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불법사찰에 대한 시민사회 공동대응(아래 공동대응)’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를 규탄하며, 대국민 약속에 관한 구체 대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금속노조, 참여연대 등 16개 단체가 만든 공동대응은 5월 12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삼성 이재용 사과 관련 공동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재용 씨는 5월 6일 무노조 경영·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불법행위에 관해 사과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동대응은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주문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라며 “진정성과 실효성이 전혀 없는 대법원판결을 위한 면피용 사과”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 ‘삼성 불법사찰에 대한 시민사회 공동대응’이 5월 12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삼성 이재용 사과 관련 공동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공동대응은 실형 피하기용 사과 그만하고, 노조파괴 중단 계획 등 대국민 약속에 관한 구체 대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박재영

삼성준법감시위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삼성그룹 내부 준법감시제도를 만들라고 주문함에 따라 지난 2월 출범했다.

조장희 금속노조 경기지부 삼성지회 부지회장은 “노조파괴 중단 등 해결방안 제출은커녕 피해 노동자에게 제대로 사과하지 않았다”라며 “삼성준법감시위가 시키는 대로 움직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조장희 부지회장은 “언론과 정치권이 이재용 씨 사과를 좋게 평가하는 이유를 도통 모르겠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조장희 부지회장은 “삼성준법감시위 설치부터 사과 기자회견까지 모두 이재용의 실형 선고를 막기 위한 사법 거래용인 듯하다”라며 “노동자 피해 사례와 해결방안을 몇 차례 삼성준법감시위에 전달했지만 묵묵부답이었고, 피해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려는 의지도 없었다”라며 삼성준법감시위 한계를 지적했다. 

공동대응은 특히 “삼성의 노조파괴와 노조탄압이 현재진행형인데 사과와 개선 약속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용 씨는 6일 기자회견에서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 노사관계 법령을 준수하고 노동 3권을 보장하겠다”라고 말했다. 공동대응은 “그룹 차원의 조직적인 노조 와해 공작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삼성 임직원들은 자리를 보전하고 노조탄압을 이어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 ‘삼성 불법사찰에 대한 시민사회 공동대응’이 5월 12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삼성 이재용 사과 관련 공동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공동대응은 실형 피하기용 사과 그만하고, 노조파괴 중단 계획 등 대국민 약속에 관한 구체 대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박재영

삼성에버랜드 노동자들이 가입한 금속노조 삼성지회에 따르면 정금용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대표이사는 삼성그룹 옛 미래전략실 출신이다. 노조 와해를 기획·진행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유죄를 선고받았다. 정금용 씨는 삼성에버랜드가 속한 삼성물산에서 대표이사직을 유지한 채 금속노조 교섭 요구를 거부하며 노동조합 단체교섭권을 박탈하고 있다.

공동대응은 “수십 년간 조직적으로 실행한 노조파괴, 불법사찰이라는 중대 범죄에 대한 사과를 이재용 개인 범죄의 대가를 가볍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했다”라며 “삼성은 준법감시위 뒤에 숨어 허울뿐인 사과문 발표를 반복하지 말고, 진짜 사과를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조장희 부지회장은 노조파괴 등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즉각 시행하고, 각 사안에 대한 재발 방지·피해자 구제 대책을 구체적으로 마련, 시행하라고 요구했다.

조장희 부지회장은 “입에 발린 사과로 얼렁뚱땅 넘어가지 못하도록 금속노조와 삼성그룹사 노조들이 더 크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라며 “결국, 한국 사회 재벌체제 청산이 핵심이다. 재벌 개혁을 위한 행동에 노동조합이 나서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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