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가 권력재편기를 맞아 산별노조를 배제하는 노동정책을 전면 개혁하자는 올해 투쟁방침을 확정했다. 대의원대회는 논란이 됐던 판매연대노조 가입 승인 건을 놓고 장시간 토론을 벌인 끝에 22시50분 무렵 성원 부족으로 유회됐다.

노조는 43차 임시대의원대회 1호 안건으로 ‘2017년 투쟁방침 승인 건’을 상정해 재벌 개혁, 구조조정과 노조파괴 철폐, 산별교섭 전진 등 투쟁목표를 제시했다.

▲ 김상구 노조 위원장과 오상룡 사무처장(사진 왼쪽)이 3월2일 43차 임시대의원대회를 시작하며 성원보고를 하고 있다. 제천=신동준

노조는 이 같은 목표에 따른 5대 투쟁 과제로 ▲임금개악 저지 및 임금안정성 쟁취 ▲원하청·하도급 착취구조 전면 개혁 및 비정규직 철폐 ▲노조 참여 제조업발전방안 논의·협의 체제 구축 ▲산별교섭 법제화 쟁취 및 산별교섭 교두보 확보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제도 철폐 및 부당노동행위 근절 등을 제시했다.

세부 투쟁계획으로는 대정부 투쟁, 2017 임단투 투쟁계획, 구조조정 현안 집중지원 투쟁, 노조파괴 현안 집중지원 투쟁 등을 내놨다.

 

박근혜 적폐 청산, 제도개선 담은 대정부 요구안 등 확정

노조는 아울러 박근혜 적폐 청산과 대정부·대국회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대정부 요구안을 제출했다.

박근혜 적폐청산 요구안은 박근혜표 노동개악 청산과 원상회복, 교섭권 제한과 노동조합 활동 제한 악법 폐기, 재벌특혜와 불평등 체제 청산 등이다.

대정부·대국회 제도개선 요구안에 재벌개혁 관련법 제정, 제조업발전특별법 제정, 노조파괴 근절 관련법 제정, 노동법 제·개정 등을 담았다.

중앙교섭 요구안에 산별교섭 법제화, 금속산업최저임금 1만원으로 인상, 일터괴롭힘 금지 등을 담기로 했다.

▲ 진환 경남지부 대의원이 3월2일 43차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안건에 대해 의견을 발표하고 있다. 제천=신동준

현대기아차그룹사 공동요구안으로 ▲안정 생활임금 확보를 위한 임금체계 ▲국내투자 확대를 통한 청년실업 해소 및 양질의 일자리 창출 ▲원하청 및 하도급 관계 개혁과 비정규직 정규직화 추진기구 설치 ▲자동차·철강·철도산업 발전전망 마련 추진기구 설치 ▲초기업 단위 교섭 추진안 등을 예시해 제출했다. 노조는 예시안을 바탕으로 3월16일 현대기아차그룹 지부, 지회 대표자 회의에서 현대기아차 그룹사 공동요구안을 최종 확정키로 했다.

지부집단교섭 요구안에 공민권 행사 보장 요구안을 권고안으로 담았다. 공민권 행사 보장 요구안은 조합원이 예비군 훈련 등 병역의무를 수행하거나 법원, 노동위원회 등 공공기관에 증인, 참고인 등으로 출두할 경우 이로 인해 근무하지 못한 시간 또는 일수는 근무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임금인상 요구안으로 기본급 15만4천883원(정기, 호봉승급분 제외) 정액 인상을 제출했다.

▲ 노조 대의원들이 3월2일 43차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안건에 대한 찬반투표에 앞서 재석 확인을 위해 표찰을 들고 있다. 제천=신동준

노조는 업종별 별도요구안도 제출했다. 자동차업종은 실노동시간 단축과 안정적인 임금체계 추진, 국내공장 발전전망 수립, 정년과 비정규직 철폐안 등을 요구했다. 철강업종은 총고용 보장, 노동시간과 고용창출, 외주화 금지, 비정규직 차별철폐와 원청의 사회적 책임 등을 올해 공동 요구안으로 제출했다. 조선업종은 조선소 총고용 보장, 조합과 합의 없는 분할매각·분사·아웃소싱 반대 요구를 제기했다.

대의원들은 이 같은 노조 제출안을 놓고 토론해 추가로 제출한 수정동의안을 반영한 올해 투쟁방침을 최종 확정했다.

노조는 올해 세부 투쟁계획과 관련해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라두식 대의원이 제출한 수정동의안을 반영해 비정규직투쟁본부 구성 등 2017년 비정규직 투쟁 승리를 위한 방안을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논의키로 했다.

