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는 지난 3월2일 43차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박근혜 탄핵 뒤 열릴 조기 대통령선거 국면에 내세울 재벌개혁, 제조업발전, 노조파괴근절 관련 법 제도 제․개정 등 2017년 대정부․대국회 요구를 결정했다. 노조는 대선 운동기간인 4월 내내 요구 쟁점화를 위한 전국 순회투쟁을 벌이고, 5월9일 대선 뒤 관련법제․개정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금속노동자>는 관련 법안 해설을 두 번으로 나눠 싣는다.

 

노조가 준비하고 있는 재벌개혁 법안은 크게 ▲노동3권 강화로 재벌 견제 ▲기업 내부 견제 ▲재벌총수 그룹지배력 축소 ▲대기업-중소기업 상생협력 제도 강화, 교섭권 보장 ▲범죄수익 환수 독립기구 설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등을 담고 있다.

 

노동 3권 강화로 재벌 견제

노조가 제출할 재벌개혁 법안은 ▲노조법상 근로자와 사용자 범위 확대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제도 폐지 ▲부당노동행위 강화로 사용자 규제 등을 포함하고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아래 노조법)상 근로자 개념을 근로계약의 체결 여부 등 형식 요소가 아닌 ‘단결의 필요성 여부’를 판단해 확대한다.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아도 ▲사업주의 업무를 위해 노무를 제공하고 그 대가를 받아 생활하는 자 ▲실업상태에 있거나 구직 중인 자 ▲기타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서 단결 보호의 필요성이 있어 대통령령이 정하는 자를 노조법상 근로자로 보자는 안이다.

노조법상 사용자 개념을 확대한다. 근로계약 체결의 형식 당사자가 아니라도 “당해 노동조합의 상대방으로 인정할 수 있거나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 지배력 또는 영향력이 있는 자”를 사용자로 규정한다. 사내 하도급의 경우 ‘도급사업주’를 사용자로 간주한다.

노조법상 근로자와 사용자 개념 변화에 맞춰 부당노동행위를 새롭게 규정한다. 복수노조 아래서 사용자의 정당한 이유 없는 노동조합 간 차별이 다툼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 이를 부당노동행위 유형으로 별도로 명시해 규제한다. 원청이 도급계약서 등에 노동조합 활동을 제약하는 조항을 두는 경우 부당노동행위로 규제하는 내용도 넣는다.

노조는 특히 ‘산별노조 교섭권 보장’을 핵심 요구사항으로 내걸었다. 현행 노조법은 사용자단체 범위를 법령으로 매우 엄격하게 제한해 실질은 사용자단체임에도 정관, 규약 등을 이유로 단체교섭을 회피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사용자가 초기업단위노조의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에 대한 법 근거가 부족하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그동안 금속노조의 중앙교섭 요구에 대해 ‘현대자동차가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에 가입하지 않았고, 금속노조 위원장이 직접 참여하는 대각선 교섭을 관행으로 진행해 왔기 때문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노조가 지난해 현대자동차그룹사 공동교섭을 요구할 당시 현대자동차그룹은 교섭형태에 맞지 않고, 내용상 교섭대상이 될 수 없는 내용까지 포함하고 있으며, 해당 요구안을 논할 법적 근거와 이유가 없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 노조는 특히 ‘산별노조 교섭권 보장’을 핵심 요구사항으로 내걸었다. 노조가 지난해 현대자동차그룹사 공동교섭을 요구할 당시 현대자동차그룹은 교섭형태에 맞지 않고, 내용상 교섭대상이 될 수 없는 내용까지 포함하고 있으며, 해당 요구안을 논할 법적 근거와 이유가 없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노조가 지난해 8월9일 현대기아차그룹사 공동교섭을 거부하고 있는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을 포함해 계열사 대표이사 30여명을 부당노동행위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한다고 밝히고 있다. <아이레이버> 자료사진

재벌개혁 법안에 포함한 노조법 개정안에 ‘초기업단위 노동조합이 해당 산업․지역․업종의 사용자에게 장소와 시간을 특정해 단체교섭을 요구하면 사용자는 사용자단체를 구성하거나 연합해 교섭에 응하도록 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수 없도록 한다’는 내용이 있다.

