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부품사인 일본의 덴소 자본이 한국 노동자의 고용을 흔들고 있다.

덴소가 세운 한국와이퍼블레이드는 2018년부터 신차에 들어가는 OE(Original Equipment) 물량을 받지 않고 있다. 한국와이퍼 노동자들은 덴소가 안산에 있는 정규직 공장을 비정규직 공장으로 전환하기 위한 순서를 밟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금속노조 시흥안산지역지회 한국와이퍼분회는 9월 11일 ‘일방적 사업정리 덴소 자본 규탄, 한국와이퍼 고용안정을 위한 투쟁선포식’을 열었다.

노조 한국와이퍼분회는 “한국에서 연 매출 8천억 원을 올리는 덴소 자본이 한국와이퍼 노동자 309명의 삶을 내팽개치려 한다”라며 “덴소가 노동자를 착취해 이윤을 가져가지 못하도록 투쟁으로 막겠다”라고 결의했다.

노조 한국와이퍼분회는 이날 투쟁선포식을 ‘공장 앞’이 아닌 ‘공장 안’에서 열었다. 분회는 정부의 코로나19 사회적 거리 조치로 집회 인원을 제한받는 어려운 상황을 역이용했다.

조합원들은 안산공장 1층부터 3층까지 분산해 모였다. 각 층마다 연결한 스피커에서 투쟁 구호와 노동가요가 힘차게 울렸다. 조합원들은 매일 자신이 일하는 작업대 앞에서 고용안정 쟁취 투쟁을 결의했다.

▲ 금속노조 경기지부 시흥안산지역지회 한국와이퍼분회가 9월 11일 경기도 안산시 한국와이퍼 공장에서 ‘일방적 사업정리 덴소 자본 규탄, 한국와이퍼 고용안정을 위한 투쟁선포식’을 열고 있다. 이날 분회와 지부 조합원들은 ‘고용과 일터 사수, 덴소의 와이퍼산업 외주화, 비정규직화 저지’ 등을 결의했다. 안산=변백선
▲ 금속노조 경기지부 시흥안산지역지회 한국와이퍼분회가 9월 11일 경기도 안산시 한국와이퍼 공장에서 ‘일방적 사업정리 덴소 자본 규탄, 한국와이퍼 고용안정을 위한 투쟁선포식’을 열고 있다. 안산=변백선
▲ 금속노조 경기지부 시흥안산지역지회 한국와이퍼분회가 9월 11일 경기도 안산시 한국와이퍼 공장에서 ‘일방적 사업정리 덴소 자본 규탄, 한국와이퍼 고용안정을 위한 투쟁선포식’을 열고 있다. 안산=변백선
▲ 금속노조 경기지부 시흥안산지역지회 한국와이퍼분회가 9월 11일 경기도 안산시 한국와이퍼 공장에서 ‘일방적 사업정리 덴소 자본 규탄, 한국와이퍼 고용안정을 위한 투쟁선포식’을 열고 있다. 안산=변백선

정현철 노조 시흥안산지역지회장은 덴소 자본이 한국와이퍼 정규직 노동자를 정리해고하고, 비정규직 공장으로 만들려 한다고 폭로했다.

정현철 지회장은 이날 투쟁선포식대회사에서 “물량감소는 결국 폐업으로 이어질 것이다. 덴소 자본은 폐업 후 100% 비정규직 공장을 다시 만들 계획이다. 이에이치이공장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덴소는 2018년 7월 덴소오토모티브 홍성공장을 폐업하고, 다음 달 8월에 ㈜EHE라는 협력업체를 만들어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분회는 ‘협력업체’는 덴소 자본의 눈속임일뿐, 비정규직·무노조 공장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덴소코리아, 18일까지 삼자대면 여부 밝혀라”

정현철 지회장은 “한국와이퍼의 물량감소 사태는 일본 덴소 자본이 기획하고 현대자동차 묵인 아래 벌이는 일이다”라고 꼬집었다.

