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위원장 김상구)가 11월8일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간제노동자 편법사용을 받아들여 인정한 판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는 단기 근로계약 갱신을 반복하던 현대자동차 기간제비정규직(촉탁직) 노동자 부당해고를 정당하다고 본 서울행정법원 판결에 대해 “2년 이상 근무할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기간제법을 피해가기 위한 편법을 인정한 친재벌 판결”이라고 규탄했다.

서쌍용 노조 부위원장은 “현대자동차는 128억원을 박근혜, 최순실 정권에 바쳤다. 이 돈은 비정규 촉탁직 노동자들의 땀과 눈물”이라며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다. 정당한 판결이 나오도록 투쟁하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 노조가 11월8일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현대자동차 촉탁계약직 비정규노동자의 ‘근로계약 갱신대기권’을 저버린 판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조영미

기간제 비정규직인 박점환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은 현대차 울산공장 의장조립 3부에서 2013년 2월25일부터 2015년 1월31일까지 23개월 동안 일했다. 이 기간 동안 현대차는 이른바 ‘쪼개기 계약’인 초단기 근로계약을 16번 반복하다 2년이 다가오자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현대자동차는 이를 부당해고로 본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10월20일 “계약만료 통보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채용 공고 시 근무기간이 1년에서 6개월이었고 필요시 근로계약 연장이 가능하다고 알렸으며 계약직은 2년 범위에서 계약해지가 가능하다”는 현대자동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조현주 금속법률원 변호사는 “판결문조차 현대자동차는 한시적인 사유로 사용했다고 주장하나 회사가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교육기간과 채용 시기 등이 앞의 주장과 명백히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조현주 변호사는 “현대차가 지난해 12월 채용한 2천8백여 명 촉탁계약직 중 1천9백여 명은 사직, 전출 등 정규직을 채용해야 하는 자리였다. 현대차는 촉탁직 고용 2년이 되기 전 계약해지하고 그 자리에 다시 촉탁직을 채용하는 행위를 반복했다”고 폭로했다.

조현주 변호사는 촉탁직과 정규직 사이 임금수준 차이가 크지 않아 비용절감 목적이 아니라는 서울행정법원 판단에 대해 “호봉승급과 임금인상분 등 비용을 줄이고자 하는 의도”라고 반박했다. 조 변호사는 “기준과 요건을 엄격히 적용하도록 돼있는 정리해고 규정을 교묘히 빠져나가 3개월, 5개월, 6개월, 11개월 등 쪼개기 계약으로 쓰다 버릴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판결”이라며 부당함을 알렸다.

▲ 현대자동차 기간제 비정규 노동자 박점환 조합원이 1심의 부당해고 판결을 번복해 계약해지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린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을 규탄하고 있다. 조영미

강수열 노조 울산지부장은 “박근혜 정부는 노동법과 비정규직법을 개악하는 친재벌 정부”라고 비판하며 “비정규직 눈물과 애환을 풀어줘야 할 정부와 법원이 재벌 편을 들어 판결했다. 고등법원은 판결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고 경고했다.

박점환 조합원은 “재벌들은 청년일자리 창출한다면서 계속 20, 30대를 희망 고문하지만 현실은 일회용으로 쓰다버리는 기간제비정규직 일자리”라며 “나 같은 촉탁계약직 노동자들이 더 이상 설움을 당하지 않도록 앞으로 끝까지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중앙노동위원회(아래 중노위)는 지난해 7월 박점환 조합원이 낸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대해 “양측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가 형성되어 근로계약 갱신대기권이 인정된다”고 판정했다.

중노위는 이 사건에 대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계약갱신을 하지 않은 행위로 이는 근로자 보호라는 기간제법 취지를 지키지 않은 계약해지”라며 “기간제법에 따라 박점환 조합원에게 계약만료를 통보한 해고는 부당해고”라고 판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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