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말 :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새해 1월 1일 써서 김정욱 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사무국장에게 보낸 편지를 공개합니다. 맞춤법과 띄어쓰기는 원문대로 편집했습니다.]

사랑하는 아우 정욱에게.

무술년 새해 첫날 고생하고 있는 아우를 불러본다. 떡국은 먹었니.

진짜 설 날은 멀었지만 새해이니 한 그릇 하는 것도 좋겠지. 여기도 일주일 한끼 정도는 떡국이 나오는데, 이 달 차림표가 월요일 아침에 떡국인지라 나도 한 그릇 했단다.

황금 개띠라 말하지만 우리에게 햇수로 십 년이 되어버린 복직에 대한 절박함 뿐이구나.

인도 원정 간 동지들은 무탈한지 모르겠구나.

간간히 나오는 언론보도로 만남이 있었다는 정도만 알고 있다. 얼마전 인도를 포함하고 있는 남아시아 노총 지도부가 왔길래 인도원정투쟁에 대해 설명하고 연대를 부탁했더니 벌써 접수하고 있다고 하더구나.

한치 건너 두치라고 했듯이 아무리 사회적 책임에 적극적인 마힌드라라고 해도 우리 현장에서 요구가 없다면 나설리가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일 것이다.

회사 경영진은 현장 핑계를 대면서 면피를 하는데 급급하고, 기업노조는 알면서도 기만적인 프레임을 깨지 못하고 있는 것 같구나.

3월로 예정하고 있는 주간연속2교대만은 약속을 지키도록 전방위적인 공세를 해야할 것 같다.

▲ “사면관련 뉴스는 보았다.결론부터 말하자면 형은 기대도 하지 않았었고 결정에 대해 조금도 비판하고 싶지 않다.노동자를 적으로 규정하고 노골적인 탄압을 자행하던 박근혜 정권에 맞서 투쟁의 앞자리에 서는 것은 민주노총 위원장의 당연한 책무이다.공포를 확장시켜 노동자 민중의 분노를 잠재우려 했지만 우리는 무릎 꿇지 않고 싸운 것이다.징역을 몇년 사느냐는 문제는 사치스런 감상일 뿐이었고, 결국 노동자 민중을 짓밟았던 박근혜 정권은 탄핵 구속되었다. 이렇게 빨리 올지는 몰랐지만 노동자 민중의 분노는 폭발했다.광장의 감동은 느끼지 못했어도 담장밖 세상은 경이롭게 느껴진 시간이었다.이 순간부터 노동자를 가둔 감옥은 더 이상 감옥이 아닌거라 생각했다.물리적으로 담장안에 있느냐 동지들 곁에 있느냐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문재인 정부를 탓할 필요도 없다.”

지나고 나면 허망한 것이 돈인줄 알면서도 잔업 특근에 목메고 있는 현장 동료들을 공감·설득해가는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마음에 상처가 치유되지 않은 조합원들과 단결을 이뤄내는데 지름길은 없다고 생각한다.

후원주점, 생계비 마련 판매 등에 많은 관심을 보여줬던 동지들이 부담없이 마음 보탤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해 보았으면 좋겠다 싶구나.

물론 많은 노력들을 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로 민주노총에게 주어진 막중한 책무를 맡아서 달려온 3년의 시간도 마무리되었구나.

벼랑끝에 내몰린 노동자와 절망의 노동을 떨쳐내려는 노동자 모두의 희망이 되고자 했으나 기대에 부흥하지 못하고 마쳤노라는 복귀 보고를 하게되어 부끄럽고 미안하다.

남은기간 동안 반성문 열심히 쓰도록 할게.

사면관련 뉴스는 보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형은 기대도 하지 않았었고 결정에 대해 조금도 비판하고 싶지 않다.

노동자를 적으로 규정하고 노골적인 탄압을 자행하던 박근혜 정권에 맞서 투쟁의 앞자리에 서는 것은 민주노총 위원장의 당연한 책무이다.

공포를 확장시켜 노동자 민중의 분노를 잠재우려 했지만 우리는 무릎 꿇지 않고 싸운 것이다.

징역을 몇년 사느냐는 문제는 사치스런 감상일 뿐이었고, 결국 노동자 민중을 짓밟았던 박근혜 정권은 탄핵 구속되었다. 이렇게 빨리 올지는 몰랐지만 노동자 민중의 분노는 폭발했다.

광장의 감동은 느끼지 못했어도 담장밖 세상은 경이롭게 느껴진 시간이었다.

이 순간부터 노동자를 가둔 감옥은 더 이상 감옥이 아닌거라 생각했다.

물리적으로 담장안에 있느냐 동지들 곁에 있느냐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문재인 정부를 탓할 필요도 없다.

촛불정부라 자임하지만 정권의 정체성은 노동자의 기대와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 그 또한 진전일 것이다.

분노와 비판은 쉽지만 가슴에 새기고 보란듯이 실력을 키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나약한 강아지처럼 멍멍거릴 시간이 없다. 노동존중세상을 노동자의 단결된 힘으로 이루지 못한다면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것을 잊지말자.

가장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투쟁하는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저임금 미조직 노동자가 소수가 아닌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야할 다수임을 자각하는 새해가 되길 소망해본다.

그 길에 남은 인생을 바치리라고 하얀벽을 증인 세우고 다짐하며 새해 첫 날을 맞는다.

사랑하는 아우님도 새해에는 몸도 마음도 강건해지길 바라옵고 제수씨, 조카님과 함께 조금 더 행복해지길 바란다. 응원할게!

사랑한다. 투쟁!

2018. 1. 1 화성에서 한상균 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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