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 위기에 처한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이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40m 타워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김형수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과 조합원 한 명이 11월 25일 새벽 5시 거제 대우조선해양 1독 타워크레인(TC-93)에 올랐다. 고공농성을 시작한 김형수 지회장과 조합원은 대우조선 하청업체인 (주)명천에서 일했다. 명천은 소속 노동자 스무 명에게 11월 30일로 정리해고한다고 통보했다.

▲ 김형수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과 조합원 한 명이 11월 25일 새벽 5시 거제 대우조선해양 1독 타워크레인(TC-93)에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올라갔다. 지회 제공
▲ 김형수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과 조합원 한 명이 11월 25일 새벽 5시 거제 대우조선해양 1독 타워크레인(TC-93)에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올라갔다. 지회 제공

명천 사측은 올해 상반기에 이미 스무 명을 쫓아냈다. 흔히 ‘협력업체 정규직’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정리해고 명단에 올랐다. 일당직이나 물량팀에 대한 계약해지는 자주 있었지만, 대우조선에서 1차 하청노동자 정리해고는 사실상 처음이다.

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아래 거통고조선하청지회)에 따르면 원청 대우조선해양 주도로 올해 하청업체 24개가 폐업했고, 문 닫지 않은 업체에서 노동자를 계속 줄이고 있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하청노동자 4천383명이 쫓겨났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대우조선 전체 하청노동자의 30% 가까운 인원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김춘택 노조 조선하청담당 전략조직부장은 “조선소 직접 생산의 70% 이상 책임지는 하청 노동자를 대량 해고하는 대우조선 사업방식을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라며 “수주가 이어지면 당장 배 만들 노동자가 부족해 물량팀을 대거 부른다. 결국, 대우조선에 하청보다 질 낮은 일자리만 늘 것”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원청이 문제 해결 전까지 안 내려온다”

이김춘택 부장은 “정부와 경상남도, 거제시가 고용유지 명목으로 사업주에 적지 않은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라며 “이 방안은 활용하지 않고 해고라는 비극을 만드는 원청과 명천 사측에 화가 난다”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고용유지지원금으로 휴업수당 90%를, 거제시가 10% 추가 지원한다. 4대 보험 사용자 부담금은 경상남도와 거제시가 각각 50%와 20%를 지원한다.

▲ 김형수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과 조합원 한 명이 11월 25일 새벽 5시 거제 대우조선해양 1독 타워크레인(TC-93)에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올라갔다. 지회 제공
▲ 금속노조 거통고조선하청지회와 명천 노동자들이 11월 3일부터 대우조선 선각삼거리에서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지회 제공

농성 중인 김형수 거통고조선하청지회장은 전화 인터뷰에서 “흑자기업 대우조선이 조선소를 제대로 운영할 생각이 있는지 의문스럽다”라며 “지금 원청이 할 일은 하청업체와 노동자들에 대한 직접 지원이다”라고 강조했다.

대우조선해양은 2020년 상반기 3,524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17년부터 쌓은 영업이익은 2조4,030억 원에 달한다.

김형수 지회장은 거제시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형수 지회장은 “말로만 상생을 외치지 말고, 변광용 거제시장은 벼랑 끝에 서 있는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을 살리기 위한 행정을 펼쳐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거제시는 11월 4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과 ‘거제시 고용유지 상생협약’을 맺었다. 

김형수 지회장은 “명천 정리해고는 대우조선 비정규직 노동자 대량해고의 시작이다”라며 “명천이 정리해고를 철회하고, 원청 대우조선이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내려가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노조 거통고조선하청지회와 명천 노동자들은 고공농성 조합원들을 엄호하며, 11월 3일 시작한 대우조선 사내 선각삼거리 천막농성을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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