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setNet1_2

“가짜 노조 비켜라, 진짜 노조 대양판지지회가 나선다”

기사승인 2020.10.30  

공유
default_news_ad1

- [사람과 현장] 조합원과 금속노조의 힘으로 현장을 바꾸는 청주와 장성의 대양판지지회

“금속노조 탄압을 순순히 인정하진 않겠지만 하도 답답해서…….” 김훈 노조 대전충북지부 대양판지지회장과 윤상한 광주전남지부 대양판지지회장은 10월 15일 아침 일찍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왔다.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권택환 대양판지 대표이사가 증인으로 나왔다.

국회를 드나드는 사람 누구 하나라도 대양판지 상황 알아줄까 싶어 큰 팻말을 여러 개 만들어왔다. 몸은 국회 정문 앞에 있지만, 신경은 온통 국감장을 향했다. 차고 넘치는 노조파괴 증거에 관해 사장은 도대체 뭐라고 말할까.

대양판지는 골판지를 만드는 사업장이다. 전남 장성과 충북 청주에 생산공장이 있다. 한국 대형 제지업체 가운데 하나인 대양그룹의 계열사다. 대양그룹은 신대양제지·광신판지 등 제지회사 두 개, 판지회사 네 개를 돌리고 있다.

2019년 가을 대양판지 청주공장 노동자들이 금속노조의 문을 두드렸다. 이어 장성공장 노동자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2020년 3월 노조 대전충북지부 대양판지지회가, 5월에 광주전남지부 대양판지지회가 떴다.

대양판지 노동자들은 처음 어떤 마음으로 금속노조를 찾았을까. 김훈 대양판지지회장은 “노동삼권처럼 당연하지만 거창하게 누리려는 요구나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당장 사측 갑질이 심했다. 더는 견디기가 어려웠다”라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 김훈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대양판지지회장과 윤상한 광주전남지부 대양판지지회장이 국회 앞에서 노조파괴 중단을 호소하고 있다. 신동준

김훈 지회장은 사측에 물어보기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3년 동안 노사협의회 노동자 위원으로 일했다. 겪어보니 노사협의회의 한계는 뚜렷했다. 노동조합이 필요했다. 사측 갑질에 제동 걸고 비민주, 비상식의 현장을 바꾸는 제대로 만든 노동조합이 절실했다.

사측은 매번 근무 일정을 일방 통보했다. 잔업과 특근 모두 “하라면 그냥 해”라고 통보했다. 주말도 쉬지 못했다. 관리자가 부르면 무조건 가야 했다. 현장 노동자 동의나 개인 사정은 안중에 없었다. 노동자들은 머슴처럼 대하는 사측 횡포에 모욕감을 느꼈다.

장성공장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윤상한 지회장은 상여금을 도둑맞던 날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장성공장 공장장이 식당에 모든 노동자를 모으더니 마이크를 잡았다. “상여금 조정에 반대하는 사람 손 드세요.” 상여금 600%가 날아가고 있었지만, 회사가 찍어누르는 분위기에서 바로 반대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다. 사측은 항상 “내 돈 주고 내가 부리는데 무슨 상관이냐”, “싫으면 나가라”라는 식이었다.

윤상한 지회장은 “여름에 작업장 온도가 38도에서 40도까지 오르는데 사측은 생수 500mL 주면서 아껴 마시라고 한다. 선풍기로 겨우 버틴다”라며 “존중이나 배려는 바라지도 않았다. 우리를 사람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매일 깨달았다”라고 토로했다.

장시간 노동, 높은 노동강도, 열악한 작업장 환경 문제도 심각했다. 물량보다 일할 사람이 부족했다. 12시간 주야 맞교대 근무를 하고 주당 평균 68시간 이상을 일했다. 화학약품 노출은 일상이었다. 노동자 대부분이 근골격계 질환, 말 그대로 골병이 들었다.

김훈 지회장은 처음 대양판지에 출근하던 날, 작업장에 걸려있던 현수막 문구를 아직도 기억한다. ‘죽기 살기로 일하자.’ 김훈 지회장은 “일하다 진짜 죽겠다 싶을 때가 있었다”라며 “이렇게 죽고 싶진 않았다. 무엇보다 사측의 비인간 대우를 받다가 쓰러지면 더욱 억울할 듯했다”라고 털어놨다.

