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운수노조와 금융노조를 비롯한 양대노총 노동자가 박근혜 정부 노동개악을 상대로 공공·금융 부문 사상 최대 규모로 투쟁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노동개혁’을 하겠다며 대대적인 언론 공세를 펼치며 성과임금제, 저성과자 해고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등을 밀어붙였다. 이 같은 정부 시도는 금속노조를 비롯해 양대노총 제조부문 공동투쟁에 막혀 실패했다.

정부는 지난해 공공부문 임금피크제를 강행한데 이어 올해 공공부문 성과연봉제와 성과퇴출제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 이에 공공운수노조 역시 투쟁대오를 정비하고 유례없는 대규모 파업투쟁으로 맞서고 있다.

▲ 9월29일 서울 여의도광장 공공운수노조 총파업 총력투쟁 결의대회에 참여한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민중의례를 하고 있다. 김형석

포문은 한국노총 공공과 금융부문이 열었다. 한국노총 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이 9월22일 서울역 광장에서 총력투쟁결의대회를 치른데 이어 9월23일 한국노총 금융노조 파업대오 3만5천여명이 서울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에 집결해 성과연봉제 일방 추진에 따른 공공성 훼손을 성토했다.

금융노조는 정부가 성과연봉제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10월 대규모 집회 개최에 이어 11월중 2차 총파업을 벌이겠다는 계획이다.

 

주력대오 공공운수…22년 만에 궤도 공동 총파업

대정부 투쟁 주력대오는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위원장 조상수, 아래 공공운수노조)이다.

9월27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한 공공운수노조는 정부가 성과연봉제와 성과퇴출제를 철회할 때까지 무기한 파업 투쟁으로 맞서겠다는 각오다.

공공운수노조는 노정교섭 요구안으로 ▲성과·퇴출제 중단 ▲성과연봉제 도입 불법 이사회 무효 ▲인센티브 비정규직 예산으로 전환 ▲민영화 중단 ▲공공기관 개혁 등을 제시한 상태다.

공공운수노조는 9월26일 철도, 지하철, 건강보험 등 산하 노조 대표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수차례 요구한 노정교섭에도 정부는 끝내 나서지 않았다. 15개 산하조직 6만3천여명이 27일 각 공공기관 시업시간을 기해 무기한 전면파업에 돌입한다”고 선언했다.

공공운수노조 산하 조직들은 9월27일 각 사업장별로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투쟁 결의를 다졌다. 28일 지역별로 ‘노동개악-성과‧퇴출제 폐기, 구조조정 중단, 사회공공성 강화 민주노총 2차 총파업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벌였다.

▲ 9월29일 서울 여의도광장 공공운수노조 총파업 총력투쟁 결의대회에 참여한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성과퇴출제 폐기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형석

공공운수노조는 9월29일 상경 투쟁에 총력을 기울였다. 공공기관 14개 사업장은 총파업에 돌입하고 상경했고 쟁의권 미확보 노조도 연가, 총회, 비번 등 총력투쟁을 전개했다. 한국노총 공공연맹까지 합세해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 본대회에는 전체 6만여명이 집결했다.

이번 궤도사업장 동시 파업은 22년 만이다. 철도, 서울지하철, 부산지하철 노조는 1994년 3월에 창립한 전국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전지협) 탄압에 골몰하던 정부가 같은 해 6월 철도노조의 전신인 전국기관차협의회(전기협) 농성장을 침탈하자 즉각적이고 격렬한 파업 투쟁을 벌였다. 여기에 더해 이번 총파업에는 5678도시철도노조와 철도시설노조가 가세했다.

 

서울 지하철에서 들려온 승리 소식, “서울시는 달랐다”

공공운수노조 파업 투쟁은 3일차인 29일까지 계속 확대됐다. 1일차에 10개 사업장 5만4천여명 규모이던 파업대오가 2일차에 13개 사업장 5만9천여명, 3일차인 29일에 14개 사업장 6만1천여명으로 늘었다.

공공운수노조 17만 조합원의 총력 투쟁은 서울에서 먼저 결실을 맺었다. 서울시 지방공기업인 서울지하철과 5678도시철도는 9월29일 성과연봉제 도입 여부는 노사합의로 결정키로 하고 저성과제 퇴출제 등 성과와 고용을 연계하는 제도는 시행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 9월29일 서울 여의도광장 공공운수노조 총파업 총력투쟁 결의대회에tj 공공운수노조 조상수 위원장은 “정부가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경우 성공적인 파업 1주차 진행에 이어 2주차로 넘어가 파업 장기화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조상수 위원장 등은 29일 상경투쟁 이후 논의를 거쳐 10월에 투쟁을 이어갈 것임을 밝혔다. 김형석

공공운수노조는 “서울시는 달랐다”며 서울시 집단교섭이 성과·퇴출제 파업 해결책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했다.

금속노조는 이 같은 공공운수노조 투쟁에 연대파업으로 화답했다. 현대기아차그룹사는 지난 9월21일 대표자회의에서 28일 집중총파업을 벌이고 민주노총 주최 지역집회에 결합키로 결정했다. 28일 현대차지부가 4시간, 기아차지부가 2시간 파업을 벌이는 등 전국에 산재한 현대기아차그룹사가 공공부문 노동자 투쟁에 결합했다.

국제 노동계도 공공기관 파업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국제운수노련(ITF) 스튜어트 하워드(Stuart Howard) 사무부총장을 비롯한 국제공공노련과 국제운수노련 대표단 10명은 9월26일 방한해 기자회견, 국회의원 간담회, 집회 참석 등을 이어가며 파업투쟁에 힘을 실었다.

이들은 9월28일 국회에서 ‘해외 공공노동자 성과연봉제 경험’ 간담회를 열고 “호봉, 기술, 자격 기준은 많은 장점을 가진다”고 소개하고 “성과주의 임금체계는 기대와는 달리 동기부여, 공공서비스 개선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아 국제적으로 퇴조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은 “호봉제가 한국에서만 존재하는 갈라파고스 규제”라는 정부 주장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번 투쟁이 정부가 성과·퇴출제를 중단하지 않는 이상 ‘무기한’ 총파업임을 강조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조상수 위원장은 “정부가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경우 성공적인 파업 1주차 진행에 이어 2주차로 넘어가 파업 장기화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조상수 위원장 등은 29일 상경투쟁 이후 논의를 거쳐 10월에 투쟁을 이어갈 것임을 밝혔다.

저작권자 © 금속노동자 ilabo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