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삼성처럼 하청업체 노사동향을 수집하고, 금속노조 조합원이 있는 하청업체에 불이익을 준 정황이 드러났다. 삼성전자서비스가 하청업체 평가제도를 악용해 금속노조 조합원의 일감을 부당하게 빼앗은 행태를 포스코도 저질렀다. 

노조 포항지부(지부장 이전락)와 포스코사내하청지회(지회장 정용식)는 5월 16일 포항 포스코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 외주작업 KPI(핵심성과지표) 평가제도’ 폐기를 촉구했다.

 

노사이슈 발생 시 최대 5점 감점

포스코는 매년 사내하청업체를 대상으로 작업수행 능력과 실적을 평가하는 ‘포스코 외주작업 KPI평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2018년 기준으로 주요 사내하청업체 103개사(광양 48개사, 포항 55개사)가 평가 대상이다.

▲ 금속노조 포항지부와 포스코사내하청지회가 5월 16일 포항 포스코 본사 앞에서 포스코는 노동조합 탄압용 KPI평가제도 폐기하라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지회 제공

포스코는 한 해 동안 하청업체의 ‘조직안정(노사 관련 상시 모니터링 체제 구축과 노사 안정화 정도 등)’, ‘안전관리(안전성과 지표와 재해 발생 현황 등)’, ‘혁신 활동(혁신과제 수행실적 등)’, ‘성과기여도(회사정책 수용성 등)’ 등을 세부 평가한다. 포스코는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하청업체에 등급을 매겨 인센티브와 페널티를 줬다.

포스코는 하위 평가를 받은 하청업체에 ‘경고 공문’을 보내고 ‘개선계획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한다. 포스코는 하위 평가를 받은 하청업체의 일부 작업을 경쟁전환 대상으로 지정하고, 물량 축소를 압박했다. KPI 평가 최하위 회사 여섯 개사는 기본노임 인상률 적용에서도 제외했다.

포스코는 이 평가 기준을 매년 변경한다. 2017년부터 ‘조직안정’ 항목의 배점을 15점에서 35점으로 확대했다. ‘조직안정’ 항목은 하청업체 경영진의 직원과 소통 활동(간담회, 워크샵 등), 경영진 휴일 현장 격려 활동(매주 월요일 오전까지 실적 통보), 노사 관련 상시 모니터링, 임금과 근로조건 개선 조기 타결 정도 등을 평가한다. 특히 노사 이슈 발생 시 최대 5점을 감점한다는 내용이 있다. 포스코가 하청업체의 노사관계에 개입해 하청업체를 포스코의 ‘직접 부서’로 관리해 온 것이다

 

금속노조 사업장은 최하위 평가

양동운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수석부지회장은 “포스코는 KPI 평가에서 금속노조 사업장에 감점을 주고 있다. 기존에 상위 평가를 받은 하청업체 중 최근 금속노조에 가입한 동일기업, 동화기업, 롤앤롤, 포트엘, 화인텍 업체가 KPI 평가에서 2018년 최하위 수준을 받았다”라고 증언했다.

▲ 양동운 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 부지회장이 포스코의 하청업체 평가제도가 금속노조 탄압용이라는 사실을 폭로하는 내용의 발언을 하고 있다. 지회 제공

포스코는 KPI 평가에서 무노조(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와 비금속노조(기업노조) 소속 사업장을 ‘노사 안정화’ 사업장으로 규정하고 있다. 금속노조 소속 사업장은 노사관계가 불안정한 사업장으로 규정해 KPI 평가에서 감점을 주고 있다. 하청업체 A사 사장은 사원들에게 아래와 같이 이메일을 보냈다.

“2017년 외주작업 KPI 평가에서 우리회사가 조업지원 부문 18개 회사 가운데 꼴찌 다음으로 저조한 평가를 받았습니다. 특히 조직안정 분야는 100점 중 35점 배점에 17.17점(평균 26.58점)으로 최하위 수준에 머물렀고, … 상을 받은 네 개 사는 1인당 최고 100만 원에서 40만 원까지 인센티브를 받았고, 우리 회사는 불명예스럽게도 열위 회사로 분류되어 경고문을 받았고, 개선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하청업체 사장들은 금속노조 때문에 KPI 평가에서 최하위 수준을 받은 것처럼 비난하고 있다. 현장에서 KPI 평가를 금속노조 탄압의 칼날로 사용하고 있다.

 

KPI평가는 금속노조 탄압용

현재 포스코는 KPI 평가를 통해 하청업체를 강력하게 관리, 통제하고 있다. 하청업체는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끊임없이 금속노조 탈퇴 공작, 기업노조 지원 등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하고 있다. 포스코가 헌법이 보장한 ‘노동조합 활동’을 불안정한 노사관계로 규정하고 있다. 포스코 50년 무노조 경영의 현실이다.

지회는 법원이 포스코 사내하청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라고 판결한 상황에서 외주 평가제도 자체가 불필요하다고 비판하고, 직접 고용 후 포스코가 노동자들을 직접 평가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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