2018년 한국 골판지 업계는 활황이었다. 2019년 업황은 더 좋았다. 언론은 2019년 국내 골판지 업체들이 사상 최대 영업실적을 올렸다고 떠들었다. 대양판지도 마찬가지였다. 2019년 두 공장은 쉼 없이 움직였다. 팽팽 잘 돌아가는 공장을 보며 대양판지 노동자들은 어떤 기분을 느꼈을까.

대양판지 노동자는 쉬지 못하고, 잠들지 못해 피폐해졌다. 현장에 제대로 된 집진 시설이 없었다. 노동자들이 분진 가루 마셔가며 일한 덕분에 사용자의 이윤은 늘어만 갔다. 김훈 지회장은 2019년의 마지막 날에도 노동자들을 주야 맞교대로 돌리는 사측에 분노했다. 노동조합이 뼈에 사무치도록 절실했다.

   
▲ 김훈 지회장은 2019년의 마지막 날에도 노동자들을 주야 맞교대로 돌리는 사측에 분노했다. 노동조합이 뼈에 사무치도록 절실했다. 신동준

대양판지 노동자들은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와 함께 착착 지회 설립을 진행했다. 노조 광주전남지부를 통해 장성공장 노동자들과 연결했다. ‘본사인 장성공장은 어떤지’, ‘이런 부분은 청주가 우리보다 낫네’……. 두 공장 노동자들은 서로 상황을 공유했다. 결심이 선 노동자들은 동료들에게 조심스레 금속노조를 제안하며 동지를 넓혀갔다.

날벼락. “한 명 한 명 금속노조로 모이고 있는데…”

사측이 금속노조 가입 움직임을 감지했다. 지난 3월 23일 대양그룹 계열사 광신판지의 인사노무이사가 갑자기 인사발령을 받아 대양판지 청주공장에 왔다. 광신판지에서 노동조합을 파괴한 전문가였다.

노조파괴 전문가를 데려온 사측은 3월 24일 청주공장에서 개별 면담을 시작했다. 사측이 가리키는 노조에 가입하라고 압박했다. 사측은 거부하는 노동자들을 두 번 세 번 불렀다. 면담을 시작하는 날 청주공장에 기업노조가 나타났다. 3월 30일 대양판지 장성공장에도 기업노조가 보였다.

김훈 지회장은 “공무팀장과 상자가공팀장이 청주공장 기업노조 위원장, 사무장이었다”라며 “관리자가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지만, 사측이 관리직과 사무직을 협박해 가입시키고, 금속노조를 죽이려고 만든 사측 노조다. 이런 게 무슨 노동조합이냐”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노동조합이 없던 대양판지에 2020년 3월 세 개의 노동조합이 생겼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양판지지회, 한국노총 대양판지 청주공장 노동조합, 한국노총 대양판지 주식회사 노동조합. 금속노조를 없애려고 사측이 노동조합 두 개를 만들었다. 전형적인 복수노조 악용 사례다.

사측이 직접 나서서 기업노조를 만들었다는 증거는 충분하다. 관리자들이 보낸 기업노조 가입 강요 문자, 대화 녹취록 여러 건이 드러났다. 사측이 기업노조 조합원 조합비를 대신 내줬다는 증언을 다수 확보했다. CMS 동의서를 내지 않았는데 본인 통장에서 기업노조 조합비가 빠져나간 사람도 있다.

오로지 금속노조를 죽이겠다고 달려드는 사측을 상대로 현장 활동을 펼치기란 만만찮았다. 압박이 심했다. 게다가 사측 전폭 지원에 기업노조가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얻었다. 아쉬움이 컸지만, 대양판지지회 조합원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현장 동료들과 영차영차 같이 움직이니 힘이 났다.

설문 조사를 통해 조합원의 의견을 모았다. 회삿돈으로 커피, 음료를 구매해 왜 사무실에만 배치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화장실 청소 문제도 지적이 많았다. 대양판지 사측은 “쓰는 사람들이 직접 치워야 한다”라며 화장실 청소를 생산현장 노동자들에게 시켰다.

무엇보다 공짜노동에 대한 불만이 가장 많았다. 김훈 지회장은 “지관 처리업체가 따로 있는데도 사측은 지관 작업을 우리에게 떠맡겼다. 비용 절감 수익은 몽땅 사측이 가져갔다”라고 설명했다. 제지·판지 사업장에서 지관 작업은 골심지에 붙어 있는 원단을 끝까지 당겨 모두 제거하는 일을 말한다.

