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의 삼성.’ 한국 최고 로펌으로 군림하는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수식하는 말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삼성이 무노조경영 방침 아래 노조탄압을 일삼는 것처럼 ‘법조계의 삼성’이라 불리는 김앤장 법률사무소도 가진 자 편에서 노동자의 정당한 투쟁을 억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김앤장을 움직이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김앤장이 발휘하는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어떤 방식으로 노동자를 탄압하는지 살핀다.

 

지난 기사에서 살펴봤듯 김앤장 법률사무소(아래 김앤장)는 퇴직 고위관료를 영입하고, 다른 한편으로 고위공직자를 배출하면서 정부와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김앤장과 청와대의 관계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앤장 출신 민정수석실 비서관 27.7%…“청와대와 김앤장의 ‘정법유착’”

 

“청와대가 ‘김앤장’ 법률사무소 출장소인가?” 윤창번 청와대 미래전략수석비서관이 2015년 1월 퇴임한 후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윤창번 수석비서관의 김앤장 재취업에 대해 ‘취업 가능’ 결정을 내리자 허영일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부대변인이 낸 논평 제목이다. ‘김앤장 출장소’란 비판이 나올 만큼 청와대는 김앤장과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2년 박정규 변호사가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임명된 후 김앤장 출신 청와대 비서관은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늘어났다. 박근혜 정부에서 김앤장 출신으로 청와대에 들어간 사람은 조윤선 정무수석, 조응천 공직기강비서관, 권오창 공직기강비서관, 김학준 민원비서관, 곽병훈 법무비서관, 최철환 법무비서관, 윤창번 미래전략수석비서관 등이다.

특히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하는 비율이 높다. 전체 민정수석실 비서관 중 김앤장 출신 비율이 노무현 정부 때 8.3%였다가 이명박 정부 때 16.6%, 박근혜 정부에는 27.7%까지 올랐다.(<동아일보>, 「청와대는 ‘김앤장 출장소’? 12년 새 8명째 입성」)

이에 대해 <조선일보>조차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권부 안의 권부’라는 말을 들을 만큼 공직 기강, 인사 검증과 관련해 민감한 정보를 다루고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곳”이라며 “권력 핵심 자리가 특정 로펌 출신들로 계속 채워지면 여러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조선일보>.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김앤장 ‘지정 좌석’인가」) 청와대 비서관 근무가 끝나면 다시 김앤장으로 돌아가 민정수석실에서 일하며 얻은 정보를 김앤장을 위해 활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허영일 부대변인은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는 ‘법률 권력’으로 떠오른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직원들을 청와대에 잠시 ‘파견’ 보냈다가 재취업시키는 행태를 보이는 것은 청와대 경력을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이익 추구에 활용하려는 또 다른 형태의 ‘정법유착’”이라고 지적했다.

▲ 김앤장도 예외가 아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김앤장의 변호사나 고문들은 재벌 그룹이나 금융기관의 사외이사로 포진해 있으면서 ‘방패막이’ 또는 ‘병풍’ 역할을 하고 있다”며 “재벌 총수가 형사사건으로 기소되었을 때 사외이사 신분으로 직접 변호인단에 참여하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자료사진>

2017년 3월 현재 김앤장에 일하는 청와대 출신 변호사 가운데 노동사건을 담당하는 변호사는 김학준, 홍성원, 이제호, 곽병훈, 서덕일 변호사 다섯 명이다. 이 가운데 서덕일 변호사를 제외한 네 명은 모두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했다.

 

“김앤장 변호사는 재벌그룹 ‘방패막이’”

 

김앤장 법률사무소(아래 김앤장)와 정부를 이어주는 끈이 퇴직 관료와 김앤장 출신 고위공직자, 특히 청와대 비서관이라면 김앤장과 기업을 잇는 고리는 사외이사다.

사외이사 제도는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2월 대주주의 경영 독단을 견제하고, 기업 투명성을 높이고, 소액주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사외이사 제도는 대주주 견제라는 본 취지와는 달리 “사외이사의 고수익 과외활동, 이사회 거수기, 로비스트, 보험 등의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서기호 정의당 전 의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서기호 정의당 전 의원이 2014년 낸 「대규모 기업집단의 사외이사 분석」 보고서는 “법조계 출신 사외이사 가운데 판검사로 장기간 재직한 사외이사(83명)가 변호사 경력만 있는 사외이사(33명)보다 2.52배 더 많다”며 “법조계 출신 사외이사 선임이 단순히 법률적 리스크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검찰과 법원에 대한 직간접적인 영향력 행사에 더 초점이 있음을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앤장도 예외가 아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김앤장의 변호사나 고문들은 재벌 그룹이나 금융기관의 사외이사로 포진해 있으면서 ‘방패막이’ 또는 ‘병풍’ 역할을 하고 있다”며 “재벌 총수가 형사사건으로 기소되었을 때 사외이사 신분으로 직접 변호인단에 참여하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정몽구 회장 소송사건 변호인단에는 당시 현대제철의 사외이사였던 최경원 전 법무부 장관이 포함되었다. 두산그룹 박용성 회장 재판을 변호했던 윤동민 변호사도 두산의 사외이사였다. 이후 두산그룹의 박용성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서 그는 제프리 존스 고문과 함께 두산의 사외이사를 다시 맡고 있다. 또한 변론을 맡았던 김회선 변호사는 두산건설의 사외이사가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두산중공업에는 박정규 변호사가 새로 사외이사로 선임됐다.”(『김앤장 법률사무소』 90쪽)

 

계열사 소송 대리, 지배주주 소송 대리…독립성 훼손

 

「대규모 기업집단의 사외이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김앤장 출신 사외이사 중 독립성에 문제가 있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사외이사로 있는 회사의 계열사 소송을 대리하거나 용역, 자문한 경우다.

