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이름이 ‘하인스’ 인데 오죽하면 조합원들끼리 하인들이란 뜻으로 ‘하인’스 라고 불러요. ‘하인’스를 ‘주인’스로 바꾸고 인격을 무시당하지 않는 일할 만한 노동환경을 만들 겁니다.”

금속노조에 가입한 계기를 물으니 노조 인천지부 하인스지회 박유길 부지회장의 답은 간단했다. 우문현답이다. ‘하인’스라는 말은 사장이 노동자들을 하인 대하 듯 해서 나온 말이다.

“여기 검단일반산업단지는 30~50명 정도 소규모 사업장이 대부분입니다. 모든 조건이 열악하죠. 불만을 얘기하면 회사는 ‘절이 싫으면 중이 나가라’고 해요. 중이 나가지 말고 절을 바꿔야죠.” 검단일반산업단지는 중소기업 전용공단이다. 그런 만큼 중소영세 사업장들이 밀집해있다. 수도권쓰레기 매립지와 붙어 있어 사람 발길이 잘 닿지 않았던 곳이기도 하다.

하인스지회는 임금과 노동조건이 나쁘지만 경영진의 횡포가 최악이라 참다못해 노조에 가입했다. “일은 하고 있지만 항상 불안하고 피가 마르는 듯해요. 사장에게 언제 어떤 꼬투리가 잡혀 쫓겨날까……. 그러니까 불만이 있어도 말 못하고 사장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어요.” 사장은 1991년 대구에서 한보상사라는 소독기 유통업체로 시작해 2006년 제조업으로 전환하고 지금의 ㈜하인스를 만들었다.

공장 규모가 클수록 현장 노동자들이 사장 얼굴 볼 일은 거의 없다. 공장 전체 인원이 30~40명인 소규모 업체는 사장이 수시로 현장을 드나들고 업무지시를 직접 하는 경우가 예삿일이다. 하인스는 사장까지 포함해 전사원이 서른네 명. 중소영세 사업장의 특색이 그대로 드러나는 업체다. 현장 작업자는 1공장, 2공장 모두 합쳐 열일곱 명이고 이주노동자 세 명, 비정규직 두 명이 같이 일하고 있다.

▲ 회사 이름이 ‘하인스’ 인데 오죽하면 조합원들끼리 하인들이란 뜻으로 ‘하인’스 라고 불러요. ‘하인’스를 ‘주인’스로 바꾸고 인격을 무시당하지 않는 일할 만한 노동환경을 만들 겁니다.” 금속노조에 가입한 계기를 물으니 하인스지회 박유길 부지회장의 답은 간단했다. 인천=신동준

하인스는 사장이 모든 정보를 독점하고 의사 결정을 한다. 사장 말이 곧 법이다. 사장은 남편을 고문으로 두고 부부가 함께 경영한다. 사장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임원도 수시로 자른다.

“어떤 직무를 맡으면 그 직무에 맞게 일을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일을 할 수가 없어요. 영업사원이 외부 영업을 나가겠다고 하면 사장이 나가지 못하게 막아요. 갈 필요 없으니 나가지 말라고 해요. 아무 이유 없이 가지 말래요. 그러다 나중에 실적 없다고 그만 두라고 해요.”

 

사장의 독선과 ‘일터 괴롭힘’

“가다 걸리면 그 사람이 잘못이다”라는 말이 우리 회사에선 현실입니다.” 김병석 교선부장의 말에서 사장의 횡포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사장은 유통으로 시작해 장사를 하던 사람이라 영업부터 자재 구매까지 일거수일투족을 간섭하며 마음대로 한다.

“사장은 절곡기를 맡고 있는 노동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죠. 생산에 차질이 생긴다는 현장 노동자들의 말을 무시하고 절곡기를 팔아버렸어요. 그 사람 자르려고요.” 김병석 교선부장은 당시 노동자들이 절망했다고 말했다. “그분은 회사가 어려울 때 정말 열심히 일해서 공장을 살려놓은 주역이거든요. 회사가 안정화 되자마자 자르려고 한거죠. 사람도 기계나 소모품 취급 하는 거죠.”