   
▲ 윤상한 지회장은 “사용자들이 금속노조를 싫어하는 이유는 금속노조의 힘을 알고, 금속노조가 옳은 주장을 하기 때문이다. 이제 맨땅에 헤딩하는 상태는 아니다. 더 많은 장성공장 동료들이 금속노조의 가치를 함께 누리길 바란다. 가족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 깨끗하고 안전한 노동 환경을 만들고 싶다”라고 소망했다. 신동준

두 달여 동안 열심히 부딪히다 보니 장성공장에도 금속노조 깃발을 세웠다. 윤상한 지회장은 “장성공장 노동자만 움직였다면 중간에 포기했을 것이다”라며 “청주 상황을 장성 노동자들에게 계속 알리고 장성, 청주가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니 든든하다”라고 강조했다.

청주 대양판지지회의 도움으로 장성공장 대양판지회는 법정 최저임금 위반 사실을 확인했다. 금속노조의 끊임없는 두드림에 현장 문제들을 하나둘씩 개선하고 있다. 불합리한 업무 지시, 공짜노동이 대양판지에서 사라지고 있다.

청주와 장성공장에서 같이 두드리니 사측이 버거워한다. 사측 탄압이 거세지만, 다른 공장에서 같은 일을 하며 함께 이겨내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대양판지 노동자들에게 큰 힘이 됐다.

사측 회유에 기업노조에 가입했다가 “맨날 사측 옹호만 하고 단체교섭 내용도 비밀로 하는 게 무슨 노동조합이야”라며 다시 금속노조에 가입하는 동료들이 하나둘씩 늘고 있다. 사측의 탄압받는 소수노조 조합원 수가 늘어나다니, 놀라운 일이다. 금속노조 청주와 장성의 대양판지지회의 노력과 진심이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김훈 지회장은 “노동조합을 준비하며 연대의 중요성과 ‘금속노조는 하나의 노조, 전국 조직’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솔직히 그때는 감이 안 잡혔다”라며 “예전에는 장성공장 상황을 몰랐는데 금속노조 조합원이 되니 같은 대양판지는 물론이고 지역의 다른 사업장 노동자들과 서로 힘주고 의지하게 된다”라고 뿌듯해했다.

국정감사장에서 대양판지 대표이사는 거짓말과 변명을 늘어놨다. ‘혹시나’는 ‘역시나’였다. 윤상한 지회장은 “사측이 당장 바뀌지 않겠지만, 지난 몇 달간 겪어보니 노동자에게는 금속노조가 희망이고 정답”이라며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갈 수밖에 없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눈칫밥 먹지 않고 당당히 정년퇴직하는 대양판지.” 어떤 일터를 만들고 싶은지 묻자 김훈 지회장이 답했다. 김 지회장은 “근속 5년만 돼도 퇴사 압박이 들어온다. 사측은 아무나 와서 일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라며 “가만히 있으면 계속 밟힌다. 금속노조와 같이 분노하고, 같이 해결해 나가며, 같이 정년퇴직하자”라고 조합원들에게 전했다.

김훈 지회장은 “교섭창구단일화 제도 탓에 단체교섭 기회를 박탈당했다”라며 “복수노조 악용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금속노조가 교섭창구단일화·복수노조 제도 개혁을 노조 중심 사업으로 삼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윤상한 지회장은 “사용자들이 금속노조를 싫어하는 이유는 금속노조의 힘을 알고, 금속노조가 옳은 주장을 하기 때문이다”라며 “이제 맨땅에 헤딩하는 상태는 아니다. 더 많은 장성공장 동료들이 금속노조의 가치를 함께 누리길 바란다. 가족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 깨끗하고 안전한 노동 환경을 만들고 싶다”라고 소망했다.

사용자와 사측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들이 만든 노동조합은 노동조합이 아니다. 축적된 노동력의 가치를 부정하고 노동자를 무시하는 회사는 미래가 없다. 노조를 파괴하는 사측, 가짜 노동조합은 비켜라. 갑질 없고 건강한 대양판지를 만들기 위해 진짜 노동조합,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대양판지지회와 광주전남지부 대양판지지회가 나섰다. 

박향주 편집국장, 사진=신동준, 편집=신동준 edit@ilabor.org

<저작권자 © 금속노동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