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금속노동자 150여 명이 11월10일 상파울루에서 열린 모터쇼 개막행사에서 기습 시위를 벌였다. CUT, Força Sindcal, UGT 등 세 개 브라질노총 소속 금속노동자들은 검정 티셔츠를 맞춰 입고 “닛산 노예노동 반대”, “닛산은 더러운 짓을 멈춰라”며 구호를 외쳤다. 미국 미시시피 닛산 공장의 반노조 관행과 열악한 노동조건에 항의하는 공동행동이었다.

닛산은 미시시피 칸톤에 공장을 세운 후 10년 동안 노조 가입 의향을 밝힌 노동자들을 위협했다. 닛산 칸톤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5천여 명 가운데 대다수는 계약직이다. 닛산은 노동안전 기준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극우 보수세력이 전 세계에서 노동자 권리를 말살하려는 이때, 연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브라질 금속노조(CNM-CUT) 국제국장은 공동행동 취지를 이렇게 밝혔다.

 

독일어 배워 독일 노동조합과 국제연대

브라질 금속노동자들의 국제 공동행동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초국적 기업에 맞서 국제연대를 꾀한 브라질 노동조합 운동 역사는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브라질 폭스바겐 노동자들이 노조할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벌이자 같은 기업에서 일하는 독일 금속노조(IG Metall) 조합원들이 이 투쟁을 지원했다.

투쟁은 이후 임금 인상과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투쟁으로 발전했다. 브라질 노조 지도부는 독일어를 배워 폭스바겐, 다임러 등 독일 자동차 기업의 세계 종업원 평의회(Worldwide Works Council)에 적극 참여했다. 이런 노력으로 독일과 브라질 노동조합의 긴밀한 연대가 꾸준히 발전했다.

▲ 브라질 3개 노총(CUT, Força Sindcal, UGT) 소속 금속노동자 150여 명이 11월10일 상파울루 모터쇼 개막행사에서 미국 미시시피 닛산 공장의 반노조 관행과 열악한 노동조건에 항의하는 공동행동을 벌이고 있다. 국제제조산업노조(IndustraiALL) 제공

마침내 2001년 브라질노총(CUT) 지도부가 독일 노조와 연계해 폭스바겐이 브라질에서 벌인 정리해고를 저지하는 데 성공했다. 브라질노총은 정리해고 저지 투쟁과 함께 본사와 교섭을 통해 신차 물량을 브라질 공장으로 가져와 결국 정리해고를 막았다. 투쟁 당시 독일 노동자들이 파업하자 폭스바겐은 브라질에서 잔업을 늘림으로써 생산 손실을 보충하려 시도했지만 독일과 브라질의 초국적 노동조합 동맹은 연대투쟁으로 폭스바겐의 시도를 좌절시켰다.

브라질 노동조합은 독일 노조들이 체결한 국제기준협약(Global Framework Agreement)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브라질 금속노조는 2002년 다임러의 국제기준협약을 활용해 계열사인 브라질 메르세데스에 납품하는 부품사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다임러의 국제기준협약은 자회사뿐 아니라 부품사에도 적용하게 돼 있다. 브라질 금속노조 메르세데스 조합원들은 부품사 공장에서 벌어진 국제기준협약 위반에 항의하며 파업을 벌여 메르세데스가 부품사에게 협약 이행하라고 효과적으로 압박해 노조의 힘을 강화하는 성과를 냈다.

 

초국적 기업 내 초국적 노동자 네트워크 결성 시도

브라질노총(CUT)은 브라질과 독일 양국 금속노조 간 연대를 다른 여러 나라로, 전체 산업부문으로 확장하기 위해 나섰다. 초기 작업으로 브라질노총은 네덜란드노총(FNV)와 함께 네덜란드계 초국적 기업이 브라질 내에서 자신들이 약속한 핵심노동기준을 제대로 지키는지를 조사했다. 이 성과를 바탕으로 ‘초국적 기업에 맞서는 행동 프로젝트(CUT-Multi)’를 실시해 특정 초국적 기업 안에서 조직화를 시도하는 노동조합 간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사업 초반 악조노벨, 필립스 등 네덜란드계 기업에서 시작해 점차 다른 나라 초국적 기업으로 확대해 2007년까지 27개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이 가운데 독일 화학기업인 바스프 네트워크가 가장 성공적으로 운영됐다. 브라질노총은 기업 분석 방법론을 라틴아메리카 여섯 개 나라 노조와 공유했다. 이 성과는 결국 ‘라틴아메리카 초국적 기업에 관한 연구 네트워크’ 결성으로 이어졌다.

브라질노총은 9차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초국적 기업에 맞서는 행동 프로젝트’를 세계화 대응을 위한 상설 전략으로 전환하기로 결의했다. 금속, 화학, 상업서비스, 은행금융, 식품, 가구와 건설, 섬유의류, 에너지와 상하수도, 시설관리 등 아홉 개 산별연맹이 공동으로 노동조합 네트워크를 우선 건설해야 할 104개 초국적 기업 리스트를 제출했다.

이러한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브라질노총은 영어, 스페인어 등 외국어 능력을 갖추고 브라질노총에서 훈련받은 상근자를 채용했고, 초국적 기업 사업장 노조 간부들과 해외노조 간 소통을 강화하려 노력했다. 동시에 네트워크 내 노동자 조직화 전략을 공유하는 해외 노조들과 논의를 사업계획에 포함했다.

 

초국적 기업 네트워크 결성으로 전 세계 초국적 노동자 연대의 중심에 서다

브라질노총은 브라질계 초국적 기업의 노동자 네트워크 구성에 적극 나섰다. 미국노총(AFL-CIO), 전미철강노조(USW)와 함께 브라질에 본사를 둔 초국적 기업인 발레(Vale), 게르다우(Gerdau) 노동자 네트워크를 결성했다. 이러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발레의 정리해고, 게르다우의 직장폐쇄에 맞선 공동 투쟁을 이끌어냈다.

이후 초국적 기업 노동자 네트워크 결성을 위한 연대는 스페인노총 CCOO, 프랑스노총 CGT로 확대돼 산탄데르 은행, 텔레포니카, 엔데사, 생코뱅, 르노, 푸조, 톰슨 등에서 초국적 노동자 네트워크 결성을 시도하고 있다.

브라질노총의 시도는 노동자 국제연대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과제를 제시해준다. “닛산은 브라질에서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있지만, 투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는 전 세계 닛산 공장 노동자가 함께 단결하여 투쟁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브라질 금속노동자들의 관점에 주목해야 한다.

류미경 <민주노총> 국제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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