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유가족, 생존자, 미수습자 가족과 노동자, 시민, 청년이 세월호 참사 3주기를 하루 앞둔 4월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다시 촛불을 들고 모였다.

시민들은 여섯 달 동안 촛불로 광화문을 가득 채워 박근혜를 구속하고, 3년 동안 싸워 세월호를 땅 위로 올린 것처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 4월1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3주기를 앞두고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와 <4·16가족협의회>가 주최한 ‘4월16일의 약속, 함께 여는 봄. 기억문화제’에 참여한 시민들이 미수습자 수습,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위해 함께 싸우겠다며 촛불 파도타기를 하고 있다. 신동준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아래 416연대)>와 <4·16가족협의회(아래 가족협의회)>가 주최한 ‘4월16일의 약속, 함께 여는 봄’ 기억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은 “세월호가 땅 위에 올라왔지만 아직 무엇도 해결되지 않았다”며 미수습자 아홉 명 수습과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기억문화제에서 세월호 희생자 단원고 박성호 학생의 유가족 박보나 씨는 성호에게 편지를 띄웠다.

“성호야, 네가 없는 3년 동안 우리에게 정말 많은 일이 있었어. 무엇을 해도 무너지지 않는 벽을 마주하며 힘들었는데 너희를 기억하며 촛불을 드는 사람이 점점 많아졌고, 그 촛불이 기적을 만들었어. 앞으로도 지치고 힘든 순간이 많겠지만, 너와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으니 절대 포기하지 않겠어. 짧은 순간이었지만 네가 내 동생이어서 너무 고마웠고 행복했어. 우리 다시 만나면 영원히 함께하자.” 

▲ 4월1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3주기를 앞두고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와 <4·16가족협의회>가 주최한 ‘4월16일의 약속, 함께 여는 봄. 기억문화제’에서 희생자의 한 가족이 단원고 박성호 학생의 유가족 박보나 씨가 띄우는 편지를 들으며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다. 신동준

힘들게 세상에 나온 세월호 생존자 김성묵 씨는 “세월호 참사 이후 가족 앞에 나서는 것조차 용기를 내야 했다”며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약을 먹으며 하루하루를 버텼다”고 고백했다. 1년 전 부터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 활동하고 있는 김성묵 씨는 “세월호 안에 실려 있는 희생자들의 꿈, 유가족들의 아픔, 생존자들의 악몽……. 무엇 하나 인양되지 않았다. 미수습자 아홉 명이 돌아오지 않았다”며 “인양 완료가 아니라 거치 완료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3년 동안 강남역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서명운동을 해온 최영숙 씨가 문화제에서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었다. “유가족도 아닌데 얼마 받고 나왔냐고, 돈 받고 끝날 일을 니 새끼 밥은 주고 나왔냐고 험한 말을 들어야 했다”는 박영숙 씨는 “세월호가 뭍으로 올라왔고 희망이 생겼다”고 말했다.

최영숙 씨는 “힘들고 긴 시간이 지나면 진실은 꼭 밝혀지고, 내가 누군가의 아픔을 같이하면 내가 아플 때 손잡아준 누군가가 옆에 있을 거라는 걸 믿게 됐다”며 “엄마도 너도 그 사실을 잊지 말고 기억하자”고 말했다.

▲ 4월1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3주기를 앞두고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와 <4·16가족협의회>가 주최한 ‘4월16일의 약속, 함께 여는 봄. 기억문화제’에 참여한 시민들이 미수습자 수습,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위해 함께 싸우겠다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동준

유경근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가족을 대표해 인사말을 했다. “여기 계신 시민들이 세월호를 끌어올렸다. 미수습자 아홉 명을 찾는 일,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 처벌하는 일도 시민들 힘으로만 가능하다”며 “이 사회가 함께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이어가기 위한 실천에 나서 달라”고 호소했다.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가 활동을 시작했다. 아직 직원도 없고 예산도 없다”며 “하루라도 빨리 직원을 채용하고 예산을 배정해 미수습자를 수습해야 한다. 선체 침몰 원인을 밝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 4월1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3주기를 앞두고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와 <4·16가족협의회>가 주최한 ‘4월16일의 약속, 함께 여는 봄. 기억문화제’에 참여한 시민들이 미수습자 수습,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위해 함께 싸우겠다며 촛불 파도타기를 하고 있다. 신동준

안순호 416 연대 공동대표는 “세월호가 1,081일 만에 돌아왔지만 아직 변한 게 없다. 세월호 참사 공범인 해양수산부가 여전히 세월호 인양과 수습, 조사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며 “지난 3년 동안 그랬듯 미수습자 수습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길도 함께 가달라”고 호소했다.

김혜진 416연대 상임운영위원은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겠다는 약속은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만이 아니라 사람 그 자체를 소중하게 만드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약속이었다”며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는 정말로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냐”고 질문했다.

김혜진 상임운영위원은 “경산 편의점에서 알바 노동자가 칼에 찔려 숨지고, LG 유플러스에서 현장실습생이 목숨을 잃었다. 세월호에서 304명이 죽었지만, 사람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회를 못 만든 탓”이라며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끝까지 함께 해 달라”고 호소했다.

세월호 유가족과 ‘평화의나무 합창단’, 신학생들로 구성된 416합창단은 “그리워하면 언젠간 만나게 되는 어느 영화와 같은 일들이 이뤄져가기를” 바라며 <네버엔딩스토리>를 합창했다. 권진원, 이승환, 한영애 등 문화예술인들도 마음을 담은 노래로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했다.

기억문화제에 모인 시민들은 무대에 오른 세월호 희생자 304명을 상징하는 노란 풍선을 보며 미수습자 아홉 명의 이름을 함께 외쳤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아래 퇴진행동)'은 문화제에 앞서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 수습과 철저한 선체조사, 책임자 처벌, 철저한 박근혜 수사와 처벌‧공범자 구속‧적폐청산 세월호 3주기 22차 범국민 행동의 날'을 열었다.

박래군 퇴진행동 적폐청산특별위원장은 “정치권 일각에서 벌써 박근혜를 사면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유엔은 ‘정치권력자 범죄를 철저히 처벌하지 않으면 민주주의를 이룰 수 없다’며 처벌을 권고하고 있다”며 “정치인들이 박근혜 사면을 절대 입 밖에 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래군 위원장은 검찰에 대해서도 “검찰이 우병우를 제대로 수사했으면 어떻게 구속영장이 기각될 수 있겠냐. 검찰은 우병우의 세월호 참사 수사방해 혐의도 수사하지 않았다”며 “검찰이 적페청산 대상, 암덩어리임을 스스로 자백했다. 검찰부터 개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상열 전교조 울산지부장은 “전교조가 세월호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2만 5천명 교사선언을 했다. 정부는 정치중립 의무 위반을 문제 삼아 고발, 징계할 가능성이 높다”며 “일제고사 폐지, 4대강사업 반대 선언 때도 정부는 전교조 지부장들을 해고했다”고 설명했다.

도상열 울산지부장은 “박근혜가 내려간 후에도 이준식이 국정교과서를 강행하고 있지만, 단 한 학교도 국정교과서 시범 적용학교를 하지 않았다. 전교조의 힘”이라며 “전교조는 더 열심히 시민 편에서 투쟁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교육을 하겠다. 촛불시민 여러분이 전교조를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416연대와 가족협의회는 세월호 3주기인 다음날 경기도 안산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세월호 참사 3주기 기억식’을 열었다. 이날 기억식에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생존자 가족을 비롯한 시민 2만여 명이 모여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미수습자 9명의 온전한 수습을 촉구했다.

저작권자 © 금속노동자 ilabo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