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2015년에 합의한 해고자 복직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 또 한 명의 해고자가 목숨을 잃었다. 금속노조와 쌍용자동차지부는 자본은 정리해고로, 국가는 폭력으로, 대법원은 재판거래로 김주중 조합원을 죽였다며 분노했다.

금속노조와 쌍용자동차지부는 6월 29일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공장 앞에서 고 김주중 조합원의 노제를 거행했다. 김주중 조합원은 2009년 해고 이후 밤낮으로 일해 생계를 유지하며 복직 투쟁을 계속했다. 고인은 쌍용차가 2015년 합의한 복직 약속을 지키지 않자, 6월 27일 스스로 생을 마쳤다. 김주중 조합원은 쌍용차 정리해고의 서른 번째 희생자다.

▲ 6월 29일 경기 평택시 쌍용자동차 공장 앞에서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가 연 고 김주중 조합원 노조에서 조합원들이 사법 거래로 쌍용차 정리해고 판결을 내린 양승태 대법원을 규탄하는 만장을 들고 있다. 평택=임연철

김득중 노조 쌍용차지부장은 “지난 10년, 죽음만은 막아달라며 자본과 정권에 읍소했지만, 동지를 지키지 못했다. 정말 미안하다”라며 결국 울음을 보였다. 고인의 삶을 보고하던 김득중 지부장은 “살려달라. 벌써 서른 번째다. 모두 힘을 모아 달라”라며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김득중 지부장은 “김주중 동지의 뜻을 이어 해고자 복직과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 손해배상 가압류 철회를 위해 멈추지 않고 투쟁하겠다”라고 결의를 밝혔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추모사에서 “2009년 공장 옥상에서 삶을 지키려 했던 노동자들은 국가와 자본이 휘두른 무자비한 폭력을 감내하며 10년을 살아왔다. 문재인 정부와 쌍용자동차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 쌍용차 해고자들에게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라며 분노했다.

김호규 노조 위원장은 “얼마 전 간담회에서 본 고인의 얼굴과 눈길이 아직도 가슴에 맺혀있다”라며 김주중 조합원을 기억했다. 김호규 위원장은 “잘 가시라. 남은 자들은 동지의 희망을 날카롭게 기억하며, 동지가 꿈꾼 세상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겠다”라고 고인을 추모했다.

▲ 민중가수 박준 동지가 6월 29일 고 김주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조합원 노제에서 추모 공연을 하고 있다. 평택=임연철

송경동 시인은 고 김주중 조합원에게 “추모의 시가 아니라 분노의 시를 바친다”라며 추모 시를 읽었다.

“모두가 나서서 이제 그만이라고 외쳐야 한다.

죽음을 생산하는 저 공장을 멈춰야 한다.

눈먼 자본가들의 탐욕과 특권을 드러내는 촛불은 다시 타올라야 한다.”

고인의 형 김 아무개 씨가 “이런 고통과 불행은 이번이 마지막이었으면 한다”라며 유족을 대표해 인사했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조합원, 추모객들은 고인에게 절을 올리며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노제를 마칠 무렵 동료 해고 조합원이 쌍용차 공장을 향해 국화꽃을 던졌다. 이 조합원은 “너희들이 죽였다”라며 울부짖었다. 회사는 공장 문을 잠갔다.

고 김주중 조합원은 평택에서 태어나 쌍용차 평택공장에서 일했다. 2009년 쌍용차 정리해고 당시 공장점거 파업에 참여했다. 국가폭력에 의한 트라우마와 생활고가 고인을 괴롭혔다. 복직 투쟁 10년, 고인은 끝내 살아서 공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평택에 있는 선산에 영면했다. 유족으로는 노모와 부인, 아들 두 명이 있다.

▲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조합원들이 6월 29일 고 김주중 조합원 노제를 마치며 통곡하고 있다. 평택=임연철

쌍용자동차를 넘겨받은 상하이차는 기술 먹튀를 위해 회계를 조작하고 경영위기를 부풀렸다. 쌍용자동차는 2009년 끝내 2,646명을 해고했다. 노조는 공장을 점거하고 파업에 들어갔다. 이명박 정권은 경찰특공대를 투입해 파업 중인 노동자들을 잔인하게 폭행했다. 양승태 대법원은 ‘쌍용차 정리해고는 무효’라는 서울고등법원 판결을 '정당한 해고'라며 뒤집었다.

해고노동자들은 복직 투쟁을 멈추지 않았다. 쌍용차를 넘겨받은 인도 마힌드라 그룹은 2017년까지 복직을 약속했다. 쌍용자동차는 지난 3월 주간 연속 2교대제 시행을 앞두고서야 열여섯 명을 개별 면접해 그중 여덟 명을 복직시키겠다는 ‘의자 놀이’를 통보했다. 아직도 쌍용차 해고자 130명은 거리에서 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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