‘산별노조 교섭권 보장’은 원․하청 불공정거래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노조 노동연구원이 2015년 11월 발표한 ‘금속노조 원․하청 정책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산별교섭 확대가 원가연동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등보다 훨씬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 노동연구원이 현대자동차와 현대자동차 1차 부품업체 감사보고서를 토대로 산별교섭과 원․하청 거래의 관계를 연구한 결과 산별교섭 참여 사업장의 2006년 대비 2011년 납품가 인상률은 38%로 비금속노조 사업장(22%)보다 훨씬 높았다. 노조 노동연구원은 산별교섭이 납품가 구성요소인 노무비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산별교섭 참여 사업장은 생산직 임금(30% 상승), 매출 총이익률(1.6%P 상승) 면에서도 생산직 임금이 22% 오르고, 매출 총이익률이 0.7% 떨어진 비금속노조 사업장보다 월등했다.

‘산별노조 교섭권 보장’은 재벌개혁의 주체를 세운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아무리 훌륭한 재벌개혁 제도를 고안해도 제도를 실천할 주체가 없다면 공허할 수밖에 없다. 산별교섭 강화는 노동조합을 재벌개혁의 ‘주체’로 세우는 길이다.

 

기업 내부 견제

노동조합이 경영진에 대한 준법감시를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주체지만 노동조합은 현행법상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사외이사 선임 등 경영참가로 준법감시를 실현할 방법도 없다.

노조가 준비하는 상법 개정안은 과반수 노동자로 구성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 노동조합이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과반수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 노동자 과반수를 대표하는 사람이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대표소송으로 경영진의 부실경영, 위법행위에 책임을 묻고 경영 건전성을 확보한다는 취지다.

사외이사 중 한 사람을 노동자대표가 추천한 인물로 선임해 노동자의 경영참가를 보장하고 기업에 대한 준법감시를 강화하자는 안이다. 이사회에 노동자가 한 명 이상 들어가 직접 기업 의사결정에 참가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노동자이사를 도입한 <서울연구원>은 노동자이사 취임 세 달 만에 사내 근로 복지기금을 비정규직까지 확대하는 등 고용형태별 복지 혜택 차별을 일부 해소하고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팀을 꾸리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재벌총수 그룹지배력 축소

노조는 재벌총수 그룹지배력 축소를 위해 ▲순환출자 완전 철폐 ▲지주회사 요건 강화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신규 순환출자만 금지한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기존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지주회사 규제를 1999년 지주회사 제도 도입 당시 기준으로 강화하자는 내용이다. 공익법인이 소유한 계열사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해 공익법인을 지배주주의 지배권 유지에 사용하는 일도 방지한다.

노조는 특히 계열분리명령제․기업분할명령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계열분리명령제․기업분할명령제는 재벌총수 그룹지배력 축소를 위한 다른 수단과 달리 재벌이 이미 독과점 구조를 형성한 상황에서 재벌을 사후 규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현행 공정거래법 16조는 기업결합 제한, 순환출자 금지 등에 관한 조항을 어긴 경우 사실상 계열분리명령․기업분할명령 효과가 있는 주식 처분, 임원 사임, 영업양도 등을 명령을 명시하고 있지만 시정조치 적용대상이 매우 좁다.

공정거래법은 ▲시장점유율 합계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추정요건에 해당할 것 ▲시장점유율 합계가 당해 거래분야에서 1위일 것 ▲시장점유율 합계와 시장점유율이 2위인 회사의 시장점유율과 차이가 시장점유율 합계의 100분의 25 이상일 것 등 세 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만 시장점유율 요건을 어긴 것으로 보고 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 활동영역까지 진출하는 현상도 규제하지 못한다.

