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데모스(Podemos)는 스페인말로 ‘우리는 할 수 있다’라는 뜻이다. 이 흔한 구호를 정당명으로 채택한 새로운 좌파의 정치 실험은 스페인 정치를 강타했다. 2014년 1월 반긴축 반부패를 기조로 공식 출발한 신생정당 포데모스는 첫 선거인 2014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네 번째 당으로 등장했다. 2015년과 2016년 총선에서 500여만 표를 얻어 세 번째 당으로 도약했다.

포데모스는 파시스트 독재자 프랑코 사망 이후 민주화 이행을 통해 형성한 이른바 ‘1977년 체제’와 지난 40년 동안 스페인 좌파를 지배한 사회당(PSOE)의 헤게모니에 도전하고 있다.

 

2008년 경제위기와 인디그나도스 운동

포데모스는 한마디로 2008년 경제위기와 이에 맞선 사회 투쟁의 정치 산물이다. 스페인을 강타한 2008년 경제위기 속에서 무능력하고 부패한 체제에 맞선 거대한 대중운동이 폭발했다. 이른바 스페인의 인디그나도스(Indignados: 분노한 사람들) 운동이다.

인디그나도스 운동은 2011년 5월 15일 마드리드 푸에르테 델 솔 광장의 집회를 시작으로 전국의 모든 광장을 점거하는 운동으로 확장했다. 운동이 시작된 5월 15일(May-15)을 기념하는 의미로 M-15운동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운동은 2011년부터 2012년까지 전국 운동으로 폭발했다. 비록 규모는 줄었지만 현재까지 스페인의 강력한 사회운동이자 경제위기에 맞선 저항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 스페인 민중이 2016년 5월 15일 마드리드 푸에르테 델 솔 광장에서 인디그나도스 운동 5주년을 기념하는 대회를 하고 있다.

광장 점거와 밤샘 농성, 텐트촌은 활발한 창의 온라인 활동과 더불어 인디그나도스 운동의 상징이 됐다. 2012년 아랍의 봄과 미국의 월가점거운동(OWS)에 직접 영향을 줬다. 약 650만~800만 명이 이 거대한 운동에 참여했다. 고실업과 복지축소, 부패한 정치와 자본주의에 도전하는 풀뿌리 운동의 전형을 창출했다. 이 거대한 운동에 힘입어 새로운 정당 포데모스가 탄생했다.

 

조직과 당원, 새로운 정당과 조직문화

포데모스는 기존 제도권 정당과 전혀 다른 조직문화와 당 조직을 창조했다. 당의 기본조직은 자발 당원모임인 서클(Círculo)이다. 지역 당 대회와 전당대회는 시민총회(Asamblea Ciudadana)라고 부른다.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소통을 주요한 조직화 무기로 활용하는 포데모스는 주요한 정치 결정을 전 당원 인터넷 투표로 한다.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소통과 결정구조 덕분에 포데모스는 다른 기성정당에 비해 정치 우위에 설 수 있었고, 적대 언론의 공세에 맞설 수 있었다.

선거정치의 성과보다 더 중요한 현상은 급속한 당원 증가다. 2014년 당적 구조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24시간 안에 유럽의회 선거참여에 필요한 5만 명의 서명을 받았다. 포데모스는 출범선언 20일 만에 당원 10만 명, 10월 마드리드 전당대회 때 20만 명, 연말까지 30만 명을 돌파하는 등 급속하게 성장했다. 2016년 현재 45만 명의 대중정당으로 자리 잡아 경쟁상대인 사회당을 압도하고 있다.

 

선거정치․기성정치에 강력 도전

포데모스는 2014년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화려하게 데뷔했다. 첫 선거에서 125만 표(8%)를 얻어 유럽의회의원(MEP) 다섯 명을 배출했다. 2015년 5월 지방선거에 불참했지만, 지역 풀뿌리 운동과 연대했다. 이 결과 포데모스와 연대한 범좌파 세력의 여성 후보들이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 시장에 당선하는 성과를 올렸다.

진검승부에 나선 포데모스는 2015년 12월 총선에서 521만 표(20.68%) 득표로 69석을 획득, 세 번째 당에 올라 스페인 정치에서 캐스팅 보트를 쥐었다. 첫 번째 당 국민당(PP)의 과반수 미달로 정부 구성에 실패해 다시 실시한 2016년 6월 총선에서 좌파연합(IU)과 선거연합을 구성해 포데모스 우니도스(Podemos Unidos)로 나서서 508만 표(21.15%)로 67석을 확보했다.

포데모스는 사회당을 제치고 두 번째 당으로 도약하지 못했지만, 국민당의 신자유주의 긴축정책과 부패정치에 맞선 강력한 야당으로 스페인 정치의 근본 변혁과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을 주도하고 있다.

 

변화하는 좌파지형

1936년 2공화국 정치를 주도한 인민전선의 양대 좌파정당인 사회당(PSOE)과 공산당(PCE)은 프랑코 파시즘 아래서 불법화했지만, 1975년 프랑코 사망 이후의 민주화 이행과정에서 다시 스페인 정치무대에 등장했다.

유럽 사민주의와 사회주의 인터내셔널(SI)의 전폭 지지를 받았던 사회당은 민주화 이후 스페인의 주력 정당으로 자리 잡은 반면, 공산당은 사회당과 경쟁에서 밀려 소련해체 이후 주변 정당으로 전락했다. 1990년대 이후 독자 선거대응을 포기하고 좌파연합(IU)이란 선거동맹으로 선거에 참여해 왔다.

2011년 인디그나도스 운동 이후 스페인의 좌파지형은 근본부터 변화했다. 이 중심에 포데모스가 있다. 포데모스는 경제위기 시대에 자본주의에 도전하는 새로운 세대의 사회운동에 기반을 두고 1977년 체제와 전통좌파에 도전하고 있다.

포데모스는 창당하자마자 좌파연합을 추월해 사회당 왼쪽에서 좌파의 주력이 됐다. 겨우 두 번째 당의 위치를 유지한 사회당에 도전하고 있다. 스페인 사회와 정치, 좌파지형을 바꾸는 정치 실험을 펼치고 있다.

원영수 <국제포럼>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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