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콜텍지회와 콜텍이 4월 23일 오전 10시 한국가스공사 서울지역본부 회의실에서 정리해고와 해고자 복직 문제 관련 합의안에 서명했다. 콜텍지회가 13년 동안 벌인 부당 정리해고 철회 투쟁을 마무리하는 순간이었다.

김호규 노조 위원장은 조인식에서 “정리해고는 노사 모두에게 제로섬 게임이다. 정리해고로 기업이 성과를 얻었다고 보기 힘들다”라며 “노사가 정리해고 기업이라는 낙인과 해고자라는 고통을 겪었다. 콜텍지회 합의가 노동자에게 정리해고 낙인을 찍지 않는 분기점이 됐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 이인근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콜텍지회장,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 박영호 콜텍 사장(사진 왼쪽부터)이 4월 23일 오전 10시 한국가스공사 서울지역본부 회의실에서 정리해고와 해고자 복직 문제 관련 합의안에 서명하는 조인식을 열고 있다. 임연철

김호규 위원장은 콜텍에 “콜텍이 한국에서 얻은 경험으로 인도네시아에서 노동을 존중하는 공장을 운영했으면 한다”라고 당부했다.

이인근 콜텍지회장은 조인식에서 “13년 긴 세월을 투쟁해 성과를 얻었다. 기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우리처럼 부당한 정리해고로 고통받는 노동자가 없었으면 한다”라며 “해고는 살인이다. 한 가족을 무너뜨린다. 모든 노동자가 해고 걱정 없이 노동할 수 있는 사회가 왔으면 한다”라고 기원했다.

노조와 콜텍지회, 사측은 전날 잠정 합의한 합의문에 대표자가 서명하고 교환했다. 콜텍은 합의에 따라 2007년 정리해고로 고통받은 노동자들에게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 해고자들은 합의에 따라 올해 5월 2일 복직해, 5월 30일 퇴직한다. 콜텍은 지회 조합원 25명에게 합의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 이인근 콜텍지회장이 4월 23일 콜텍 본사 농성장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13년 동안 벌인 부당 정리해고 철회 투쟁을 정리하는 소회를 밝히고 있다. 임연철

박영호 콜텍 대표이사는 “원만한 합의가 이뤄져 다행이라 생각한다. 세 명의 노동자가 긴 투쟁으로 가정에 돌아가지 못하고 고생했다”라며 “빨리 가정으로 돌아가 정상 생활을 누리고, 건강을 회복했으면 한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다른 투쟁사업장도 일상 찾을 수 있도록…”

금속노조와 ‘콜텍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조인식을 마치고 11시에 서울 콜텍 본사 앞 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승열 노조 부위원장은 “4,464일 투쟁, 단식 42일이라는 숫자가 주는 중압감을 온전히 내려놓을 수 있어 기쁘다. 연대와 응원을 보내준 양심 있는 시민과 단체, 종교인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합의였다”라며 “금속노조 서른 곳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힘을 주시길 부탁한다”라고 당부했다.

콜텍지회 조합원들은 4,464일 동안 거리에서 투쟁했다. 콜텍지회는 2009년 12월 해고 무효확인 민사소송과 임금청구 소송에서 고등법원까지 승소했지만, 2012년 2월 23일 대법원이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양승태가 당시 대법원장이었다. 콜텍지회 판결은 양승태와 청와대의 대표 재판 거래 판결 가운데 하나다.

▲ 이승열 노조 부위원장이 4월 23일 기자회견에서 “4,464일 투쟁, 단식 42일이라는 숫자가 주는 중압감을 온전히 내려놓을 수 있어 기쁘다. 연대와 응원을 보내준 양심 있는 시민과 단체, 종교인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합의였다. 금속노조 서른 곳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힘을 주시길 부탁한다”라고 당부하고 있다. 임연철

이인근 지회장은 기자회견에서 “대법원이 제대로 판결했다면 우리 투쟁이 2012년 2월에 끝났을 것이다. 법원의 부당한 판결로 우리는 7년이나 더 거리에서 견뎌야 했다”라고 분노했다. 이인근 지회장은 정리해고제 폐지와 근로기준법 24조의 해고 요건 강화를 주문했다.

지회 조합원들은 13년 투쟁을 지지하고 지켜준 가족과 동지에게 고마움의 말을 전했다.

임재춘 조합원은 42일 동안 감행한 단식을 돌아보며 “13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 젊은 사람들이 다시는 이런 잔인한 세상에서 살지 않았으면 한다. 이런 단식투쟁은 내가 마지막이길 바란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 콜텍지회 임재춘, 김경봉, 이인근 조합원이 4월 23일 합의안 조인식 기자회견에서 13년 투쟁을 정리하는 소감을 밝힌 뒤 얼싸안고 서로 위로하고 있다. 임연철

김경봉 조합원은 “13년 투쟁 동안 생계를 책임지고, 아이를 돌봐야 했던 가족이 받은 고통에 관해 얘기하고 싶다”라면서 “콜텍지회가 올바른 투쟁의 길을 갈 수 있도록 함께한 모든 동지가 고맙다”라고 인사했다. 콜텍지회 조합원들은 ‘콜텍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에 참가한 동지들에게 꽃을 전달했다.

콜텍지회 조합원들은 다시 우리처럼 불행한 노동자가 거리에서 헤매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과 함께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임재춘 조합원은 42일 동안 벌인 단식으로 건강을 해쳐 녹색병원으로 몸을 옮겨 치료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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