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과 사업주들이 새해 최저임금 인상에 극렬하게 저항하는 가운데, 이를 빌미로 노동자를 정리해고하려는 악질사업주가 나타났다.

금속노조 서울지부는 1월 10일 청와대 앞에서 ‘최저임금 인상 꼼수 규탄, 문재인 정부 편법 종용 중단, 편법 사업장 엄벌 촉구 최저임금노동자 기자회견’을 열어 레이테크와 정우금속 등 사업주의 최저임금 무력화 시도와 편법 적용 사례를 폭로하고, 정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라벨, 견출지 등 사무용품을 만드는 레이테크는 금속노조 서울지부 동부지역지회 레이테크분회 조합원 스물한 명이 일하는 포장부를 폐쇄하려 한다. 사측은 작업장 임대계약 만료일인 1월 17일을 앞두고 재계약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에 앞서 레이테크는 최저임금 인상을 앞둔 지난해 11월 27일 포장부 노동자를 영업부로 배치전환 한다고 통보했다. 이 여성노동자들은 5년에서 10년 넘게 포장일을 해왔다.

▲ 금속노조 서울지부 조합원들이 1월 10일 청와대 앞에서 ‘최저임금 인상 꼼수 규탄, 문재인 정부 편법 종용 중단, 편법 사업장 엄벌 촉구 최저임금노동자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인상을 빌미로 정리해고를 하려는 레이테크와 상여금을 기본급에 편법 포함한 정우금속 사업주를 처벌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동준

금속노조 서울지부와 레이테크분회는 임태수 대표가 최저임금이 오르자 사업장에서 이를 무력화하기 위해 금속노조 조합원만 구조조정을 하려 한다고 주장한다. 레이테크분회는 “사측은 지난 2년 동안 노동부에서 고용지원금 등을 받으며 노사상생을 외치다 지원금이 끊기고 최저임금이 오르자 해고하려 한다”라고 지적했다. 분회는 “사측은 영업부로 가라면서 해고 회피 노력을 한다고 주장하지만, 직무교육은 노동부에 의뢰하겠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정우금속은 새해 최저임금이 오르자 상여금 500% 가운데 300%를 12개월로 나눠 준다고 노동자에게 통보했다. 최저임금 수준 임금을 받는 노동자에게 최저임금 인상 효과는 사라지고 총액대비 수십만 원의 임금을 손해 볼 상황이다.

정우금속 사측은 상여금 쪼개기 편법이 주춤하자 노사협의회와 관리자들을 동원해 회유를 시도했다. 금속노조 서울지부 경기북부지역지회 정우금속분회 조합원과 비조합원들이 막아내고 있지만 힘겨운 상황이다. 정우금속이 속한 JNS그룹의 능원금속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이 없어 이 같은 편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 금속노조 서울지부 조합원들이 1월 10일 ‘최저임금 인상 꼼수 규탄, 문재인 정부 편법 종용 중단, 편법 사업장 엄벌 촉구 최저임금노동자 기자회견’에서 레이테크 사측의 주장을 규탄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신동준

금속노조 서울지부와 정우금속분회는 “이광원 회장은 매출액 5천억 원에 육박하는 회사를 소유하고 금탑산업훈장을 받은 사람이다. 지난해에 매출액 666억 원의 회사를 인수하는 등 몸집을 키우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분회는 “회사를 키운 노동자들에게 십수 년째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을 주면서, 노조의 주장은커녕, 대통령이 제시한 최저임금 인상 취지마저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노조 서울지부는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무력화와 편법 적용에 적극 대응하지 않고, 최저임금위원회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정기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하려는 불순한 시도를 하고 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노조 서울지부는 1월부터 각 공단과 주요 지역에서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와 편법적용 사례를 수집하고, 근로조건 후퇴 방지대책 홍보, 신고, 상담 사업을 벌인다고 밝혔다.

현재 최저임금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복리후생을 위한 식대, 가족수당, 통근수당 ▲명절교통비, 명절보너스, 정기상여금과 같이 산정기간이 1개월을 넘는 임금 ▲초과근무수당처럼 고정급 성격이 없는 임금 등은 최저임금에 포함하지 않는다. 더불어 최저임금 포함 여부는 임금항목의 명칭이 아닌 성격으로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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