최윤미 노조 한국와이퍼분회장은 경과보고에서 분회는 상반기 조합원 총회와 간담회 등을 통해 신차수주권을 가진 덴소코리아를 고용안정 투쟁 대상으로 명확하게 설정했다고 보고했다.

최윤미 분회장은 “지난 교섭에서 분회는 한국와이퍼 사측, 덴소코리아 3자가 고용안정을 주제로 만나자고 제안했다”라고 밝히며 “덴소코리아는 9월 18일까지 대답하라”라고 경고했다.

▲ 최윤미 한국와이퍼분회 분회장이 9월 11일 ‘일방적 사업정리 덴소 자본 규탄, 한국와이퍼 고용안정을 위한 투쟁선포식’에서 “지난 교섭에서 분회는 한국와이퍼 사측, 덴소코리아 3자가 고용안정을 주제로 만나자고 제안했다. 덴소코리아는 9월 18일까지 대답하라”라고 경고하고 있다. 안산=변백선
▲ 금속노조 경기지부 한국와이퍼분회 조합원들이 9월 11일 ‘일방적 사업정리 덴소 자본 규탄, 한국와이퍼 고용안정을 위한 투쟁선포식’에서 분회의 요구사항을 적은 손팻말과 스티커, 현수막 등으로 현장을 꾸미는 쟁의행위를 하고 있다. 안산=변백선
▲ 금속노조 경기지부 한국와이퍼분회 조합원들이 9월 11일 ‘일방적 사업정리 덴소 자본 규탄, 한국와이퍼 고용안정을 위한 투쟁선포식’에서 분회의 요구사항을 적은 손팻말과 스티커, 현수막 등으로 현장을 꾸미는 쟁의행위를 하고 있다. 안산=변백선
▲ 금속노조 한국와이퍼분회 투쟁선포식에 참석한 경기지부 조합원들이 9월 11일 한국와이퍼 공장 정문에서 코로나 19 확산을 막기 위해 발열체크를 하고 명단을 작성하고 있다. 안산=변백선

양성습 민주노총 경기본부 안산지부 의장은 연대사를 통해 “통상임금 소송에서 이겨 받은 임금을 지역의 어려운 노동자를 위해 기부한 한국와이퍼분회의 연대투쟁을 기억한다”라며 “총연맹 안산지부는 분회의 연대를 기억하며, 고용과 생존권 사수 투쟁에 함께하겠다”라고 결의했다.

한국와이퍼는 일본 덴소가 만든 덴소코리아 계열사다. 덴소는 한국와이퍼에 지분 100%를 출자했다. 덴소코리아 화성공장은 와이퍼 핵심 부품인 모터를, 한국와이퍼는 와이퍼 브레이드와 암을, 협력사인 ㈜EHE는 와이퍼 링게이지를 생산한다. 한국와이퍼는 이 부품을 조립해 덴소코리아를 통해 현대·기아차에 납품한다.

한국와이퍼는 2018년부터 신차 와이퍼 수주를 받지 않고 있다. 사측은 “현대차의 납품단가 후려치기와 독일 보쉬 그룹이 만든 경쟁사인 KB와이퍼시스템의 출혈 경쟁 때문에 신차수주를 받지 않고 있다”라고 변명한다. 수주를 받으면 적자라고 주장한다.

노조 한국와이퍼분회는 이대로 가면 2024년에 폐업 위기에 몰릴 것으로 내다보고, 사측에 대책을 물었으나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있다.

노조 한국와이퍼분회는 핵심 부품인 모터를 생산하는 덴소코리아가 2년 전부터 와이퍼 사업 정리에 들어갔다고 판단한다. 2024년 와이퍼 사업을 정리할 것이라는 덴소코리아 노조 위원장 증언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와이퍼분회는 “휴일과 명절 휴무를 반납하며 뼈 빠지게 일한 노동자만 길거리로 쫓겨날 판이이다. 정규직 공장을 비정규직 공장으로 전환해 더 많은 이윤을 쥐어짜려는 외국 자본의 횡포를 투쟁으로 막아내겠다”라며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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