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해고자 복직 실무교섭 진행 중 해고자 여덟 명 선별 복직을 일방 통보했다. 개별 면접을 통보받은 해고자들은 ‘들러리 복직’이라고 반발하며 면접을 거부했다. 

쌍용차는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을 앞두고 26명의 인력 충원계획을 발표하고, 여덟 명을 해고자 몫으로 배정했다. 회사는 복직 인원의 두 배수인 열여섯 명에게 면접을 개별 통보했다.

면접을 통보받은 해고자들은 “우리 눈앞에서 말라가는 지부장을 밟고,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남은 해고자를 밟고 복직해야 하는 상황을 선택할 수 없으므로 ‘사양’한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면접을 거부하고 쌍용차 해고자 전원에 대한 복직 계획을 요구”하기로 했다.

▲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가 3월 15일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정문 앞에서 ‘사측의 일방 통보에 놀아나는 들러리 복직 거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평택=임연철

해고자들은 “하루라도 빨리 공장 안 땅을 밟고 싶지만, 복직 조건이 동료들의 어깨를 밟아야 하고, 타들어가는 지부장에 대한 배신이라면 ‘나만’을 거부하고 ‘함께’를 선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는 3월 15일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정문 앞에서 ‘사측의 일방 통보에 놀아나는 들러리 복직 거부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부는 “지부장이 해고자 복직 약속을 지키라고 단식하며 성실 교섭을 촉구하는 상황에서 회사가 지부를 무시하고 해고자 개별 면접을 통보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지부는 “우리 요구는 2015년 합의한 복직 약속을 지키라는 것뿐이다. 회사가 약속한 기한이 8개월이 지났는데 회사는 열여섯 명 해고자에게 ‘의자 놀이’를 시키려 한다”라고 분노했다.

▲ 노조 쌍용자동차지부 한 해고자가 3월 15일 ‘사측의 일방 통보에 놀아나는 들러리 복직 거부 기자회견’에서 면접통보서를 들고 있다. 평택=임연철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유혹과 이해타산을 뛰어넘은 열여섯 해고자에게 고맙다”라는 인사를 전하고, “17만 금속노조 조합원이 쌍용차 해고자 130명의 눈물을 닦아 주겠다. 금속노조가 할 수 있는 모든 정치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쌍용자동차 희생자 추모와 해고자 복직 범국민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최재철 신부는 “쌍용차는 노동자 희롱하지 말라. 선별 복직은 비열한 작태이고 양아치나 깡패 집단이나 하는 짓”이라고 질타했다.

단식 15일째인 김득중 지부장은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실무교섭 중에 쌍용차가 저지른 도발을 이해할 수 없다며 “마지막으로 쌍용차에 말한다. 해고자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 방안을 제시하라”라고 경고했다. 지부장은 최종식 사장 면담도 공식 요청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면접 대상자인 김범철 조합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김범철 조합원은 “지난 10년간 너무나 간절히 바랐던 시간이 왔지만, 그 간절함을 잠시 내려놓겠다. 함께 웃는 날까지 버티겠다”라고 담담히 말했다.

▲ 김득중 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이 3월 15일 ‘사측의 일방 통보에 놀아나는 들러리 복직 거부 기자회견’에서 “마지막으로 쌍용차에 말한다. 해고자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 방안을 제시하라”라고 경고하고 있다. 평택=임연철

이어 두 명의 해고 노동자가 기자회견문을 읽어 내려갔다.

“우리가 처한 어려움을 무기 삼아 그리고 우리의 가난과 기울어진 가정형편과 커가는 아이들의 미래를 틀어쥐고 우리를 시험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선택하고 이곳에 서 있다. 우리는 더 단결하고 더 화합하고 더 껴안으며 쌍용차 해고자 복직 문제를 풀 것이다.”

지부와 해고자가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쌍용차는 해고자들에게 면접 보러 오라는 연락을 멈추지 않았다. 쌍용차는 ‘2017년 상반기까지 해고자 복직’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 기한이 지났고, 새 차가 잘 팔리고,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 등 복직 조건이 다 갖춰졌음에도 합의 이행에 관한 아무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저작권자 © 금속노동자 ilabo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