박진현 지회장은 하인스 생산현장의 총책임자다. 책임감 때문에 물량이 많으면 단협이 보장한 조합활동 시간을 건너뛰며 생산했다. 지회는 회사 망하게 하려고 만든 게 아니고 노와 사가 함께 잘되려고 만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돌아온 건 상생이 아닌 응징이었다.

“어떤 사람이 사장 눈 밖에 나면 업무를 주지 않고 대기시키거나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을 시켜요. 괴롭혀서 스스로 나가게 만드는 방법이죠. 한 명 한 명 그렇게 자르다 한꺼번에 몇 명을 내몰려고 하는 거예요. 해도 너무 한다고 분노해 노조에 가입하자고 했어요.” 박유길 부지회장이 노조에 가입할 수밖에 없던 상황을 설명했다.

▲ “어떤 사람이 사장 눈 밖에 나면 업무를 주지 않고 대기시키거나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을 시켜요. 괴롭혀서 스스로 나가게 만드는 방법이죠. 한 명 한 명 그렇게 자르다 이번에 한꺼번에 몇 명을 내몰려고 하는 거예요. 해도 너무 한다고 분노해 노조에 가입하자고 했어요.” 박유길 부지회장이 노조에 가입할 수밖에 없던 상황을 설명했다. 지회는 휴게실 구석에 칸막이를 치고 지회사무실로 쓰고 있다. 인천=신동준

“임금은 생산직은 잔업, 특근, 상여, 수당 다 포함해 월 평균 받는 돈은 300에서 350만원 정도고 사무직은 포괄임금제를 적용하는데 3년차가 실 수령액 200만원 정도 입니다.” 얼핏 들으면 생산직은 임금을 어느 정도 받는 것 같지만 잔업과 특근수당, 상여를 빼면 기본급은 최저임금에 가깝다.

 

근로기준법도 단체협약도 ‘엿장수 맘대로’

사무직은 근무시간을 넘겨 일하거나 휴일에 나와 일해도 잔업, 특근수당이 없다. 연봉을 정하면 노동시간이 몇 시간이든 상관없이 딱 그 돈만 준다고 한다. “사장이 왜 야근수당을 줘야하냐고 따져요. 심지어 사무직은 연차수당을 주지 않았어요. 노동부에 신고해서 겨우 받았고 그때부터 연차를 받아요.”

김병석 교선부장은 “사장이 법을 알고 지키지 않는 건지, 정말 모르고 그런 건지 알 수 없어요. 근로기준법은 물론이고 지회와 단체협약을 맺었으면 지켜야 하는데 하나도 지키지 않아요” 라고 증언한다.

노동자들이 법을 잘 모르기도 하고 회사는 교묘하게 포장하고 비켜가는 수법을 쓴다. 노동자가 정작 잘못된 걸 알아도 하인스 사장처럼 독선과 횡포를 저지르는 공장 분위기라면 웬만한 각오 없이 문제제기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문제가 있어도 참다가 버티지 못하고 알아서 나가는 경우가 흔하다. 사업주는 이런 약점을 이용해 법을 어기고 도리어 “절이 싫으면 중이 나가는 거다”라며 큰소리친다.

이런 사업장일수록 노동부의 감시와 관리감독이 중요하지만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임금과 노동 환경은 나아지지 않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지회 설립 전에 사무직 직원들은 하도 이직을 많이 해 근속 1년 넘긴 사람이 없고 현장직은 길어야 3년이 최고 근속이었다고 한다.

