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 혐의로 삼천만 원 손해배상 선고를 받은 이상목 금속노조 경기지부 하이디스지회장이 1심 판결에 대해 “해고노동자를 두 번 죽이는 판결”이라며 항소했다.

하이디스지회(아래 지회)와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인권운동사랑방, 손잡고는 6월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하이디스지회 손해배상 판결 불복과 항소 기자회견’을 열어 1심 판결을 규탄했다.

▲ 노조 경기지부 하이디스지회와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인권운동사랑방, 손잡고가 6월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하이디스지회 손해배상 판결 불복과 항소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경훈

지회를 대리한 조현주 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1심 판결에 대해 “회사 쪽 시각에서 내린 판결”이라며 “이상목 지회장과 지회는 하이디스의 거액 손해배상 청구 때문에 배재형 열사가 죽음을 택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현주 변호사는 “손해배상액이 과중하다”며 “하이디스가 저지른 부당노동행위는 보통 위자료가 일, 이천만 원이다. 해고노동자에게 삼천만 원을 선고한 판결은 너무나 부당하고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전인수 하이디스 대표이사는 배재형 열사를 비롯해 2015년 5월1일 노동절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결근한 시설관리 노동자에게 5월2일 ‘사규와 법에 따라 조치하겠다’는 문자메시지와 이메일을 보냈다. 전인수 대표이사는 5월4일 이상목 지회장, 배재형 조합원을 만난 자리에서 ‘1백억 원 상당 손해배상 청구 등 민·형사 소송을 하겠다’고 압박했다.

이상목 지회장은 “한국 정부가 방관하는 사이에 먹튀 자본이 우리 특허를 뺏고, 우리를 공장에서 내쫓았다. 법원은 피해자인 노동자에게 거액의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을 내렸다”며 “삼천만 원을 줄 수가 없고, 줄 이유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함재규 노조 부위원장은 “하이디스는 경영상 긴박한 사정 없이 정리해고를 단행했다”며 “자본의 무리한 구조조정 때문에 배재형 열사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밝히는 일이 썩어빠진 자본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냐”고 꼬집었다.

▲ 이상목 노조 경기지부 하이디스지회장이 6월1일 ‘하이디스지회 손해배상 판결 불복 및 항소 기자회견’에서 “삼천만 원을 줄 수가 없고, 줄 이유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경훈

지회는 문재인 정부에게 “하이디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라”고 촉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이던 2015년 4월 지회와 만나 “당 차원에서 하이디스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관련 상임위를 중심으로 문제해결책을 찾도록 하겠다. 법적 문제를 면밀히 검토해 위법사항을 짚어내겠다”고 약속했다.

이상목 지회장은 2015년 배재형 열사투쟁 당시 기자회견과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열사가 사망 직전 하이디스로부터 희망퇴직 회유와 손배소 협박을 받고 괴로워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5월18일 “이 발언으로 하이디스의 사회적 명예가 저하됐다고 볼 수 있다”며 이상목 지회장에게 ‘하이디스에 천만 원, 전인수 대표이사에게 이천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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