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피해 성과연봉제 반대‘ 공공기관 총파업

공공부분을 대표하는 철도, 건강보험 등 15개 대사업장 노조가 벌이는 ‘국민피해 성과연봉제 반대’ 총파업은 공공부문 최초 연대파업이다.

공공운수노조 등 공공부문 노조는 9월27일부터 ▲청년고용 확대, 비정규직 철폐, 낙하산 척결, 공공성 중시 평가 ▲공공기관 성과·퇴출제 강요중단, 불법 이사회 결정 무효 ▲성과연봉제 도입 인센티브 1천6백억원 전액 비정규직 예산 전환 ▲공공부문 민영화 정책 중단 등을 공동요구로 내걸고 동시파업에 들어갔다.

정부는 파업 전부터 총파업 무력화를 위해 온갖 탄압에 불법몰이까지 시도했다. 조합원들은 “불법은 정부가 한다”며 “우리 파업은 노동기본권을 지키고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정의롭고 정당한 파업”이라는 자긍심으로 투쟁하고 있다.

 

정의롭고 당당한 투쟁, 여론을 사로잡다

기차와 지하철이 멈췄지만 시민들은 “불편해도 괜찮아”라며 일간지에 <Thank you for your strike!>라는 전면광고를 내 파업노동자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이는 결코 우연한 결과가 아니다. 파업 조합원들은 사업장 안에 갇혀 있지 않았다. 조합원들은 백남기 농민 사망과 관련해 집단조문과 집회결합,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독자집회, 사망진단서 왜곡에 맞선 서울대병원분회 투쟁 등으로 이번 파업이 공공기관 조합원만의 투쟁이 아니라 전체 노동자, 민중의 투쟁이라는 자각을 높였다.

이 투쟁은 촌철살인의 논리와 재기발랄한 풍자로 총파업 전부터 각종 SNS, 지하철 역사와 언론광고 등으로 발 빠르게 퍼져 ‘공공기관 성과연봉제=국민피해’라는 여론을 주도하는 힘이 됐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공공기관 파업지지 기자회견, 청년학생들과 파업노동자 대화 등으로 공공기관 노조 파업이 ‘청년과 비정규직 일자리를 빼앗으려는 철밥그릇 귀족노조의 이기적인 파업’이라던 정부논리가 무력화됐다.

▲ 10월19일 서울 대학로에서 연 ‘노동개악 폐기, 성과·퇴출제 분쇄, 부패·불법·살인정권 퇴진, 공공-화물연대 총파업 승리 민주노총 총력투쟁 결의대회’에서 전국철도노동조합 조합원 등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성과·퇴출제 저지 총파업 승리를 결의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동준

 

10여년 동안 밀리고 깨진 투쟁의 결과

2016년 공공기관 총파업은 지난 수년 동안 깨지며 울분을 다진 결과다. 신자유주의 정권은 공공기관을 돈벌이기관으로 만들려는 민영화 의도로 노동조합 길들이기에 주력했다.

공공기관은 ‘정부 투자·출자 또는 정부 재정지원 등으로 설립·운영되는 기관’으로 해마다 법률에 따라 지정되며 정부 예산지침과 경영평가를 적용받는다.

예산지침과 경영평가 기준은 고용, 임금, 복지 등 노동조건 개악과 민영화를 재촉하는 잣대가 돼 노동기본권까지 무시한 탄압으로 국민 안전과 공공성을 위협하는 역할을 해왔다.

정부는 1월22일 노동개악 2대 지침을 발표하고 28일 공공기관 전직원 성과연봉제와 저성과자 퇴출제 실시를 위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권고안’을 확정했다. 모든 공공기관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취업규칙 일방변경, 이사회 강행 처리 등 불법 수단을 총동원했다.

 

‘국민상대 돈벌이’ 인센티브 반납, ‘비정규직 정규직기금’으로

정부는 성과연봉제 확대 지침을 조기에 이행한 기관에 추가성과급을 지급하라며 공공기관 예산집행지침까지 개정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미 인센티브 1천6백억원을 살포했음에도 9월21일 ‘성과연봉제 우수기관’을 선정해 월급의 최대 50% 추가 인센티브를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노조는 불법 인센티브 전액반납 투쟁을 벌여 9월22일 현재 30여억원을 모았고 그 외 조직들 역시 반납동의서를 제출했다. 이 돈을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에 사용할 것을 요구하며 대화를 요구했지만 정부는 불통이었다.

이 과정에서 공공운수노조는 모든 간부와 조합원 대상 교육에 총력 집중했고 조합원들의 분노도 커졌다. 공공기관 조합원은 성과퇴출제 도입으로 공공서비스가 시장화하면 돈벌이 경쟁이 극심해져 요금인상과 안전인력 감축 등 공공성이 파괴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결국 공공기관노조 역사상 최대인 철도, 건강보험, 서울지하철, 5678도시철도, 부산지하철, 한국가스공사, 국민연금, 서울대병원, 국토정보공사 등 15개 기관 노조 조합원 6만4천여명이 9월27일 총파업 돌입했다.

철도노조는 9월27일부터 지금까지 전면파업 중이며 그 외 노조들은 부분파업, 순환파업, 재파업 등으로 계속 함께하고 있다. 서울지역 지하철노조는 차등성과연봉제 중단과 성과연봉제 노사합의 후 실시에 합의해 파업 사흘 만에 복귀했다. 서울대병원은 2017년까지 성과연봉제 도입 중단에 더해 의료공공성과 비정규직 관련 사항에 합의하고 복귀했다.

 

시대의 퇴물 ‘성과연봉제’, 공공기관이 무너지면 민간으로

정부가 제시하는 성과연봉제의 첫 단계는 현행 호봉급을 기본급과 성과급으로 구성한 연봉급으로 통폐합하는 것이다. 개인별로 서로 다른 기본급 인상률을 반영해 성과에 따른 임금격차를 늘리는 한편 실적이 미진한 사람은 퇴출로 이어진다. 성과연봉제는 입사동기라 하더라도 평가결과에 따라 임금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결과를 가져온다. 필연적으로 눈치 보기, 노동강도 강화, 무한경쟁과 노조무력화를 동반한다.

협업 중심 업무체계인 공공기관에서 개인별 업무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외국의 경우 공공기관은 물론 마이크로소프트, 제너럴모터스, 어도비, 후지쓰 등 민간기업 조차 성과제를 폐지하는 추세다.

박근혜 정부는 시대의 퇴물이 된 성과연봉제를 내년 1월1일부터 공공기관에 도입하겠다고 한다. 공공기관 노사관계는 전통적으로 민간기업 노사관계의 잣대가 돼 왔다. 공공과 민간부문노조 기릴 것 함께 싸워야할 이유다.

한선주 공공운수노조 교육부실장 

저작권자 © 금속노동자 ilabo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