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현대제철 다섯 곳 사업장 노동자들이 2020년 임금·단체교섭 결렬과 사측 교섭 해태를 규탄하며 공동파업을 벌였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사상 첫 원·하청 노동자 연대파업도 전개했다.

금속노조 인천지부 현대제철지회, 충남지부 현대제철지회, 현대제철 당진 하이스코지회, 광주전남지부 현대제철지회, 포항지부 현대제철지회는 1월 13일 오전 7시부터 48시간 파업에 돌입했다.

다섯 개 지회 공동지침에 따라 조합원들은 자택 대기했다. 각 지회 확대 간부들은 파업 전날인 12일부터 일손을 놓고 혹시 모를 사측 부당노동행위에 대비해 현장을 지켰다.

노조 현대제철 다섯 개 지회는 2020년 9월 11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2020년 임금·단체교섭을 열다섯 차례 열었다. 사업장별로 임단협 교섭을 해왔던 다섯 개 지회는 2019년에 이어 2020년 임단협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회들은 2019년 8월 첫 공동교섭을 시작했다.

현대제철 다섯 개 지회는 현대자동차그룹 노무관리 가이드라인에 묶여 임단협이 풀리지 않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양재동 가이드라인은 현대차그룹 계열사 임금 단협 기준선을 의미한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임단협을 기준으로 철강사업장 90%, 철도·대형 부품사 80%, 나머지 계열사 70% 수준으로 합의하라는 기준을 운용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 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지회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가 1월 14일 현대제철 첫 원·하청 노동자 공동파업을 벌였다. 지회 제공
▲ 금속노조 인천지부 현대제철지회 확대간부들이 1월 14일 현대제철 인천공장 연구동에서 사측 교섭 해태 규탄 집회를 열고 있다. 지회 제공
▲ 금속노조 포항지부 현대제철지회가 1월 13일 현대제철 포항공장 정문에서 ‘2020년 임단협 승리 확대간부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지회 제공

현대제철, 통상임금 소송 중단 압박도

통상임금 문제도 큰 걸림돌이다. 사측은 2020년 임단협과 통상임금 문제를 한꺼번에 처리하자는 뜻을 내비쳤다. 현대차그룹이 현대제철 통상임금까지 현대·기아차 선례와 기준에 맞추려 해 현대제철 노동자들의 불만이 크다.

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도 1월 14일 07시부터 하루 파업에 나섰다. 현대제철에서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한 날 일손을 놓은 투쟁은 처음이다.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역시 지난해 임단협 교섭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김종복 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지회장은 “자본은 노동자들을 고용형태로 구분 짓고 틈만 나면 분열시키려 하지만, 우리는 자본에 맞서 함께 싸우기 위해 힘을 뭉쳤다”라고 선언했다.

김종복 지회장은 “제철 노동자들은 자본에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았다. 현대제철 사측이 양재동 눈치를 보지 않고 제대로 마련한 안을 내놓을 때까지 공동투쟁을 이어가겠다”라고 강조했다.

김종복 지회장은 “현대차그룹과 현대제철은 특히 통상임금소송이 노동자에게 유리하게 흘러가자 고용과 2020년 임단협을 볼모로 잡고 소송 포기를 강요하고 있다”라고 폭로했다.

김종복 지회장은 “사측은 불성실 교섭, 현장통제 강화, 노동시간 일방조정 등 배짱 그만 부리고 성실 교섭에 임하길 바란다”라고 경고했다.

이강근 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장은 “현대제철 설립 후 처음으로 원·하청 노동자들이 금속노동자 깃발을 들고 함께 공장을 멈춰 세웠다”라고 선언했다.

이강근 지회장은 “이번 공동파업을 시작으로 현안 해결은 물론이고 현대제철 원청과 양재동 가이드라인을 넘어서기 위해 현대제철 원·하청 노동자들이 더 큰 힘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강근 지회장은 “조합원 동지들의 의견을 세밀하게 듣고 현장 조직력을 더 탄탄하게 만들어가는 데 집중하겠다”라며 “2020년 임단협을 사용자들 뜻대로 끝내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교섭과 투쟁을 병행하며 단체행동 수위를 높여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쟁취하겠다”라고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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