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의 삼성.’ 한국 최고 로펌으로 군림하는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수식하는 말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삼성이 무노조경영 방침 아래 노조탄압을 일삼는 것처럼 ‘법조계의 삼성’이라 불리는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가진 자 편에서 노동자의 정당한 투쟁을 억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김앤장을 움직이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김앤장이 발휘하는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어떤 방식으로 노동자를 탄압하는지 살핀다. <편집국>

 

“법의 정의를 외치는 변호사도 거대 기업과 자본 앞에선 악마가 되고 인간의 양심을 팔아버렸다. 김앤장은 선량한 시민들을 무참히 짓밟은 악마 같은 변호 기업이다.”

옥시레킷벤키저(아래 옥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인 안성우 씨가 지난해 어느 기자회견에서 김앤장 법률사무소(아래 김앤장)을 규탄하며 외친 말이다.

김앤장은 2017년 2월 말 기준으로 사망자만 1,143명, 피해자가 5,463명에 달하는 이 사건에서 옥시를 대리했다. 이 과정에서 옥시에 불리한 증거를 조작‧은폐한 의혹을 받고 있다. 옥시는 2011년 9월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과 가습기 살균제 안전성 연구용역 계약을 맺었다. 연구를 맡은 조명행 서울대 교수는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쥐에게서 태아 사망과 기형, 폐 질환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2012년 2월 최종발표회에서 보고했다.

당시 발표에 참여한 권정택 박사는 “최종발표회에 김앤장 변호사 두세 명이 참석했고, 2013년 4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김앤장 변호사, 변리사가 원본 데이터 파일과 복사본을 받아갔다”고 증언했다. 이후 조명행 교수가 옥시로부터 1,200만 원을 받고 옥시에 불리한 데이터를 삭제한 최종보고서를 내자 김앤장은 조작된 최종보고서를 수사, 재판 기관에 제출했다.(<한겨레 21>, 「당신들의 숨 누군가에겐 다시 없을 숨」)

김앤장은 그 밖의 수많은 사건에서 ‘악마 같은 변호기업’의 면모를 보여줬다.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시중은행 주식 9% 이상 보유금지)’로 외환은행 인수 자격을 갖추지 못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불법 인수할 수 있도록 법률대리인 역할을 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미쓰비시중공업을 대리했다. 2016년 5월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강제동원 피해자 관련 소송의 일본기업 변호를 모두 맡고 있다.(<시사저널 US>, 「악마도 변론하는 김앤장, 전관예우로 유전무죄 원천」)

 

김앤장 “문자 해고도 법적 효력 있다”…이후 ‘문자 해고’ 일상화

‘악마 같은 변호기업’ 김앤장의 면모는 노동소송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김앤장이 맡은 노동소송 중 가장 악명 높은 사건이 ‘문자해고’ 사건이다.

외환카드가 2003년 11월 외환은행과의 합병을 추진하자 외환카드노동조합은 흡수합병 저지, 고용승계 보장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다. 외환카드는 2004년 2월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은 C, D 등급 직원들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하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이때 김앤장은 정리해고 통보를 문자로 보내더라도 법률적인 효력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핸드폰 문자 해고와 사내 컴퓨터 이메일을 활용한 해고 통보는 기업이나 금융권의 구조조정 매뉴얼이 되었다.”(『법률사무소 김앤장』 230~231쪽)

▲ 서울고등법원 민사1부, 민사2부는 올해 2월10일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 직·간접공정 비정규직은 불법파견 정규직이라고 판결했다. 노조가 2014년 9월23일 1심 판결 뒤 현대자동차그룹은 근로자지위확인소송 항소를 포기하고 정규직 전환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아이레이버> 자료사진

하지만 문자 해고가 법적 효력이 있는지는 재판에서 쟁점조차 되지 못했다. 문자 해고 당사자이자 『법률사무소 김앤장』 공동저자인 장화식 씨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고했다.

