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현재 베네수엘라 전체가 위기를 겪고 있다. 4월 초부터 시작한 반정부 우파의 폭력시위로 사망자가 70명을 넘었고, 13,000여 명이 다쳤으며, 2,500여 명이 체포됐다.

2013년 우고 차베스의 갑작스러운 사망 이후 니콜라스 마두로가 대선에 승리해 볼리바리안 혁명을 이어가고 있지만 반정부 우파의 도전이 거세지면서 차베스가 시작한 볼리바리안 혁명의 미래는 불투명해졌다.

그럼에도 베네수엘라의 21세기 사회주의 혁명은 끝난 것이 아니다. 빼앗긴 정권을 되찾겠다는 일념밖에 없는 반정부 우파는 신자유주의 이념과 긴축 정책 외에 아무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1998년 차베스의 역사적 승리로 시작한 볼리바리안 혁명은 여전히 강력한 대중 계급기반을 갖고 있다. 특히 차베스주의를 지지하는 베네수엘라의 노동자-민중은 베네수엘라 통합사회주의당(PSUV, 아래 통합사회당)으로 조직돼 있다.

 

새로운 대중정당 건설실험

통합사회당은 2007년 3월24일 차베스 대통령의 주도로 건설됐다. 외형상 2008년 대선을 대비한 정당이지만 조직의 뿌리는 깊다. 이 시기까지 차베스의 정당은 1998년 대선에 도전할 당시 차베스와 동료들이 만든 제5공화국 운동(MVR)이었다.

부패한 기성정치를 비판한 차베스의 인기는 높았지만 제도정치와 기성정당에 대한 대중의 불신과 반혁명공세(2002-04년 쿠데타, 석유업계 파업, 소환투표 등) 때문에 제5공화국 운동은 대중정당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 통합사회당의 정치실험은 끝나지 않았다. 베네수엘라 전체 위기와 이에 편승한 우파의 무차별 폭력 공세를 저지하고 21세기 사회주의혁명을 수행할 힘은 마두로 정부가 아니라 베네수엘라의 풀뿌리 민중과 통합사회당의 기층조직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2014년 PSUV 당대회에서 당 깃발을 휘날리고 있다.

우파의 반동 공세가 실패하자 우고 차베스는 볼리바리안 혁명이 21세기 사회주의 혁명이라고 선포하고 이를 수행할 새로운 주체를 조직화하는 데 나섰다. 그 성과물이 바로 통합사회당이었다.

당초 차베스의 구상은 볼리바리안 혁명에 동의하는 모든 정치세력을 한 정당으로 통합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공산당(PCV) 등 일부 기성 좌파정당이 합류를 거부했다. 이후 선거는 애국대동맹(GPP: Gran Polo Patriótico)이란 선거연합을 중심으로 대응했다. 애국대동맹 안에서 통합사회당의 비중은 매우 크다.

현재 당 총재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부총재는 디오스다도 카베요다. 당 조직은 지역과 부문 두 축으로 구성돼 있다. 기본조직은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는 우고차베스 투쟁단(UBCh)이다. 상급기관은 민중투쟁서클(Círculo de Lucha Popular)이다. 집행지도부는 29인 전국위원회이고, 당 대회는 2년마다 개최한다. 당원은 7,632,606명(2014년 기준)으로 중국공산당을 제외하면 세계 최대 규모의 정당이다.

 

통합사회당의 선거 정치

통합사회당은 2010년 총선에서 가볍게 승리했다. 5,451,419표(48.3%)를 얻어 165석 중 96석을 차지했다. 차베스가 후보로 나온 2012년 대선에서는 8,191,132표(55.07%)를 얻어 연임에 성공했다.

그러나 2013년 우고 차베스 사망 이후 상황이 긴박해졌다. 니콜라스 마두로가 차베스의 후계자로 2013년 대선에서 승리를 거뒀지만, 득표는 7,587,579표(50.6%)에 그쳤다. 우파 후보 엔리케 카프릴레스(7,363,980표, 49.1%)와의 격차는 겨우 1.5%P였다.

특히 2015년 국제유가 하락 이후 경제상황이 악화된 가운데 실시한 12월 총선에서 통합사회당은 최악의 참패를 기록했다. 야당연합(MUD)이 7,728,025표(56.2%)를 득표한 반면 통합사회당 득표는 5,625,248표(40.9%)에 머물렀다. 야당 득표 증가보다 마두로 정부에 실망한 지지층의 기권과 이탈이 주요 원인이었다. 현재 통합사회당은 국회에서 52석을 차지해 국회 지배력을 상실했다. 그러나 지방정치에서 야당을 앞서고 있다. 23개 주 가운데 주지사 19명, 전국 335개 시 가운데 시장 254명을 보유하고 있다.

 

비판 평가와 과제

통합사회당은 위로부터 조직한 정당이지만 풀뿌리 조직을 한데 모으려는 야심 찬 기획이었다. 통합사회당은 조직의 틀만 완성했을 뿐 새로운 대중정당을 시도한 실험 프로젝트로서 성격이 강하다.

통합사회당은 출범할 때부터 적잖은 비판과 저항을 받았다. 당내 민주주의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특히 볼리바르 부르주아지라고 불리는 차베스 진영 내 명망가, 고위관료들이 상층부를 장악해 관료주의를 키우고 당내 민주주의 활성화를 가로막는다는 비판이었다.

통합사회당이 선거정당에 머문 것이 아니냐는 비판과 더불어 선거 정당으로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15년 12월 총선에서 얻은 표가 당원 수보다 적었다는 사실은 현재 위기가 마두로 정부의 위기일 뿐 아니라 통합사회당의 위기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통합사회당의 정치실험은 끝나지 않았다. 베네수엘라 전체 위기와 이에 편승한 우파의 무차별 폭력 공세를 저지하고 21세기 사회주의혁명을 수행할 힘은 마두로 정부가 아니라 베네수엘라의 풀뿌리 민중과 통합사회당의 기층조직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원영수 <국제포럼>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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