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지부(지부장 김성락, 아래 기아차지부)가 사내하청분회 조직분리여부를 묻는 지부 규정 개정 조합원 총회를 소집했다.

금속노조와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까지 나서 총회 중단을 촉구하고 있지만 기아차지부는 총회 강행을 고수해 당분간 심각한 내홍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아차지부는 오는 27일부터 이틀 동안 지부 조합원 구성에 대한 규정을 “기아자동차 내에 근무하는 자로서 조합(본조) 규약에 해당되는 자”에서 “기아자동차(주)에 근무하는 노동자”로 바꾸는 개정안을 놓고 찬반투표를 벌인다.

이는 지부 조합원에 사내하청 노동자까지 모두 포함했던 기존 규정을 바꿔 기아자동차 정규직만을 가입대상으로 삼기 위한 규정 개정 총회다. 지부는 이번 총회 단일 안건으로 ‘사내하청분회 분리(지부 운영규정 개정) 조합원 찬반 투표 건’을 삼아 개정 취지를 분명히 했다.

▲ 김성락 기아차지부장은 4월7일 입장문에서 조직분리 총회 이유를 “매년 임단협 마무리에 혼란이 진행됐고 별도파업을 진행하는 등 몇몇 활동가에 의해 기아차지부 사업이 부정되는 가슴 아픈 현실 때문”이라며 “정규직 전환에 대해 사기극이란 모욕적인 표현까지 들었다”고 밝혔다. <아이레이버> 자료사진

김성락 기아차지부장은 4월7일 입장문에서 조직분리 총회 이유를 “매년 임단협 마무리에 혼란이 진행됐고 별도파업을 진행하는 등 몇몇 활동가에 의해 기아차지부 사업이 부정되는 가슴 아픈 현실 때문”이라며 “정규직 전환에 대해 사기극이란 모욕적인 표현까지 들었다”고 밝혔다.

기아차지부는 소하, 화성, 광주 공장과 판매, 정비 등에 5개 지회를 편제하고 있다. 각 공장 지회는 사내하청분회를 두고 있다. 분회가 노조의 골간 조직은 아니지만 기아차지부 사내하청 분회장은 지부집행에 참여해 사내하청 노동자를 조직하며 교섭과 투쟁을 벌여왔다.

기아차 사내하청 조합원들은 2005년 9월 화성공장에서 처음 사내하청지회를 설립했다. 기아차 원·하청 조합원들은 회사가 투입한 용역깡패를 물리치며 연대투쟁을 벌이기도 했지만 2007년 사내하청지회가 도장공장 점거 파업을 벌일 무렵에는 극심한 내부갈등을 겪기도 했다.

이런 굴곡을 겪으면서도 기아차지부 조합원들은 결국 사내하청지회를 지켰다. 기아차지부는 완성차 지부 가운데 처음으로 금속노조 1사1조직 원칙에 따라 2007년 11월 세 개 공장에 사내하청분회를 설치했고 이듬해 5월에는 사내하청분회 조합원 직선으로 분회장을 선출했다.

기아차 1사1조직 방침 실현에 따른 성과는 컸다. 기존 화성 공장에만 있던 사내하청조직이 광주와 소하리 공장에도 생겼고 사내하청 조합원 수는 단기간에 1천1백여명에서 2천5백여명으로 급증했다. ‘노동자는 하나’라는 방침이 전국 각지로 퍼지면서 기아차 1사1조직 사례는 원·하청 단일조직을 통한 공동투쟁의 모범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완성차 최초의 1사1조직 실현이라는 성과와 전통에도 불구하고 기아차지부는 조직분리 총회를 강경하게 추진하고 있다.

이번 총회의 직접적인 발단은 사내하청 노동자 정규직 전환 과정에 있다. 기아차지부는 회사와 특별교섭을 벌인 끝에 지난해 10월 소송취하를 전제로 직접생산공정에서 근무하는 사내하청 노동자 1천49명에 대한 순차 특별채용에 합의했다.

청소·식당노동자 4백여명을 포함해 조합원수가 1천8백여명으로 가장 많은 화성사내하청분회(분회장 김수억)는 이에 반발해 합의안에 서명하지 않았다. 이들은 특별채용에 따른 전적과 전환배치에 반대하고 4천여 사내하청 노동자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파업에 나서는 등 갈등이 고조됐다.

사태가 악화되자 금속노조는 20일 성명을 내어 “기아차지부 분리 총회는 금속노조 강령과 규약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민주노조 운동에 심각한 해를 끼치고 있다”며 총회 중단을 촉구했다.

금속노조는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 불태우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며 “기아차지부 1사1조직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 첨예한 긴장과 갈등을 없애고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었던 중요한 결정”이라며 조직분리 총회 중단을 호소했다.

민주노총도 24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입장을 모아 분리 총회 중단을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2017년 투쟁전선에 심각한 혼란과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분리총회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단결을 해치는 잘못된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이번 분리 총회를 두고 “민주노조운동의 최선두에 서왔던 기아자동차지부 역사에 큰 오점이고 오명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을 위한 방도를 민주노총,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사내하청분회가 마주앉아 그 방도를 찾는 것부터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언론 역시 우호적이지 않다. 한겨레는 12일 사설에서 “독자 파업 등을 이유로 조직을 분리하겠다는 건 뭐라 해도 ‘정규직 이기주의’라 볼 수밖에 없다”며 “총투표가 이런 노동계 안팎의 기대를 저버리는 행태”라고 경고했다.

한국일보 역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노조라면 처지가 어려운 비정규직과 어떤 상황에서도 함께 한다는 원칙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며 “총투표를 취소하거나 그게 어렵다면 부결시키는 것이 노동계는 물론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는 길”이라고 21일 사설에서 지적했다.

기아차지부는 20일 ‘총회 찬성으로 더 강한 기아차 노조인가, 아니면 일부 사내하청 활동가로 인해 기아차 노조 분열로 자멸할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지부 소식지를 내어 조직분리 총회 가결을 호소했다. 지부는 조직분리 총회 가결 이후 사내하청분회와 지부는 현대차지부와 동일한 조직형태가 된다며 사내하청분회 조직편제는 당사자 결정에 따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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