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파괴 중단과 노사관계 정상화를 위해 ▲재벌 적폐 청산 ▲노동악법 개정 ▲민주노조운동의 자기혁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유성기업 등 노조파괴범 처벌과정에서 자본 편파수사를 벌인 검찰을 개혁하고 근로감독관에게 독립 수사권을 줘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금속노조와 유성기업지회 범국민대책위원회는 6월13일 서울 광화문 변호사회관 조영래 홀에서 ‘현대차 재벌의 부품사·비정규직 노조파괴 현실과 대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노동자들과 전문가들은 결국 투쟁의 중심은 노동조합이고 금속노조가 재벌 자본과 직접 싸우기 위한 조직력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금속노조와 유성기업지회 범국민대책위원회가 6월13일 서울 광화문 변호사회관 조영래 홀에서 ‘현대차 재벌의 부품사·비정규직 노조파괴 현실과 대안 토론회’를 열고 있다. 신동준

안재원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연구원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윤여철 식 노무관리에 대해 설명했다. 안재원 연구원은 “현대자동차 노무관리는 MTM(Man To Man) 방식에 ‘법과 원칙’이라는 이념을 결합한 독특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안 연구원은 “현대차는 집행부, 현장조직, 활동가에게 근접-밀접 접근해 협조와 포섭을 추구하고 노노갈등을 유도해 회사와 현장의 대립-갈등구조를 회피한다”고 지적했다. 

안재원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의 노무관리 방식은 현장 여론과 정서를 장악하고 통제하는 힘을 보여줘 보이지 않는 공포를 공장에 떠돌게 만든다고 분석했다. 안 연구원은 이 공포가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봉쇄하고 이기적이고 개별화된 ‘종업원’으로 만들며, 노동조합을 협력 지향의 교섭파트너로 변화시키는 것이 주목적이라고 봤다.

안 연구원은 전 세계 자본 중 유일한 현대자동차의 비정상 노무관리를 바꾸기 위해 한국사회의 가장 큰 적폐인 재벌체제를 바꿔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노조파괴와 조합원을 죽음으로 몰아간 노동악법을 바꿔야 하며 특히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제도는 빨리 폐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 안재원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연구원이 6월13일 서울 광화문 변호사회관 조영래 홀에서 연 ‘현대차 재벌의 부품사·비정규직 노조파괴 현실과 대안 토론회’에서 현대차그룹의 노무관리와 극복 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신동준

안재원 연구원은 “1987년 노동자 대투쟁과 금속노조 출범 16주년, 정권교체를 맞아 민주노조운동과 금속노조운동이 ‘자기 뒤돌아보기’를 통해 산별노조운동의 나아갈 길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안재원 연구원은 “산별노조운동을 제대로 하기 위해 현대차그룹과 노무관리를 넘어야한다”고 전제했다. 안 연구원은 현대차 노무관리에 대응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동조합 돌아보기와 자정능력 확대 ▲생활 속 운동으로 변신하는 노동조합 활동 다변화 ▲오랜 친분으로 유지하는 노무관리 떨치고 젊은 세대 교육훈련과 간부로 육성하는 세대교체 준비 ▲현장조직과 활동가 초심 돌아가는 반성과 혁신, 토론과 학습 ▲사업장 지속가능성 위해 정규직 신규채용 요구 등을 실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법률사무소 새날> 김차곤 변호사는 토론에서 “투쟁사업장 법률대응을 많이 했지만 유성기업 사례는 다르고 이상했다. 노동부, 검찰 법원이 유성지회에게 굉장히 적대적 이었다”고 상기했다. 김 변호사는 “대응을 하다 보니 유시영 뒤에 현대차가 있었다. 현대차의 힘으로 노조파괴를 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갑을도 현대차가 뒷배를 봐주고 있으니 지회 단위 파업이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며 “단사 투쟁으로 승리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변화했다. 금속노조는 변화한 상황에 맞는 투쟁을 연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차곤 변호사는 검찰 천안지청의 유성기업 봐주기 편파수사와 기소 현황을 발표하고 검찰 개혁 방안을 제시했다. 김 변호사는 ▲근로감독관 수사권 독립 ▲재정 결정 사건 전담변호사제 도입과 수사권 부여 ▲검사의 영장청구권 독점 개선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김차곤 변호사는 “유성기업 임직원의 노조파괴 행위에 대해 노동부 천안지청이 기소의견을 내면 검찰 천안지청은 불기소 의견으로 다시 써오라고 지시하고 구속영장청구 의견도 무시하고 재정 사건도 제대로 재수사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 윤채원 노조 울산지부 동진지회 연대사업부장이 6월13일 서울 광화문 변호사회관 조영래 홀에서 연 ‘현대차 재벌의 부품사·비정규직 노조파괴 현실과 대안 토론회’에서 현대차 글로비스의 노조탄압 실상을 고발하고 있다. 신동준

유성기업지회 노조파괴 사례 발표에 나선 김성민 유성기업 영동지회장은 “노조파괴 사업장은 지역에서 연대투쟁에 열심히 참여하고 금속노조를 주도해서 이끌어가는 사업장이었다”고 진단했다. 김성민 지회장은 “금속노조를 중심에서 이끈 만도지부와 만도 계열 지회 중 갑을오토텍이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금속노조는 만도지부와 계열 지회가 무너지고 조합원 5천명 이상이 어용화 했음에도 아무 대응을 하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김성민 지회장은 “유성기업 유시영 뒤에 정몽구가 있었지만 유성기업지회 뒤에 현대자동차지부는 없었다”며 “부품사는 재벌 자본과 직접 싸울 수 없기 때문에 밖에서 싸울 수밖에 없다. 금속노조가 자본과 직접 붙는 싸움을 만들어야 한다. 싸움의 중심은 결국 노동조합”이라고 정의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노조 울산지부 동진지회가 업체를 내세워 금속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조합원을 해고하고 아이템을 빼돌린 현대차그룹 글로비스를 고발했다. 현대자동차 울산비정규직지회는 자택무급대기 등 신종 탄압과 현대차 경비들의 폭력을 뚫고 꾸준히 조직화에 성과를 내고 있다고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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