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사상 최초로 하청회사 노조파괴 개입 혐의로 거대 원청사인 현대자동차를 기소했다.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아래 지회)는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건드리지 못한 완성차의 부품사 노조파괴 개입 행위를 확인한 최초의 기소”라고 환영했다.

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은 5월19일 “피고인들은 유성기업 임직원들과 공모해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개입하는 행위를 했다”며 현대차 회사와 임직원 네 명을 노조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검찰이 기소한 네 명은 최재현 구매본부 구동부품개발실 과장, 황승필 산하 엔진부품개발팀장, 강규원 엔진부품개발팀 차장, 권우철 엔진부품개발팀 대리 등이다.

공소장에 따르면 현대차는 유성기업에 기업노조 확대가입 추진을 지시하며 구체적인 조합원 가입 목표치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회의를 소집해 압박하는 등 노조파괴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 유성기업 아산, 영동지회가 5월24일 10시30분 무렵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대한민국 적폐 2호 현대차 정몽구 구속하라’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의 현대차 기소를 환영하고 있다. 유성기업지회 제공

최재현 과장은 2011년 9월20일 소속 직원인 황승필 팀장, 강규원 차장, 권우철 대리에게 ‘유성동향 일일보고(9월19일)’ 이메일을 보내 “9월20일 220명, 9월30일 250명, 10월10일 290명 목표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신규노조(기업노조) 가입 인원이 최근 1주일간 1명도 없는 이유가 뭔지 강하게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황승필 팀장, 강규원 차장, 권우철 대리는 최재현 과장 지시에 따라 9월22일경과 11월3일경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에서 유성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업노조 가입 문제로 회의를 열었다.

권우철 대리는 2011년 9월 말부터 2012년 2월까지 수시로 유성기업 관계자에게 기업노조 가입관련 동향을 전달받으며 ‘기업노조 가입인원 확대를 위해 노력하라’고 압박했다.

노조는 유성기업을 비롯해 2010년 이후 자동차 부품사 사업장에서 벌어진 노조파괴 배후에 현대차가 있다는 의혹을 줄곧 제기했지만, 고용노동부와 검찰은 현대차의 노조법 위반 범죄사실에 항상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지회는 “이번 기회에 현대차의 납품구조 이원화 방침을 무기로 한 부품사 노사관계 개입을 철저하게 감독,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부품사에 ‘결품 우려 없는 안정 생산구조를 정착시키지 못하면 납품구조 이원화 방침에 따라 주문량을 감축할 수밖에 없다’고 협박하며 여러 부품사 노조파괴에 개입해왔다. 갑을오토텍에서도 직장폐쇄를 일주일 앞둔 2016년 7월19일 갑을오토텍이 납품하던 기종 대부분을 외부에서 대체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지회는 “현대자동차의 부품사 노사관계에 대한 부당한 개입은 현재진행형”이라며 ”현대자동차가 납품구조 이원화 전략을 통해 부품사 민주노조를 파괴할 경우 반드시 엄하게 처벌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기소는 지회가 지난해 2월4일 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에 현대차 등 26명을 노조법 위반 혐의로 고소한 데 따른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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