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10일 오전 각 방송사는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라는 차분하고 분명한 목소리를 바쁘게 실어 날랐다. 결정문을 읽어 내려가는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숨죽인 채 지켜보던 많은 국민들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환호했다.

2016년 10월29일 1차 촛불집회에서부터 2017년 3월4일 19차 촛불집회까지 누적 1,600만 명이 하나로 단결해 한 목소리로 외친 열망이 실현됐고 축제가 됐다. 서로 단결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진리를 노동자, 농민, 시민, 청년, 어린이 모두 직접 경험했다.

박근혜 탄핵 이후 빠르게 변화하는 정세에서 세상을 바꾸기 위한 다양한 공약과 정책을 각 정당이 쏟아내고 있다. 이 약속들 가운데 노동자의 생명과 바로 연결된 산업안전을 위한 정책은 얼마나 될까.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산재 사고’를 검색하면 노동자가 당한 수많은 산재 사고 기사를 쉽게 볼 수 있다. 기사를 찬찬히 살펴보면 사망이나 장해가 남을 만큼 심각한 부상을 입은 중대재해는 주로 금속 산업 관련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건강하고 안전한 작업환경은 반드시 이뤄야 할 주요 과제임에도 노조 안에서 소홀한 다룰까봐 걱정이다.

업무상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당연히 근로복지공단이 적절히 보상해 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 재해 보상이 노동자의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한 근본 해결책은 아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은 업무상 재해로부터 노동자를 신속하게 보호하고 재활과 사회 복귀를 촉진하기 위한 사후 조치에 불과하다. 산업재해보상보험은 재해를 입은 노동자와 유족에게 생계비와 치료비를 주지만 작업 현장을 건강하고 안전하게 바꿔주지 않는다.

▲ 노동조합은 노동자를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면서 산업안전을 무시하고 지속적으로 열악한 작업 환경으로 노동자를 내모는 자본에게 산업안전보건법이라는 날카로운 창을 휘두를 것이다. 우리 노동자들은 시민과 함께 단결로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역사를 만들었다. 두려워할 것 없다. 노동자의 기본권인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지금 당장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결국 노동조합이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다치고 죽기 전에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할 수 있는 작업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필요에 따라 제정한 산업안전보건법은 1조 목적에서 “이 법은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기준을 확립하고 그 책임의 소재를 명확하게 하여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증진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쓰고 있다. 자본의 이익창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쾌적하고 안전한 작업환경의 조성이라는 목적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과 법규명령인 시행령, 시행규칙,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각 산업별로 안전․보건 관리 체제, 유해․위험 예방조치, 보건관리 등의 기준을 세우고 위반한 사람과 사업장을 형사처벌 한다고 밝히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령이 규정된 대로 지키면 노동자를 위한 건강하고 안전한 작업 환경의 실현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자본은 노동자를 돈벌이 수단으로만 볼 뿐이다. 노동자의 안전은 외면하고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에 대해 끊임없이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해도 철저하게 무시한다.

산업안전보건법의 올바른 집행을 맡고 있는 노동부의 행태는 자본보다 더 문제다. 작업 현장 안에 위험한 작업도구가 어떻게 방치돼 있는지는 노동자의 생명과 직접 이어진 문제다. 노동부는 수시 점검은 고사하고 사전 공문으로 자본에게 점검일자를 친절하게 공지하고 작업 현장을 방문한다. 이런 실태인데 작업 현장에 만연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을 제대로 점검할 수 있겠는가. 노동부가 점검을 통해 위반사항을 적발해도 대부분 ‘시정지시’로 조치하거나 몇 십 만원의 범칙금을 부과하는 등 솜방망이 처벌로 끝난다.

자본과 노동부가 산업안전을 내버려두고 있는 상태에서 산업안전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노동자가 일하기 좋은 건강하고 안전한 작업 환경을 만들기 위해 더 이상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고 있을 수 없다. 노동자 스스로 건강권, 생존권을 쟁취해야 한다. 연대 없이 노동자 개인의 힘만으로 부족하다. 개별 노동자가 자본의 징계와 손해배상 협박을 견디고 산업안전보건법 26조 제2항에 따라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으로부터 작업 중지권을 행사하기는 상당히 어렵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자주적 단결체인 노동조합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 노동조합은 노동자가 자주적으로 단결해 근로조건의 유지․개선을 목적으로 조직한 단체이고 노동자의 목소리를 자본에게 전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상대할 자본은 강하다. 노동자 개인의 목소리로 자본에게 생채기도 낼 수 없다. 단결한 노동자는 강하다. 노동조합이라는 단결체는 커다란 방패가 돼 자본의 서슬 퍼런 칼날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한다. 노동조합은 노동자를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면서 산업안전을 무시하고 지속적으로 열악한 작업 환경으로 노동자를 내모는 자본에게 산업안전보건법이라는 날카로운 창을 휘두를 것이다.

우리 노동자들은 시민과 함께 단결로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역사를 만들었다. 두려워할 것 없다. 노동자의 기본권인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지금 당장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결국 노동조합이다.

주민영 금속법률원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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