“2004년 2월 외환카드 노동조합이 회사와 희망퇴직을 합의하면서 문자해고 등 그 전에 벌어진 절차의 문제들은 아예 쟁점이 되지 못했다. 노동조합은 문자해고가 법적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고, 한국에서 최초로 실시된 문자해고였기 때문에 언론이 많은 관심을 뒀지만 법정에서 문자 해고의 법적 효력을 쟁점으로 다루지 않았다.”

김앤장이 만들어낸 문자해고는 최근에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설 연휴를 앞두고 문자해고당한 노조 인천지부 동광기연지회, 지난해 연말 문자로 해고 통보를 받은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 등 노조 사업장을 비롯해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아파트 경비원 등 수많은 노동자가 문자 한 통에 일자리를 잃고 있다.

 

“현대차 불법파견 옹호 논리, 산업혁명 시대 공장에나 타당해”

김앤장은 노동소송 중에서도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다수 맡고 있다. 여러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노조를 대리한 김태욱 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김앤장은 많은 파견 소송에서 사측 대리를 하고 있어서 파견 소송은 김앤장과 싸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대자동차그룹의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김앤장은 최병승 현대차울산비정규직지회 조합원, 김준규 현대차아산사내하청지회 조합원 등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1, 2, 3심 모두 현대자동차그룹을 대리했다. 올해 2월 2심 선고가 난 집단 소송에서도 1, 2심과 대부분 추가 소송에서 현대차를 대리하고 있다.

<한국경제>가 2011년부터 2014년 3월까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접수된 민사소송을 분석한 결과 현대자동차그룹은 근로자지위확인소송 16건을 모두 김앤장에 맡긴 사실이 드러났다.(<한국경제>, 「기업과 로펌 ‘궁합’ 있네…삼성-율촌·지평, 현대차-김앤장, SK-태평양 ‘단골’」)

김앤장은 이 과정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이 저지른 불법파견을 변호하기 위해 무리한 논리를 폈다. 김앤장은 현대차비정규직지회 3개(아산, 울산, 전주) 조합원 1,900여 명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정규직 노동자와 혼재 근무나 대체 투입된 경우가 아니면 파견이 아니고 ▲블록화를 하면 컨베이어벨트도 도급할 수 있으며 ▲집단소송일 경우 개별 원고별로 1:1로 업무지휘가 입증되지 않으면 입증 부족으로 청구를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태욱 변호사는 “김앤장 주장대로라면 혼재 근무나 대체 투입을 했던 노동자는 혼재 근무나 대체 투입된 기간은 파견노동자였다가 원상회복하면 도급 노동자가 되고, 블록화한 컨베이어벨트는 더 이상 컨베이어벨트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태욱 변호사는 “개별 원고별 1:1로 업무지휘를 입증하라는 주장은 18~19세기 산업혁명시대 도제식 공장에서나 타당한 주장일 뿐”이라며 “김앤장 스스로 이런 논리가 기이하다는 사실을 잘 알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앤장은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연달아 패소하자 2010년 옛 파견법 고용의제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했다. 서울고등법원이 이를 기각하자 김앤장은 현대자동차그룹과 함께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사용사업주가 2년을 초과해 계속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2년의 기간이 만료된 날의 다음 날부터 파견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본다”는 옛 파견법 6조3항이 “기업 경영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하고, 계약 자유와 사적 자치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김앤장은 2013년 6월 헌법재판소 공개변론까지 하고 2016년 5월 돌연 소송을 취하했다. 김태욱 변호사는 “자신들이 불리하다고 판단해 취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앤장은 포스코의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서울고등법원과 부산고등법원 창원재판부가 이미 합헌으로 판단했던 옛 파견법 고용의제 조항에 대해 또다시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했다.

 

유성기업에 유리하게 판례 축소하고 비틀어

김앤장은 대표 노조파괴 사업장인 유성기업, 발레오만도, 보쉬전장 등에 개입했다.

