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사진에 신발을 던진 노조 경기지부 하이디스지회(지회장 이상목, 아래 지회) 조합원들에게 법원이 ‘위자료 25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기숙사 사용에 대한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에 이어 법원이 또 하이디스 손을 들어주자 지회는 “법원이 자본의 편을 들며 노동자 삶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고 규탄했다.

수원지방법원은 1월24일 집회 도중 경영진 사진에 신발을 던진 지회 조합원 두 명에게 “전인수 대표이사 등 다섯 명에게 각 50만원씩 모두 250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 민주노총 경기도본부와 노조 경기지부, 손잡고, 노동법룰사무소 새날이 1월24일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 앞에서 ‘하이디스 노동자 두 번 죽이는 법원의 손해배상 판결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수원=김경훈

지회는 2015년 6월~8월 모기업인 이잉크에 공장폐쇄, 정리해고 철회 문제에 대한 직접 교섭을 요구하며 4차 대만 원정투쟁을 벌였다. 7월8일 호쇼우추안 영풍위그룹 회장 집 앞에서 집회하던 중 조합원 두 명이 전인수 대표이사 등 경영진 사진을 걸고 신발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했다. 경영진 중 다섯 명은 이상목 지회장과 조합원 두 명을 모욕죄로 고소하고, 1인당 2천만원씩 모두 위자료 1억원을 청구하는 민사 소송을 냈다.

민주노총 경기도본부와 노조 경기지부, 손잡고, 노동법률사무소 새날은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법원 판결을 규탄했다.

이상목 지회장은 “우리는 먹튀 자본에 의해 억울하게 정리해고 된 피해자들인데 투쟁하다 보니 어느덧 수십억원 손배가압류에 시달리는 가해자가 돼 있다. 이게 대한민국 사법의 현실”이라며 “끝까지 항소해 억울함을 풀겠다”고 밝혔다.

양경수 민주노총 경기도본부장은 “하이디스가 모욕을 당했다고 주장하는데 정말 모욕당한 사람이 누구냐. 땀 흘려 일한 노동자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내몰린 게 모욕 아니냐”며 “노동자를 해고한 자본이 노동자를 모욕했고 손해배상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이상목 노조 경기지부 하이디스지회장이 1월24일 ‘하이디스 노동자 두 번 죽이는 법원의 손해배상 판결 규탄 기자회견’에서 “분명 우리는 먹튀 자본에 의해 억울하게 정리해고 된 피해자들인데 투쟁하다 보니 어느덧 수십억 손배가압류에 시달리는 가해자가 돼 있다. 이게 대한민국 사법부의 현실”이라며 “끝까지 항소해 억울함을 풀겠다”고 밝히고 있다. 수원=김경훈

최종연 노동법률사무소 새날 변호사는 “정당한 의사 표현에 대한 손해배상은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 노동기본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한다”며 “대만에 모욕죄가 있지만, 총통 사진에 신발을 던지는 행위가 처벌은커녕 시위 방법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모욕죄 형사소송은 지회가 2심까지 패소해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최종연 변호사는 “사진에 신발을 던진 행위가 모욕죄에 해당한다는 판결은 전례가 없다”며 “지회는 노동조합 활동의 하나로 정당한 표현 행위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수원지방법원은 지난해 11월에 하이디스가 정리해고 이후 회사 기숙사를 이용한 조합원들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에서 회사 손을 들어줬다. 이상목 지회장은 “지금 2심이 진행 중인데도 회사가 한 조합원에게 ‘가압류한 집을 경매하겠다’는 통보서를 보냈다”며 “경매 집행 중지를 청구하고, 2심에서 법정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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