 

물러서는 순간 칼 빼들 사장, 끝까지 간다

조합원들은 지금, 여기서 물러서면 ‘하인’이 아니라 ‘노예’로 살든지 잘리든지 둘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안다. 지회는 “네가 죽든 내가 죽든 끝가지 간다”는 각오로 투쟁하고 있다. 하인스지회는 2015년 12월에 설립해 1년이 조금 넘었다. 지회를 설립하고 인천지부가 교섭에 함께 들어가면서 금속노조 기본협약과 금속노조 모범 단협안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하인스는 단체협약을 전혀 지키지 않는다.

“지금껏 노사협의회를 한 번도 해 본적 없어요. 회사에 요구하면 들은 척도 하지 않습니다.” 하인스는 1~2월이 극 성수기인 특성으로 조합에 조기교섭 요청을 하고 2017년 임단협 교섭을 먼저 시작했다. 8차 교섭까지 진행했으나 회사는 아직 버티고 있다.

지회는 전 조합원 집단 연차와 파업을 병행하며 쟁의행위를 벌이고 있다. 하인스 사장은 쟁의기간 중 대체인력을 투입하고 신규채용을 하는 등 단체협약과 법을 어기며 지회 투쟁에 대응하고 있다. 사장은 임원들을 앞세워 조합원과 비조합원들 사이에서 이간질하며 지회를 주저앉히려 하고 있다.

▲ “우리 사업장이 몇 명 안 되지만 금속노조에 가입하고 활동하고 있잖아요. 우리를 보고 기운내서 주변 사업장 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했으면 좋겠어요. 사장과 관리자들이 함부로 대하지 못하고 당당하게 생활하고 있잖아요.” 김병석 교선부장의 바람이다. 인천=신동준

“지회는 제대로 된 회사를 만들자고 하는데 사장은 노조를 무조건 적대시 합니다. 사장이 임금을 ‘ㄱ 씨는 얼마, ㄴ 씨는 얼마’ 이런 식으로 주다가 지회가 생기니 그 권한을 뺏겼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지회는 2017년 임금 투쟁은 임금인상이 목적이지만 하인스 사장의 횡포와 일터 괴롭힘을 끝내고 살맛나는 직장으로 바꾸는 전환점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싸운다고 밝혔다.

 

우리 지회 보고 힘내서 노조가입 했으면 좋겠어요

박유길 부지회장과 김병석 교선부장은 소규모 사업장 지회의 어려움을 내비쳤다. 하인스지회 조합원은 열네 명이다. 한 달 조합비는 24만원 남짓. 조합에 납부하면 지회 몫으로 내려오는 교부금은 월 12만원 정도다. 조합원 간담회 한 번 하기 어려운 돈이다.

“지회 회의, 교육 등 일상 활동을 거의 못했어요. 인원이 적으니 현장에서 일하다 빠지기 어렵고 지회 운영 경험이 부족하니 어떻게 활동하는지 잘 모르고요.” 지회 전임자 한 명을 보장받았지만 지회 활동이 활발하지 못한 상황이다.

하인스지회는 상황에 굴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만큼 활동하고 있다. 전임자인 김병석 교선부장은 인천지부 투쟁에 무조건 참여한다. 검암공단 미조직 비정규 노동자 대상 선전전에 참여한다. “<바지락> 신문을 나눠주니 회사가 쌍심지를 켜고 화를 내요. 역 앞이나 공단에서 선전전을 하면 공단노동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신문을 정말 잘 받아갑니다.” 지회는 하인스지회를 보고 검단공단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까봐 사업주들이 경계한다고 보고 있다.

“우리 사업장이 몇 명 안 되지만 금속노조에 가입하고 활동하고 있잖아요. 우리를 보고 기운내서 주변 사업장 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했으면 좋겠어요. 사장과 관리자들이 함부로 대하지 못하고 당당하게 생활하고 있잖아요.” 김병석 교선부장의 바람이다.

중소영세사업장 전용공단의 열네 명짜리 지회는 싸우며 금속노조에게 질문하고 있다.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의 사각지대에 뿌린 씨앗을 어떻게 싹 틔울지 질문하고 있다. 하인스지회 투쟁부터 이겨야한다. 그래야 검단공단의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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