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기행 날 아침 이슬비가 내려 걱정했다. 기행지 강화도로 출발하니 날씨가 좋아져 왠지 야유회 가는 기분이 들었다. 기행 버스에 함께 탄 해설사는 “대한민국은 통일하지 않았으니 섬나라인 셈이다”라고 말했다. 삼면이 바다이고 휴전선을 넘을 수 없으니 섬나라라는 뜻이었다. 가슴이 아팠다.

강화도에 도착해 전등사와 광성보에 들렀다. 외세의 침략 역사에 관해 들으며 무능한 권력자의 집권 시기엔 민중의 삶이 힘겹다는 사실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연미정에 올랐다. 함께 간 경기지부 조합원들이 웅성거린다. “저기 바다 건너가 설마 북녘땅?” 정말 손에 잡힐 듯하다. 조강 유역 건너편이 황해도 개풍군이다. 아, 북녘땅이 이렇게 지척인데 갈 수 없다니. 나도 모르게 탄식이 나온다.

연미정은 군사보호 구역 안에 자리 잡고 있다. 민간인의 출입이 엄격히 제한된 장소였다.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민간인에게 개방했다. 작은 변화에서 다시 정권교체의 중요성을 느꼈다.

▲ 저 멀리 우리와 같은 언어와 풍습을 가진 동포가 논에서 한 줄로 길게 서서 모내기를 하고 있었다. 내 부모님도 같은 계절에 모내기를 하셨다. 해설사는 모내기를 하는 논 위에 포병부대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 민족의 비극이다. 심경수

조강 유역은 한강과 임진강, 서해가 만나는 곳이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유역이라 어종이 많고 풍부하지만 남과 북은 들어가지 못하는 수역이다. 중국 어선만 들어가 불법 조업으로 어류를 싹쓸이해 간다고 한다. 어처구니없는 분단의 현실이다.

마지막 기행지인 강화 평화전망대로 이동했다. 길을 따라 오른쪽 바다 건너로 북녘땅이 계속 이어진다. 기분이 묘하다. 전망대 가는 길에 통과 의례를 치러야 한다. 해병대가 지키고 있는 검문소를 들러야 한다. 버스가 멈추니 총을 멘 해병이 올라왔다. 남북 분단의 현실을 피부로 느꼈다.

강화 평화전망대에서 북녘땅까지 거리는 연미정보다 더 가깝다고 한다. 저 멀리 우리와 같은 언어와 풍습을 가진 동포가 논에서 한 줄로 길게 서서 모내기하고 있었다. 내 부모님도 같은 계절에 모내기하셨다. 해설사는 모내기하는 논 위에 포병부대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 민족의 비극이다. 전망대에 오르니 어른보다 아이들이 더 신기해하며 망원경으로 북녘땅 이곳저곳을 살펴본다.

안산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쉬운 마음으로 상상했다. ‘지금까지 6.15와 10.4 선언을 남과 북이 잘 이행했다면 우리 민족은 어떤 나라에서 살고 있을까?’ 이산가족은 언제든지 화상 전화로 서로의 안부를 확인할 수 있고, 열차를 타고 유럽 여행을 가고, 뒤떨어진 북녘 개발을 위해 경제가 활성화돼 일자리가 넘쳐났을 거다. 한반도가 동북아시아 물류 중심이 된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현실은 씁쓸하기만 하다. 다행히 2016년부터 2017년까지 벌인 촛불 투쟁으로 정권교체를 이뤘으니 기다려보자. 우리 아이들이 전쟁을 걱정하지 않는 평화 통일로 나아가자.

심경수 경기지부 대창지회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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