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와 쌍용자동차지부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노동혐오를 규탄하고, 쌍용차 회생지원과 노동자 고용보장을 위해 산업은행이 제 역할을 하라고 촉구했다.

금속노조와 쌍용차지부는 1월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노동자 책임 전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반노동·반헌법 행위 규탄, 쌍용차 노동자 고용보장과 회생지원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금속노조는 기자회견에서 “쌍용차 위기는 대주주 마힌드라와 쌍용차 경영진의 부실경영 결과”라고 규정했다. 마힌드라 인수 뒤 쌍용차가 수출시장을 잃고, 티볼리 플랫폼과 엔진 기술을 마힌드라에 빼앗겼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쌍용차 위기의 원인으로 ▲경영진 무능 ▲대주주 무책임 ▲채권단 관리·감독 부실을 꼽았다. 노조는 “쌍용차 노동자들은 10년 이상 무쟁의와 복지축소, 임금반납 등 자구책으로 공장을 살리기 위해 희생과 고통을 감내했다”라며 이동걸이 책임을 물어야 할 대상은 노동자가 아니라 마힌드라-쌍용차 자본이라고 꼬집었다.

노조는 “반노동, 반헌법 발언으로 노동자를 협박한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사죄하고, 마힌드라 먹튀 행각을 제대로 감시·견제하지 않은 행태를 먼저 반성해야 마땅하다”라고 날 선 비판을 가했다.

정주교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헌법은 노동의 권리를 준수하라고 규정하고 있다”라면서 “이동걸은 공공기관장으로서 헌법을 준수해야 하는 본분을 지키라”라고 꾸짖었다.

정주교 노조 부위원장은 “산업을 개발·육성한다는 산업은행이 노동자의 요구를 무시한다면 국책은행으로서 존재할 이유가 없다”라면서 “역할에 걸맞은 합당한 조치를 하라”라고 요구했다.

“또 졸속매각 추진하면 또 싸운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기자회견에서 “산업은행 앞은 수많은 노동자의 피와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던 땅이다”라면서 “기업의 위기와 구조조정이 있을 때마다 산업은행은 본연의 임무를 망각했다”라고 비판했다.

김득중 지부장은 “대주주 마힌드라가 마지막 투자금까지 회수하려고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음에도 이동걸 회장은 노동자들을 향해 끝까지 책임을 전가하고 있어 개탄스럽다”라면서 “졸속매각을 즉시 중단하고 쌍용차를 제대로 정상화하는 비전 창출을 위해 힘쓰라”라고 산업은행에 요구했다.

김득중 지부장은 “노조 쌍용차지부가 십여 년의 투쟁으로 복직을 이뤄냈다”라면서 “노동자에게 고통을 계속 전가한다면 18만의 금속노조와 십 년 동안 함께 투쟁한 사회의 힘으로 당당하게 맞서 싸울 것”이라고 투쟁 의지를 밝혔다.

오민규 <노동자운동공동체 뿌리> 연구위원은 기자회견에서 “산업은행은 쌍용차 대출 3,700억 중 1,900억이라는, 절반 이상의 채권을 가진 주채권자인 동시에 투자자”라면서 “채권자 역할에 더해 투자자 역할도 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오민규 연구위원은 “이동걸 회장은 국민 혈세로 시행한 투자 실패에 관한 책임을 질 것인지, 마힌드라와 쌍용차에 부실 경영의 책임을 물을 것인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라고 지적하며, 쌍용차 회생을 위한 이동걸 회장의 결단을 촉구했다.

금속노조와 기자회견 노동자들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본관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산업은행 측이 출입을 막아 대치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항의서한은 결국 전달하지 못했다.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1월 12일 벌인 산업은행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쌍용차 자금지원의 전제조건으로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연장 ▲쌍용차가 적자를 벗어나 흑자로 전환할 때까지 쟁의행위 금지 등 노동3권을 제약하는 반헌법 요구로 물의를 일으켰다.

쌍용차는 1월 22일 오늘 미국의 HAAH오토모티브홀딩스와 최종 매각 협상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