기아자동차지부 김우용 대의원이 투쟁과제에 ‘실질임금 대폭인상’ 문구를 추가하는 수정동의안을 제출했지만, 재석 424명 중 찬성 117표로 부결됐다.

 

기업지부 한시 유지하고, 회기에 맞춰 10기 대의원 임기 변경

노조 대의원들은 이어서 ▲기업지부 한시 유지 ▲노조 대의원 임기 변경 ▲연수원 건립 목적 명시 등 규약 개정안을 심의했다.

노조는 ‘기업지부 해소는 2017년 9월까지 한시적으로 유예한다’고 규정한 규약부칙 14조를 ‘기업지부 해소는 2019년 12월까지 한시 유예한다’는 규약 개정안을 제출했다. 노조는 “2년 유예 조치를 한차례 더 결정하고 조직 전반의 발전 전망을 재수립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 노조 대의원들이 3월2일 43차 임시대의원대회에서 규약개정안에 대해 직접 비밀 무기명 투표하고 있다. 제천=신동준

아울러 10기 1년차 회계년도가 2017년 10월부터 2018년 12월까지로 바뀜에 따라 회계년도와 대의원 임기를 일치시키기 위해 규약 부칙 15조에 대의원 임기를 명시하기로 했다.

연수원 건립과 운영에 대해서도 규약 개정안을 제출했다. 노조는 교육연수원, 청소년 수련원 운영 사업을 명시하도록 규약을 개정했다. 또한 규약 부칙 16조를 신설해 연수원 건립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담보 및 대출이 필요할 경우 대의원대회 의결을 거쳐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세 가지 규약 개정 안에 대한 찬반 투표 결과, 대의원들은 395명 가운데 300명(75.9%)이 찬성해 원안을 가결시켰다.

임원 임기를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고, 부위원장 선출을 기존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바꾸는 규약개정안은 찬반투표 끝에 부결됐다. 부위원장 선출방식을 변경하는 59조 개정안은 재석 431명 가운데 찬성 196명, 임원 임기를 3년으로 연장하는 60조 개정안은 재석 431명 가운데 133명이 찬성했다.

이어 대의원들은 현대중공업지부 조합원 1만3천3백여 명 가입에 따라 사업비를 추가 편성하는 ‘추가 경정예산(안) 승인 건’과 2017년 대선 사회쟁점화 투쟁, 재벌개혁·제조업발전·노조파괴 금지 쟁취 투쟁, 2017년 임단협 승리 투쟁을 위한 ‘쟁의적립금 사용 건’을 승인했다.

 

판매연대노조 가입 승인 건 유예, 대책팀 구성해 추후 논의키로

진환 대의원 등 31명은 판매연대노조 가입 승인 건을 현장발의했다. 진환 대의원은 “‘명백히 조합의 자주적 활동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가입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에 명시돼 있다. 강령에도 ‘비정규직을 조직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며 “규약, 규정상 노조 가입에 문제가 없다”고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 3월2일 43차 임시대의원대회에서 현대자동차지부 판매위원회 대의원들이 집단 퇴장하고 있다. 대의원대회는 최종 재석 대의원 208명으로 유회됐다. 제천=신동준

대의원들은 현장발의안에 대해 장시간 찬반 토론을 진행했다. 현대자동차지부 박유기 대의원은 “판매연대노조와 판매위원회가 20년간 갈등해왔다. 판매연대노조가 가입하면 편제는 어떻게 하고, 교섭구조는 어떻게 만들지 여러 문제가 있다”라며 “TFT를 구성해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중앙위 결정을 존중해 이 안건을 유예하자”고 제안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박성용 대의원은 “삼성전자서비스지회도 파업 당시에 대체투입된 특수고용노동자 등 비정규직 외주인력과 심각한 갈등이 있었지만, 먼저 가슴을 열고 노동자로 인정하며 지금은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지회 경험을 소개했다. 박 대의원은 “상대를 먼저 노동자로 인정하는 것이 첫째, 노조로 받아들이는 것이 두번째, 소통하고 논의해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세번째”라며 “판매위원회 동지들도 가슴을 열고 금속노조 안에서 함께하면 충분히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대의원대회는 대의원들의 오랜 시간 토론 끝에도 결론을 못내고 재석확인 결과 재적대의원 700명의 과반수인 350명에 못 미치는 208명으로 유회됐다.

앞서 경기지부 윤민례 대의원 등 17명은 신분보장기금 지급기간을 기존 6개월에서 12개월, 장기투쟁기금 지급대상기간을 사유 발생일로부터 6개월에서 12개월로 연장하는 ‘금속노조 기금운영규정 개정안’을 현장발의했다. 대의원들은 중앙집행위원회, 중앙위원회에서 이 안건을 다시 논의할 것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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