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6월 항쟁을 뛰어넘은 촛불의 행렬이 전국을 뒤덮었다.  

11월26일 ‘박근혜 정권 퇴진 국민비상행동’(아래 비상행동)’이 주최한 ‘박근혜 즉각 퇴진 5차 범국민행동’에 헌정 사상 최대 규모인 190만 명(서울 150만, 전국 40만)이 모여 한 목소리로 박근혜 정부 퇴진을 외쳤다.

비상행동은 11월26일 18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즉각 퇴진 5차 범국민행동’을 열었다. 전국에서 모인 노동자, 농민, 빈민, 학생, 시민이 청와대에서 불과 200m 떨어진 청운효자동 주민센터부터 광화문광장, 종각, 시청, 남대문 방면까지 가득 메웠다. 이날 전국 60곳과 세계 20개국 53개 도시에서도 박근혜 정부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 11월26일 ‘박근혜 정권 퇴진 국민비상행동’(아래 비상행동)’이 주최한 ‘박근혜 즉각 퇴진 5차 범국민행동’에 헌정 사상 최대 규모인 190만 명(서울 150만, 전국 40만)이 모여 한목소리로 박근혜 정부 퇴진을 외쳤다. 서울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세종대로, 종로, 새문안로, 청와대 입구 등을 가득 메우고 촛불을 들고 있다. 신동준

 

▲ 11월26일 ‘박근혜 즉각 퇴진 5차 범국민행동 청와대 인간띠잇기’에 참여한 노조 조합원들이 청와대 옆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 길에서 촛불을 들고 박근혜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신동준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민주노총이 11월30일 박근혜 정부 퇴진 총파업에 돌입한다”며 “11월30일은 민주노총 조합원만 투쟁하는 날이 아니다. 시민들이 불복종 선언하고, 농민들은 일손을 놓고, 소상공인들은 가게 문을 닫고, 학생들은 동맹휴업으로 함께 하자”고 호소했다. 최종진 직무대행은 “민주노총은 끝까지 시민들과 함께 싸우겠다”며 “11월30일을 국민저항으로 박근혜 정부를 끝장내는 날로 만들자”고 당부했다.

최종진 직무대행은 “박근혜 정부 뒤에는 삼성과 재벌이 있다. 청년들의 희망을 꺾은 헬조선을 만든 주범이 재벌”이라며 “민주노총이 끝까지 싸워 박근혜 정부 퇴진은 물론이고 재벌 책임도 묻겠다”고 강조했다.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전봉준 투쟁단이 트랙터를 몰고 청와대로 진격하기로 했는데 경찰에 막혀 평택 시내에 멈춰 있다”며 “하지만 전봉준 투쟁단이 다시 시동을 걸고 청와대로 가겠다. 그날이 박근혜 정부가 퇴진하고 민중세상이 열리는 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등 농민들이 구성한 전봉준 투쟁단은 10월15일부터 해남과 진주 등에서부터 트랙터 30여 대와 농사용 트럭을 몰고 서울로 향했다. 이들은 11월25일 서울로 들어와 정부청사 앞에서 농민집회를 열고 청와대까지 행진할 예정이었으나 경찰이 이를 막아서면서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김영호 의장이 부상을 입고, 38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박차옥경 비상행동 상임운영위원은 “전국에서 매주 촛불이 타오르고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검찰 조사를 거부하고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공범인 재벌은 피해자인 척하고, 새누리당은 눈을 감고 있다”며 “반성 없는 모든 권력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 11월26일 ‘박근혜 정권 퇴진 국민비상행동’이 주최한 ‘박근혜 즉각 퇴진 5차 범국민행동’에 헌정 사상 최대 규모인 190만 명(서울 150만, 전국 40만)이 모여 한 목소리로 박근혜 정부 퇴진을 외쳤다. 시민들이 광화문광장에서 촛불을 나누고 있다. 신동준

안드레 동국대학교 총학생회장은 “우리는 4·19 혁명, 6월 항쟁 등 선배들이 민주화를 위해 부르짖었던 역사를 기억한다”며 “대학생이 민주화의 역사를 다시 쓰겠다. 정치권력과 재벌을 끝장내기 위한 투쟁에 앞장서겠다”고 결의했다.

이날 범국민행동에 안치환, 양희은 등 문화예술인들이 참여해 광화문광장에 모인 민중과 함께 박근혜 퇴진을 촉구했다. 안치환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개사해 “하야가 꽃보다 아름다워”라며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했다. 양희은은 시민들과 함께 ‘상록수’의 “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깨치고 나아가/끝내 이기리라”는 가사를 합창하며 촛불의 승리를 다짐했다.

시민들은 대회를 마무리하며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는 의미로 20시 정각에 모든 불빛을 끄는 상징의식을 벌였다. 대회 참가 시민들은 광화문 교차로에서 시작하는 세종대로 일대가 일시 어둠에 잠기는 장관을 연출했다.

상징의식을 마친 시민들은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했다. 시민들은 청운효자동 주민센터와 내자동로터리, 광화문광장 등에서 자유발언과 공연 등을 벌였다.

김주업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는 공무원들에게 ‘박근혜 퇴진’을 외치면 징계하겠다고 협박한다. 하지만 공무원이 국민의 봉사자라면 국민 뜻에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며 “공무원들은 11월30일 연가를 내고, 박근혜 정부 사망 선포대회를 열 것”이라고 선언했다.

취업준비생이라고 밝힌 시민은 “어느 20대는 점심을 먹지 못해 컵라면을 가방에 넣고 다니다 죽었고, 어느 20대는 부모를 잘 만나 20억원짜리 말을 타고 있다. 이게 옳으냐”며 “수많은 사람의 노력이 권력에 짓눌리지 않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 11월26일 ‘박근혜 정권 퇴진 국민비상행동’(아래 비상행동)’이 주최한 ‘박근혜 즉각 퇴진 5차 범국민행동’에 헌정 사상 최대 규모인 190만 명(서울 150만, 전국 40만)이 모여 한목소리로 박근혜 정부 퇴진을 외쳤다. 서울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우고 촛불을 들고 있다. 신동준

 

▲ 11월26일 경찰이 청와대 입구를 불법으로 막은 기동대버스차벽 앞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퇴진 등이 적힌 스티커를 붙이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신동준

경찰이 자정 무렵 해산 절차를 시작하자 대회 참가자들은 광화문으로 발걸음을 돌려 ‘1박 2일 하야가 빛나는 밤에’ 프로그램을 이어갔다.

이날 대회 참가자들은 18시 본 대회에 앞서 사전대회로 ‘청와대 인간띠잇기’를 했다. 서울행정법원이 11월25일 경찰이 낸 집회금지 통고처분 정지 결정에 따른 결과였다. 금속노조 조합원 등 민주노총 대오는 풍물패를 앞세우고 선두에 서서 사상 처음으로 청와대 앞 200m인 청운효자동 주민센터까지 행진해 집회와 시위를 벌였다.

시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들을 수 있도록 큰 소리로 ‘박근혜 퇴진’ 등의 구호를 외치며 자유 발언을 이어갔다. 초등학교 6학년인 정가연 군은 사회 교과서를 들고나와 “교과서에 ‘대통령은 정부의 최고 책임자이자 우리나라를 대표한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차디찬 바다에 무고한 생명이 희생되고 있을 때 뭘 했느냐”며 “잠시나마 당신의 국민이었던 사실에 자괴감 들고 괴롭다. 제발 내려오라”고 발언했다. 시민들은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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