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대의원들은 1월14일 연 46차 임시대의원대회의 앞머리에 산별노조 발전전략위원회의 발표안을 놓고 토론을 벌였다.

노조 산별노조 발전전략위원회(이하 전략위)는 2017년 11월부터 활동을 시작해 1년 동안 ▲산별정책 ▲조직강화 ▲조직확대 등 세 개 분과가 11개 주제를 중심으로 연구를 했다. 전략위는 그동안 4만 금속노조 시절에 만든 제도와 방침을 넘어 금속노조의 미래 발전전략을 세우기 위해 활동했다.

전략위는 2018년 10월부터 46차 임시대대를 열기 전까지 각 지부를 찾아 지부별 현장토론을 진행 했다. 지부 운영위원과 조합·지부 대의원 등 1,700여 명이 전략위가 마련한 발전전략안을 논의했다.

노조는 이번 임시대대에서 전략위가 1년 동안 준비한 노조 발전전략안을 놓고 토론을 벌이는 순서를 마련했다. 정일부 노조 정책실장과 이규선 경기지부 경기지역지회장, 진환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 사무장, 문철상 부산양산지부장이 발제문을 준비했다. 대의원들은 발제문을 준비한 발표자들의 발전 전략안에 대한 평가와 제안을 듣고 현장토론을 벌엿다.

▲ 금속노조가 1월 14일 46차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산별노조 발전전략위원회의 발표안을 놓고 토론을 벌이고 있다. 신동준


지역지회로 돌파구 열자

이규선 경기지부 경기지역지회장은 “노조에서 현재 벌이는 전략조직사업이 지부에 사람 한 명 내려보내는 수준에서 그쳐선 안 된다”라며 “사업장 단위는 공장 밖 조직 확대를 거의 고민하지 않는다. 사업장별 닫힌 구조를 유지하면 조직을 뒤흔들 조직사업은 불가능하다”라고 지적했다.

이규선 지회장은 “지역지회는 자기 조직범위를 공단이나 시 단위로 규정하고 있다. 조직 확대 사업을 조직의 우선 목표로 둔다”라며 “기업지부나 기업별 지회가 각각 처지와 상황에 맞게 지역 조직사업에 동참해야 한다. 예산 인력 문제도 함께 고민하는 장에 나와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규선 지회장은 “노조와 조합원들은 지역지회를 작은 사업장들을 관리하는 역할을 넘어, 조직화 과정에서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는 조직으로 봐야한다. 신한발브분회가 220명, 한국와이퍼분회가 250명 규모의 사업장이다”라고 지적했다.

이규선 지회장은 “이런 사업장들도 분회로 들어와 지역 안에서 옆 공장과 함께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금속노조의 기풍이 이렇게 변해야 조직 전체가 조직사업을 하는 체제로 바뀔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노조운동 원칙 먼저 다시 세워야

진환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 사무장은 “노동운동의 기본원칙 훼손을 그냥 두고 발전전략을 세운다면 금속노조의 정체성을 다시 살릴 수 없다. 원칙을 먼저 세우는 전략상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진환 사무장은 “금속노조 안에서 기아차 1사 1노조 분리문제나 한국지엠의 인소싱 문제 등 원하청 단결이 훼손되는 상황에 개입하고 설득하지 못한 문제가 있다”라며 “최저임금을 둘러싼 국면에서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의 대응 투쟁이 충분치 않았다. 자기 밥그릇이 아닌 전체 노동자를 위한 조직으로 탈바꿈하는 발전전략을 세워야 비정규직 조직화에 더 당당히 나설 수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산별교섭 제도화, 최우선 과제로 

문철상 부산양산지부장은 “산별교섭을 법제화하고, 산별협약을 적용하지 않는 사용자를 처벌하면 산별노조의 조직확대는 저절로 따라올 것이다”라며 “노동자들에게 금속노조가 고용과 노동조건을 지켜줄 수 있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 산별교섭 법제도화가 산별노조를 뿌리 내리는 가장 빠른 길이다”라고 강조했다.

▲ 금속노조가 1월 14일 46차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산별노조 발전전략위원회의 발표안을 놓고 토론을 벌이고 있다. 신동준

문철상 지부장은 조직사업에 필요한 예산 문제에서 “노조 소속 320여 개 사업장이 원칙대로 상여금을 포함한 통상임금 1%를 조합비로 내면 재정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SJM지회 같은 사업장은 이미 시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문철상 지부장은 “조직사업과 활동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노조가 사업장 실태를 조사하고, 조합비 납부 현황을 현장에서 확인 점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라고 제안했다.

노조 대의원들이 발제자들의 발제를 듣고 자신들의 생각과 의견을 각각 밝혔다.

김성열 대의원은 “금속노조가 조합원들의 관심에서 벗어난 이유는 사업을 기획할 때 선택과 집중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다. 산별교섭이 조합원들의 시선을 모으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라며 “조직화 과정에서 지역거점 조직화 사업을 하고 있는데, 홈플러스나 학교비정규직 사례처럼 활동가를 현장에 들여보내 조직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라고 제기했다.

김우용 대의원은 “현장에 금속노조 위기론이 항상 있었다. 이번 보고서는 금속노조가 성장한 현상에 대한 분석이 없다”라며“금속노조가 쌍용차 77일 파업 때 제대로 연대파업을 하지 못했다. 금속노조 위상 추락은 그때 벌어졌다”라고 지적했다.

김우용 대의원은 “그럼에도 금속노조에 많은 노동자들이 관심을 보이는 원인에 대해 노조가 고민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긴 호흡 전략조직화와 산별교섭 제도화 밀고 나가야

금속노조의 현재 실력을 인정하고 조직확대를 통해 힘을 키우는 한편, 산별교섭 제도화를 위해 긴 시야를 두고 주요의제로 조합원들에게 인식시켜야 한다고 지적이 나왔다.

정일부 노조 정책실장은 “사람마다 금속노조에 대한 진단과 판단이 다르다. 전략위원회가 모은 논의는 어쨌든 노조의 힘을 키우는 전략조직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라며 “한편으로 산별교섭 제도화를 노조의 주요 의제로 삼아 긴 호흡으로 끈기있게 추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완성차 지부를 포함하는 금속노조의 산별교섭 추진이 어그러진 과정을 돌아보는 발언이 나왔다. 금속 산별교섭 의제를 설계할 때 조합원들에게 현장의 이해관계를 반영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이를 바탕을 전 조직이 집중 투쟁을 벌여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전략위원회 전문위원인 박유기 전 위원장은 “금속 산별교섭을 제대로 성사하지 못한 현실에 대해 전 위원장으로서 책임을 느낀다”라며 “현대차 등 자본이 완강하게 버티고, 조합원들이 현대차 임금교섭보다 산별교섭을 우선하느냐 아니냐는 문제로 집중력이 떨어졌다”라고 상황을 짚었다.

박유기 전문위원은 “노조가 중앙교섭 참여를 전면에 걸고 투쟁한 사례가 없다. 현대자동차 그룹사 교섭 시도는 현대차그룹의 노무관리를 넘지 못했다”라며 “산별 중앙교섭 쟁취를 위해 노조 전체가 집중하는 투쟁을 만들지 못해 현대차 재벌을 넘어서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금속노동자 ilabo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