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앙선거관리위원장 장진수)는 9월 7일 서울 정동 조합 회의실에서 임원선거에 출마한 위원장 후보 세 명을 초청해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2009년 6기 임원선거 이후 8년 만에 연 금속노조 임원선거 정책토론회다.

기호 3번 김호규, 기호 2번 하상수, 기호 1번 남택규 후보 순서로 선관위가 준비한 공통질문에 답하고, 상호질문-응답 방식의 토론을 벌였다. 토론회 생중계를 앞둔 세 후보는 긴장된 모습으로 예행연습을 하며 연신 ‘방송이 쉽지 않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다소 굳은 모습이던 세 후보는 토론회를 시작하자 차분하게 금속노조 앞에 놓인 여러 과제에 대한 생각과 정책을 찬찬히 밝혔다. 세 후보는 각 사안에서 대원칙에 동의하면서도 나름의 고민을 담은 해법을 내놨다.

▲ 9월 7일 노조 회의실에서 정책토론회를 마친 10기 위원장 기호 3번 김호규, 기호 1번 남택규, 기호 2번 하상수 후보(사진 왼쪽부터)가 조합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신동준

세 후보는 정택토론회 첫 순서로 노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준비한 세 가지 공통질문인 ▲임금체계 개편 ▲디지털화·4차 산업혁명 ▲노동시간 단축 등에 관한 토론을 벌였다.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 원칙 달성 방안 조금씩 달라

세 후보는 모두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 원칙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을 주장했지만,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 원칙을 달성하는 방안은 조금씩 달랐다.

남택규 후보는 월급제 도입과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한 기금 조성을 제시했다. 남택규 후보는 “자동차 사업장은 10년에 한 번씩 위기가 온다. 이 위기에 대비해 월급제를 반드시 실현하겠다. 정규직 참여 포함한 사회 양극화 기금을 조성해 미조직․비정규 노동자 임금을 지원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하상수 후보는 “임금체계 대안 논의는 신임금체계 저지부터 시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하상수 후보는 “회사가 이미 근속연수가 높은 노동자와 신규 입사자에게 신임금체계란 명목으로 이중임금체계를 적용하고 있다”라며 “신임금체계를 바로잡지 못하면 어떤 대안도 만들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김호규 후보는 사무처, 지부 정책 간부가 참여하는 단체협약위원회를 제안했다. 김호규 후보는 “독일 금속노조가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데 15년이 걸렸다. 금속노조도 빨리 단협위원회를 만들어야 준비해야 한다”라며 “미조직노동자에게 ‘금속노조가 임금체계를 정비하니 내 임금이 오르네’란 생각을 심어줘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총고용 보장은 동의…문제점, 해법 각각

세 후보는 디지털화․4차 산업혁명에 관한 질문에 총고용 보장을 쟁취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했지만, 디지털화가 가져올 문제와 해법에 조금씩 다른 견해를 밝혔다.

하상수 후보는 숙련배제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하상수 후보는 “지금까지 숙련노동자를 통해 산업구조를 만들어왔다. 현재 디지털화가 숙련노동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진행 중이란 사실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호규 후보는 파편화 문제를 언급했다. 김호규 후보는 “조합원 교육시간에 살펴보면 스마트폰 때문에 교육진행이 어렵다”라며 “정보통신기술 발달이 개인에게 소중한 정보를 주겠지만, 조합원 파편화와 노조 조직력 약화를 부를 수 있다. 노조가 이런 문제까지 대응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남택규 후보는 미래전략위원회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남택규 후보는 “자동차공장 현장에서 벌써 엔진 변속기가 없어지는 현상을 걱정하고 있다”라며 “자동차, 철강, 조선업종까지 묶어 이후 닥칠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하는 미래전략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노동시간 단축 방안, 김-조합원의견, 남-노정교섭, 하-조합방침

세 후보는 노동시간 단축 과제 해결 방안에 관해 조금씩 의견이 달랐다.

김호규 후보는 현대자동차지부 사례를 들어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조합원 뜻을 모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현대차지부는 2013년 3월부터 8시간 교대제를 도입해 2016년 12월 기준으로 이전보다 노동시간이 600시간 정도 줄었다. 김호규 후보는 “조합원과 눈높이를 맞춰 조합원이 공감할 수 있는 노동시간 단축 방안을 만들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라고 약속했다.

남택규 후보는 노정교섭 필요성을 강조했다. 주 40시간 노동을 모든 사업장에 적용하기 위해서 근로기준법 59조가 규정한 노동시간 특례를 폐기해야 한다. 결국,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법 제도를 바꿔야 하고, 이를 위해 노정교섭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남택규 후보는 “현장 실천과 더불어 제도를 바꾸기 위해 치열한 노정교섭이 필요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상수 후보는 사업장 장시간노동 관행에 관해 “조합원 개인 문제가 있지만, 산별노조인 금속노조가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방침을 제대로 세우지 못해 생긴 문제”라며 “우리 스스로 노동시간 단축에 대해 명확하고, 냉정한 방침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세 후보들은 선관위가 마련한 공통질문에 대한 답변을 마친 뒤 각 후보가 주도권을 쥐고 상대 후보와 토론을 벌이는 상호토론을 이어갔다.

저작권자 © 금속노동자 ilabo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