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충남지부 파인텍지회 홍기탁, 박준호 조합원이 426일 만에 75m 굴뚝 농성을 마무리 짓고 땅으로 내려왔다. 노조 조합원들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의 응원을 받으며 15시 50분께 박준호 조합원이 먼저 사다리를 타고 내려오기 시작했다. 4시 15분께 두 조합원 모두 무사히 땅을 밟았다.

앞서 금속노조, 파인텍지회와 공동행동은 1월 11일 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 농성장 앞에서 ‘파인텍 교섭 결과 보고와 굴뚝 농성 해단식’을 열고 두 조합원이 무사히 내려오기를 기다렸다. 구조헬기나 침대를 이용한 방법보다 사다리를 타고 걸어 내려오는 방법이 가장 안전하다는 소방당국 판단에 따라 두 조합원은 구급대원의 도움을 받으며 걸어 내려왔다.

▲ 1월 11일 굴뚝 농성장에서 내려온 홍기탁, 박준호 파인텍 조합원이 다른 세 명의 조합원과 함께 조합원들과 시민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있다. 임연철

병원 이송 전, 홍기탁, 박준호 조합원은 다른 세 명의 조합원과 함께 조합원들과 시민들에게 인사부터 했다.

홍기탁 조합원은 “노동조합 하나 지키는 게 왜 이리 힘든지 모르겠다”라며 눈물을 쏟았다. 홍 조합원은 마지막 힘을 다해 “청춘을 다 바쳤다. 민주노조 사수하자”라고 외쳤다.

박준호 조합원은 “파인텍 투쟁을 함께 하며 응원해 준 모든 분께 고맙다”라고 인사했다. 박준호 조합원은 다른 세 명의 파인텍 조합원들에게 농성 말고 투쟁에 힘을 보탠 게 없어 미안하다고 말했다.

33일간 단식으로 지친 차광호 지회장은 “참 힘들고 참담했다”라며 운을 뗐다. 차광호 지회장은 “비정규직 노동자는 길거리로 쫓겨나면 다른 현장에 가서 다시 먹고 사는 삶을 쳇바퀴 돌듯 하고 있다”라며 “모든 노동자가 사람답게 살아가는 날을 만들자”라고 호소했다.

▲ 1월 11일 홍기탁, 박준호 파인텍지회 조합원이 75m 굴뚝에서 내려오고 있다. 임연철

 

▲ 1월 11일 홍기탁, 박준호 파인텍지회 조합원이 75m 굴뚝에서 내려오고 있다. 임연철

김호규 노조 위원장은 “회사가 양보한 게 아니냐고 묻는다. 하지만 회사는 양보한 게 없다”라며 “애초 했던 약속을 지켰다면 굴뚝 농성도 단식도 없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호규 위원장은 “파인텍 굴뚝 농성투쟁이 거리로 쫓겨난 노동자들이 더는 방치되지 않는 한국사회를 만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며 “금속노조답게 향후 합의서 이행 여부를 주시하겠다”라고 경고했다.

연대 단식을 하며 파인텍 투쟁을 응원해온 인권재단 ‘사람’ 박래군 소장은 “노동자와 시민이 연대해 작은 산을 넘었다. 헌법이 보장한 권리 하나를 위해 이렇게 많은 사람이 애를 쓰고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이 서글프다”라고 말했다. 박래군 소장은 “시민사회단체들은 합의서 이행 여부를 감시하며 다시는 이런 일을 반복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결의했다.

▲ 금속노조, 파인텍지회와 공동행동이 1월 11일 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 농성장 앞에서 ‘파인텍 교섭 결과 보고와 굴뚝 농성 해단식’을 열며 두 조합원이 무사히 내려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임연철

인사를 마친 홍기탁, 박준호 조합원과 차광호 지회장 등은 서울 중랑구 면목동 녹색병원으로 이송됐다. 두 조합원과 차 지회장은 건강검진을 마치고 미음을 먹기 시작했다.

차광호 지회장은 “파인텍지회가 투쟁한 가장 큰 이유는 민주노조 사수다. 민주노조를 강화하고 노동자 권리를 찾는 길을 모색하는 금속노조가 되자”라며 금속노조 조합원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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