노조는 이 요건 가운데 하나만 갖춰도 기업결합 제한을 어긴 것으로 보고 시정 조치할 수 있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대기업이 직접, 특수 관계인을 이용해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진출하면 시정 조치할 수 있는 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대기업·중소기업 상생협력 제도 강화, 교섭권 보장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중소기업이나 협동조합이 대기업과 집단교섭을 요구할 경우 ‘부당공동행위’에 해당해 시정조치, 과징금 부과,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19조 2항 ‘중소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경우 공정거래위원회 인가를 얻어 부당공동행위로 적용받지 않을 수 있지만 인가를 발급받기 위한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로워 실효성이 없다.

과거 레미콘 업체들이 대형건설사를 상대로 레미콘 단가 인상을 요구하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담합행위 처벌 경고를 받고 중단한 사례가 있는 등 공정거래위원회 인가를 사례가 거의 없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 SDS와 비상장 계열사의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를 헐값으로 인수한 뒤 해당 비상장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줘 주식가치를 올리고 상장하는 방식으로 범죄수익 8조2천500억원(2015년 기준)을 모았지만 국가는 이를 환수하지 못했다. 노조는 형사처벌을 받지 않아도 범죄수익을 환수할 수 있도록 민사몰수제를 도입하고 법무부 소속 중대범죄수익 조사위원회를 두는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월22일 수갑과 포승줄이 묶인 채 특검에 출두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노조는 중소기업, 협동조합이 대기업과 거래에서 ▲납품단가 협상 ▲성과공유, 초과이익 공유를 위한 협의를 하는 경우 공정거래위원회 인가를 받은 것으로 간주하는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대기업․중소기업 사이 상생협력 강화를 위해 초과이익공유제 도입을 촉진하는 법안도 준비하고 있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 성과공유제를 규정하고 있지만 성과공유제에 참여하는 기업은 240여 개에 미치지 못한다. 재정지원은 250여억 원에 불과하다. 노조는 상생협력 모델로 초과이익공유제를 법제화하고, 공공기관에 납품하는 기업이 초과이익공유제를 도입, 시행할 경우 입찰에 혜택을 주거나 조세를 감면하는 등 인센티브를 부여할 방침이다.

 

범죄수익 환수

노조는 범죄수익 환수를 위한 독립기구 설치 요구를 이번 입법 내용에 포함했다. 현행법상 몰수․추징 제도는 형사 처벌을 전제하고 있어 범죄자가 형사 처벌을 받지 않으면 범죄수익을 환수할 수 없다. 재벌총수들이 이제껏 편법 승계, 일감 몰아주기로 얻은 범죄이익은 이미 공소시효가 완료돼 형사 처벌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 SDS와 비상장 계열사의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를 헐값으로 인수한 뒤 해당 비상장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줘 주식가치를 올리고 상장하는 방식으로 범죄수익 8조2천500억원(2015년 기준)을 모았지만 국가는 이를 환수하지 못했다.

노조는 형사처벌을 받지 않아도 범죄수익을 환수할 수 있도록 민사몰수제를 도입하고 법무부 소속 중대범죄수익 조사위원회를 두는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재벌개혁 입법에 검찰로부터 독립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설치하는 내용이 있다.

한국 검찰은 정치 중립성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늘 받아왔다.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임명하고 2년 임기를 채우지 않은 상태에서 검찰총장을 바꾸는 일이 잦아 검찰이 대통령과 행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재벌과 결탁해 노동개악, 경영세습 등 재벌 이익을 챙겨준 고위공직자를 엄정하게 수사하고 처벌해야 한다. 노조는 고위공직자의 범죄행위를 상시 수사․기소할 수 있는 <고위공직비리조사처>를 설치해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와 권한남용을 방지한다는 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고위공직비리조사처>가 수사하는 고위공직자 범위는 차관급 이상 공무원, 국회의원, 법관, 검사, 교육감, 장관급 장교, 경무관급 이상 경찰공무원, 대통령실 비서관과 경호처 처장급 이상 공무원 등이다.

※계열분리명령제·기업분할명령제: 계열분리명령제는 지분매각을 통해 재벌 계열사를 재벌그룹으로부터 분리하는 제도. 기업분할명령제는 단일 거대 독점기업을 쪼개라고 명령하는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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