유성기업 사례를 살펴보면 김앤장은 2011년 직장폐쇄 이후 해고됐다가 2013년 다시 해고된 재해고자 11명에 대한 해고무효확인 소송, 2015년 해고된 조합원에 대한 해고무효확인 소송 등에서 유성기업을 대리했다.

▲ 노조가 지난 1월5일 대법원 앞에서 불법파견 고용의제 위헌법률심판 제정신청에 대한 기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제정신청을 넣은 포스코와 김앤장을 규탄하고 있다. <아이레이버> 자료사진

김앤장은 이 과정에서 단체협약이 명시한 내용까지 무시하며 유성기업 편을 들었다. 노조 유성기업지회와 유성기업이 맺은 2010년, 2012년 단체협약에 “회사는 정당한 노동쟁의행위에 대하여 간섭방해, 이간행위 및 쟁의기간 중 여하한 징계나 전출 등 인사조치를 할 수 없으며 쟁의에 참가한 것을 이유로 불이익 처분할 수 없다”는 ‘쟁의 중 신분보장’ 규정이 있다.

김앤장과 유성기업은 재해고자 11명에 대한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이 규정은 쟁의행위 이전에 발생한 징계사유와 명백한 폭력, 폭언 등 물리력을 동원한 쟁의행위로 인한 징계사유에 적용되지 않는다”며 단체협약에 없는 내용을 주장했다. “유성기업지회는 ‘쟁의 중 신분보장’ 규정을 악용해 의도적으로 쟁의기간을 연장하고, 쟁의권을 남용하고 있다”는 비방을 서슴지 않았다.

대전고등법원은 2016년 7월 11명 전원에 대한 해고 무효를 선고하며 “‘쟁의 중 신분보장’ 규정이 징계사유의 발생 시기나 그 내용에 관하여 특별한 제한을 두고 있지 않음은 명백하다. 김앤장과 유성기업의 주장처럼 해석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전고등법원 판례에도 불구하고 김앤장은 2015년 해고된 조합원에 대한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또다시 ‘쟁의 중 신분보장’ 규정의 적용 범위를 축소하는 주장을 펼쳤다. 김앤장은 “이 규정 취지는 노동조합의 단체행동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단체행동권을 실질적으로 보장받지 못할 우려가 없는 경우까지 징계나 전출 등의 인사조치가 제한된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은 김앤장 주장을 받아들여 2016년 11월 “해고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노조 유성기업지회를 대리한 김상은 법률사무소 새날 변호사는 “김앤장은 사용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끊임없이 기존 판례를 축소하고, 비트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단체협약, 법률 준수하지 마라”

김앤장의 자문 내역을 밝히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김앤장이 노동기본권을 위협하는 방향으로 자문하고 심지어 불법 수단까지 주문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 있다.

『법률사무소 김앤장』은 “김앤장이 주로 공격적으로 법률을 해석했고 이에 따라 노사 갈등, 노사 대립이 증폭되었다”(232쪽)고 지적한다. 뉴욕생명이 그 예다. 뉴욕생명과 노동조합이 맺은 단체협약에 “사무실을 대여할 수 있다”고 명시하어 있음에도 김앤장은 ‘사무실 대여에 무상 대여와 유상 대여가 있으며, 무상 대여라고 단체협약에 규정되어 있지 않으므로 유상으로 대여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김앤장은 흥국생명에 아예 단체협약을 준수하지 말라고 자문했다. 단체협약에 “정리해고를 하지 않겠다”고 명시하고 있음에도 이 규정을 어길 경우 벌칙이나 금전 배상에 관한 조항이 없으므로 법적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김앤장은 이 과정에서 장래의 위협도 정리해고 요건이 된다고 법률을 해석했다. 근로기준법 24조는 “사용자가 경영상 이유에 의하여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김앤장은 이처럼 사용자를 옹호하기 위해 기존 판례와 단체협약, 근로기준법 등을 왜곡하는 자문과 변호를 일삼으며 노동기본권을 위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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