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명세표를 한 번도 받아본 적 없어요”

월급명세서도 출근카드도 없다고 한다. “월급은 그냥 통장으로 입금해 줬죠”라고 말하고 쳐다보신다. 전날 일하고 있는데 사장이 오더니 추석 전까지만 일 하라며 해고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 퇴직금은 받을 수 있는지, 예전에 일이 없다고 회사 지시로 2주간 쉬었는데 월급에서 말도 없이 까인 2주치도 받을 수 있냐고 물어본다.

회사가 쉬라고 해서 쉰 건데 왜 월급에서 마음대로 공제하는지, 해고가 된다니 그 2주치 못 받은 게 가장 억울했던 거다. 해고가 되면 몇 개월 치 월급을 더 받을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 동료 2명도 같이 해고통보를 받았다고 얘기하셨다. 그래서 몇 가지 이야기를 해드렸다.

“우선 사장님한테 가셔서 왜 해고를 하냐고 물어보세요. 일 계속 하고 싶다고 하시고요. 몇 개월 치 달라고 돈 이야기부터 하시면 안돼요”하고 보내드렸다.

2)

거리상담은 한 달에 두 번 점심시간에 진행한다. 자동차 정비업체가 모인 곳에서 한 번, 지하철 2호선 성수역 근처 제화공원에서 한 번 진행한다. 금속노조 서울지부 동부지역지회, 서울동부비정규노동센터 지역 노동단체들이 함께 한다. 녹색병원과 성동구 보건소에서 나와 건강검진도 한다.

사방이 트인 장소에서 안정적인 상담 하는 게 쉽지 않다. 점심시간에 누가 볼 줄 알고 ‘노동상담’이라고 쓰인 플랑 아래서 맘 편히 궁금한 걸 물어보겠나? 갑자기 회사를 그만 두라고 한다던가, 회사가 도산위기인데 임금과 퇴직금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거나, 비정규직 후배가 너무 안쓰러워 대신 상담 온 정규직 선배 노동자들도 있었다.

찾아온 노동자들에게 바지락을 나눠주고, 노동법 수첩과 물티슈도 나눠준다. 커피도 한잔 씩 드린다.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겐 주로 명함을 드린다. “우린 노동법 적용 못 받아요” 답할 땐 안타깝고 화도 난다. ‘상담’이란 핑계로 이런저런 사연을 가진 노동자들을 만나는 거다.

3)

어르신 한분이 상담부스 앞을 지나가시다 되돌아와 질문하신다. 반주 한잔 하신 모양이다.

“이거 뭐 하는 겁니까?”

“노동상담 하는 거예요. 임금 못 받거나 해고 당했거나, 일 하시면 궁금한 건 다 물어보셔요”

“일 자리 소개도 해 주나요?” 뭐든 시키면 잘 하는데“

결국 그 분께 적당한 도움을 못 드리고 그냥 보내드렸다. 옆에서 보고있던 동료가 무슨 얘기를 그리 오래하느냐고 대화 내용을 물어봤다.

“응, 월남 다녀오셨다고. 당신들이 열심히 일 해 나라 발전하고 민주화가 됐는데, 요즘은 써주는 곳도 없고 그나마 하는 일도 돈이 별로 안돼서 힘들다고 하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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