이정수 현대글로비스 사외이사가 속한 현대자동차그룹은 2010년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법률 자문사로 김앤장을 선정했다. 김앤장은 2005년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앨라배마 공장을 설립할 당시에도 법률 자문을 맡았다. 이종백 두산건설 사외이사가 재직 중이던 2013년 두산그룹은 두산산업차량을 인수하며 김앤장을 법률자문사로 선정했다. 차동민 두산중공업 사외이사가 재직 중이던 두산중공업은 2013년 일부 사업부를 두산건설에 매각하며 유상증자에 참여했는데 김앤장이 법률자문을 했다.

▲ 김앤장과 현대자동차그룹의 관계는 소송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동아일보>가 2011년부터 2015년 6월 말까지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행정법원에 접수된 5대 그룹 민사, 행정소송 2,551건을 분석한 결과 현대자동차그룹은 총 142건 중 67건(47.2%)을 김앤장에 맡긴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행정‧노동 소송은 김앤장이 거의 전담했다. “김앤장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5건을 제외하고 현대차 조합원들의 해고 소송에서 사측을 대리해 왔으며, 올해(2015년) 2월 서울중앙지법에서 현대차 노조가 통상임금을 확대해 달라고 제기한 대표소송에서 사실상 사측의 승소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김앤장은 현대차울산비정규직지회, 현대차아산비정규직지회, 현대차전주비정규직지회 등이 제기한 근로자확인소송에서도 현대자동차그룹을 대리했다. 사진=신동준

둘째, 김앤장 출신 사외이사나 김앤장이 해당 회사 지배주주, 혹은 지배주주 일가 소송을 대리한 경우다.

박순성 현대산업개발 사외이사는 정몽규 회장이 비자금 조성, 세금포탈 등 혐의로 2006년 기소될 당시 변호인이었다. 최찬묵 대한통운 사외이사는 재직 중인 2013년 7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비자금 조성과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되자 김앤장 소속 박상길, 남기춘 변호사 등과 함께 변호인을 맡았다.

송광수 두산 사외이사, 신희택 두산 사외이사, 서석호 SKC 사외이사, 신헌수 SK가스 사외이사, 이승섭 SK증권 사외이사는 본인이 직접 변호하지는 않았지만 김앤장이 해당 회사 지배주주, 혹은 지배주주 일가 소송을 대리한 경우다.

김앤장은 2005년 박용성 두산 회장과 박용오 전 회장 등 지배주주 일가 사이에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며 비자금 횡령 등으로 형사재판을 받을 당시 두산 지배주주 일가의 재판 변호인으로 선임됐다. 김앤장은 2009년 두산의 주류사업부문 매각과 두산 인프라코어의 밥캣 인수와 관련된 법률자문도 담당했다.(송광수 두산 사외이사, 신희택 두산 사외이사)

김앤장은 2010년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재원 부회장이 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됐을 때 1심 변론을 맡았다. 보고서는 “소속 로펌이 지배주주 개인 소송을 대리하는 것 역시 이해관계로 작용할 수 있어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하고 있다(서석호 SKC 사외이사, 신헌수 SK가스 사외이사, 이승섭 SK증권 사외이사).

 

김앤장, 현대차 노동 소송 거의 전담…타 완성차 사업장과도 사외이사 등으로 연결

 

여러 대기업 중에서도 김앤장은 현대자동차그룹과 유독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가 2013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51개를 분석한 결과 김앤장 소속 사외이사가 가장 많은 기업집단이 현대자동차그룹이었다. 김원준 전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기아자동차), 신현수 전 대검찰청 부장검사(HMC투자증권), 이정수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현대글로비스), 전형수 전 서울지방국세청장(현대제철), 황정곤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이사관(현대비앤지스틸) 등 5명이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김앤장과 현대자동차그룹의 관계는 소송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동아일보>가 2011년부터 2015년 6월 말까지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행정법원에 접수된 5대 그룹 민사, 행정소송 2,551건을 분석한 결과 현대자동차그룹은 총 142건 중 67건(47.2%)을 김앤장에 맡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행정‧노동 소송은 김앤장이 거의 전담했다. “김앤장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5건을 제외하고 현대차 조합원들의 해고 소송에서 사측을 대리해 왔으며, 올해(2015년) 2월 서울중앙지법에서 현대차 노조가 통상임금을 확대해 달라고 제기한 대표소송에서 사실상 사측의 승소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동아일보>, 「현대車는 김앤장, LG-롯데는 태평양… 선호 로펌 다르네」) 김앤장은 현대차울산비정규직지회, 현대차아산비정규직지회, 현대차전주비정규직지회 등이 제기한 근로자확인소송에서도 현대자동차그룹을 대리했다.

김앤장은 현대자동차그룹 외에도 여러 완성차 사업장과 관계를 맺고 있다. 김앤장 소속 외국변호사 워터스 데이빗은 2013년부터 2년간 한국GM 전무이사, 법률고문을 지냈다. 김앤장은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 한국지엠부평비정규직지회 등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과 임금청구소송에서 회사를 대리하고 있다. 쌍용자동차도 2016년 원봉희 김앤장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이제까지 살펴봤듯 김앤장은 현대자동차그룹의 노동 소송을 거의 전담할 정도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고, 그 밖에도 여러 완성차 사업장과 사외이사 등으로 이어져 있다. 노조에서 이들 사업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노조 차원에서 김앤장에 대한 대응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3편에서는 김앤장이 소송과 자문에서 노조를 탄압하는 방식과 김앤장의 노동 담당 변호사 등을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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