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완 선생님의 삶과 투쟁을 노동자가 이어가겠습니다.

선생님, 백기완 선생님. 금속노동자가 만들고 금속노조가 마련해드린 자동차 타고 꼭 이북의 고향 땅에 달려가시겠다던 약속이 아직도 생생한데 어찌 이렇게 떠나가십니까. 19만 금속노동자는 백기완 선생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한없는 슬픔을 함께하며 선생님 가시는 길에 노동자와 민중의 이름으로 국화꽃 한 송이를 바칩니다.

백기완 선생님의 삶은 진정 실천의 삶이었고 투쟁의 역사였습니다. 선생님의 가르침은 언제나 이 땅 민중에게 깨어있으라는 불호령이었고, 외세와 독재, 온갖 부정한 자들에게는 불벼락이었습니다. 우리 금속노동자는 선생님이 살아 계실 적 알려주신 노동자가 사는 길, 투쟁의 길을 가슴 깊이 새기고 선생님의 뜻이 언젠가 세상에 꽃 피울 그 날까지 쉼 없이 저항하고 전진하겠습니다.

선생님의 삶은 갈라진 민족이 하나 되는 날을 위한 투쟁의 시간이었습니다. 늘 두고 온 북녘의 고향 땅을 그리워하시며 외세에 의해 갈라진 조국이 반드시 민중의 힘으로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외쳤습니다. 통일의 열망이 갈수록 옅어지는 지금, 자주통일에 대한 선생님의 믿음과 실천이 다시금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선생님은 군사파쇼 폭압의 증인이었고, 반독재 민주화의 투사였습니다. 선생님의 한평생은 민주주의를 되찾고 민중이 주인되는 세상을 만드는 혁명이었습니다. 40년이 넘는 독재자의 시대를 한순간의 흔들림도 없이 거부하고 올곧게 저항하며 세상이 온통 어둡던 시절에도 민중이 다시 거리로 나설 날을 앞당기기 위해 온 몸을 던졌습니다. 백기완의 입과 주먹을 막으려 독재정권이 저지른 고문으로 몸이 망가지고 병들어도, 선생님의 정신은 꺾을 수 없는 결기로 앞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선생님은 평등과 진보야말로 역사의 길임을 다른 누구도 아닌 당신의 삶으로 증명했습니다. 통일도 민주화도 결국은 민중이 서로 넘나들며 하나가 되는 대동의 평등세상으로 가야 한다고 가르치셨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은 평생을 노동자와 함께했습니다. 돌아가시기 전에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으로 갈린 노동자를 안타까워하며 계급의식으로 하나 된 노동자의 투쟁을 이야기하셨습니다.

스스로 노나메기라 부르신 평등의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선생님은 일찍부터 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실천했습니다. 스스로 짊어진 두 번의 대통령 후보라는 짐은 오늘 한국 진보정당운동의 밑거름입니다. 선생님은 병마에 시달리면서도 전국을 돌며 노동자는 정치투쟁에 나서야 하고 민중은 권력을 잡아야 한다고 외쳤습니다. 이제는 노동자가 실천으로 선생님의 뜻을 이을 때입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노동하는 현장에서, 투쟁하는 현장에서, 좌절과 극복을 되풀이하는 순간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것입니다. 그때마다 선생님의 삶과 선생님의 가르침을 기억하겠습니다. 벌써부터 그리운 백기완 선생님을 기억하며 진보와 평등의 시대로 나아가겠습니다. 분단과 독재, 차별과 불평등이 없는 곳에서 선생님 이제는 편히 눈감으소서.

2021년 2월 15일 전국금속노동조합

 
저작권자 © 금속노동자 ilabo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