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노조를 앞세워 단체교섭을 거부해온 대창이 경기지부 대창지회(지회장 나일권, 아래 지회) 파괴 공작에 착수한 정황이 드러났다. ㈜대창은 임금인상과 승진 등을 미끼로 지회 탈퇴를 유도하면서 기업노조를 설립하고, 의도적으로 생산량을 줄여 지회 조합원을 정리해고하는 시나리오를 짰다.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월5일 이 같은 관리자와 지회 조합원 대화 내용이 담긴 음성 파일 3개를 공개해 ㈜대창의 노조파괴 시도를 폭로했다.

첫 번째 음성 파일은 이 모 과장과 ㄱ 조합원이 10월4일 오전에 나눈 대화 내용을 담고 있다. 최근 지회를 탈퇴한 이 모 과장은 “노조가 두 개 만들어진다. 기업노조를 만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며 “원래 10월20일 50명과 같이 탈퇴하려고 했다”는 구체적인 기업노조 설립 계획을 밝혔다.

▲ 노조 경기지부가 지난 7월13일 시화공단 대창 정문 앞에서 지부 파업을 벌이고 총파업 투쟁 승리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아이레이버> 자료사진

이 모 과장은 지회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정리해고 계획도 털어놨다. 이 모 과장은 “회사가 앞으로 생산을 5천 톤만 한다. 회사가 1만 톤 하다 5천 톤 하는데 어떻게 인원을 다 데려가냐”며 “(전체 인원의) 3분의 1, 현장직 50명은 나가야 한다는데, (지회에 속한) 최악당들만 나가게 된다”고 말했다.

ㄱ 조합원이 “돈 벌 기회가 있는데 그것마저 거부하면서 생산량을 줄이냐”고 묻자 이 모 과장은 “거부한다. (지회 조합원을) 솎아내고, 정리되면 다시 (생산량을) 올린다”며 “11월, 12월 돼도 회사는 (지회를) 인정 안 한다. 1년도 버틸 수 있다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 모 과장은 대화 내내 “오려면 빨리 와라. 늦게 오면 자리가 없다”, “지금 선택 잘해야 한다”며 지회 탈퇴를 종용했다.

▲ 김관운 노조 경기지부 대창지회 조직부장이 9월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간접고용 비정규직, 위험의 외주화, 정리해고, 구조조정, 노조탄압 투쟁사업장 문제해결 위한 민주노총 결의대회’에서 “10년 일해도 최저임금인 현장을 바꾸고,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 동지들에게 보답하겠다. 노조파괴 없는 세상을 위해 투쟁하자“는 내용의 결의발언을 하고 있다. <아이레이버> 자료사진

나머지 음성 파일 두 개는 서울사무소에서 나눈 대화 대용을 담고 있다. 최근 지회를 탈퇴한 ㄷ 씨는 10월4일 ㄹ 대의원에게 “본부장이 한 얘기”라며 “기본급 9.5%, 이것저것 따지면 총 10% 올라간다”고 말했다. ㄹ 대의원이 “지회를 탈퇴하면 (임금인상) 해 준다는 것이냐”고 묻자 “탈퇴하면 해 준다는 게 아니고 탈퇴하면서 요구안을 한 번 얘기했다”고 답했다. 확답은 피했지만, 회사가 임금인상을 미끼로 지회 탈퇴를 유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화다.

세 번째 파일은 고 모 부장과 ㄹ 대의원이 10월5일 서울사무소에서 나눈 대화 내용을 담고 있다. 고 모 부장은 “급여조건은 지금 바로는 안 되고 조만간 다 올려서 해줄 것 같다”, “내년에 과장으로 진급해야 할 거 아냐”며 임금인상과 승진을 미끼로 지회 탈퇴를 사용했다.

고 모 부장은 “팩스로 (탈퇴원서) 보내면 끝난다. 이거 내면 10월 급여 정상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총무과에 조치를 하겠다”며 지회 탈퇴 방법도 알려줬다.

지회는 4월19일 설립하며 대창에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대창은 “대창 노동조합과 맺은 단체협약 유효 기간이 남아 있다”며 교섭을 거부했다. 지회는 휴면노조를 앞세운 단체교섭 거부는 부당하다며 시흥시청에 휴면노조해산 진정을 제출했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사용자의 지배·개입 사실을 인정하며 8월10일 대창노동조합 휴면노조 해산을 의결했다. 지회는 8월16일부터 노동조합 활동 보장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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