번째 노동자대투쟁으로 노동중심 새 사회를 건설하자”고 결의했다.

노조 현대중공업지부, 현대자동차지부, 울산지부는 지역공동사업으로 본 대회에 앞서 사전대회를 열었다. 박유기 현대자동차지부장은 “오늘 자리는 지난 30년을 돌아보고, 투쟁하는 모든 동지들과 함께 마음을 다지는 자리”라며 “오늘 자리가 노동자대투쟁 정신을 기리는 뜻 깊은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인사했다.

이날 확대간부 파업을 벌인 울산지부의 강수열 지부장은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30년이 지났지만 자본은 아직 유성기업, 동진오토텍 등에서 노조파괴를 하고 있다”며 “노조파괴 없는 세상, 노동자가 주인 되는 세상을 위해 투쟁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연극패 ‘물결’, 노조 충남지부 갑을오토텍지회 몸짓패 ‘불패의 전사들’, 1987 노동자합창단 등은 노래, 몸짓, 콩트, 뮤지컬, 카드섹션 등 다채로운 공연으로 이날 전국노동자대회를 빛냈다.

기념위는 8월18일 울산 태화강역 광장에 1987년 노동자대투쟁 30주년을 기리는 노동기념비를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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