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 발레오만도, 만도, KEC, 보쉬전장 등 대표 노조파괴 사업장들에게 공통점이 하나 있다. 복수노조 제도의 허점을 노린 사용자가 어용노조를 이용해 민주노조를 탄압하고, 파괴했다는 사실이다. 

사용자가 어용노조를 만들어 저지르는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노동위원회가 최초로 휴면노조 해산을 의결했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아래 경기지노위)는 8월10일 대창노동조합 휴면노조 해산 의결에서 사용자의 지배·개입 사실을 인정했다. 노조 경기지부 대창지회(지회장 나일권, 아래 지회)는 9월21일 의결서를 받았다고 전했다.

오 모 대창노동조합 위원장은 4월20일~21일 나일권 지회장을 만나 “우리 회사에 오래전부터 페이퍼 노조가 있었던 것을 알지 않느냐”며 “(회사에서) 이름만 올려놓고 서명만 하면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 노조 경기지부가 지난 7월13일 시화공단 대창 정문 앞에서 지부 파업을 벌이고 총파업 투쟁 승리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아이레이버> 자료사진

김 모 대창노동조합 사무국장도 7월15일과 7월21일 이 모 지회 조합원과 대화에서 “인사총무 부서 직원이 불렀고, ‘할 거는 없고 그냥 이름만 올라가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가입서류를 가지고 오지는 않았다”고 발언했다.

경기지노위는 오 모 위원장과 김 모 사무국장의 발언을 인정해 “(대창노동조합 조합원들은) 대창 인사총무 부서 관계자의 요구에 따라 형식적으로 대창노동조합에 가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경기지노위는 대창노동조합 임원들에 대해 “노조법이 정한 정당한 임원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창노동조합은 2014년 4월15일 임시총회를 열어 오 모 위원장, 김 모 사무국장, 이 모 회계감사를 선출했다고 주장했다.

경기지노위는 ▲조 모 조합원이 위원장 외의 임원을 모른다고 답변했고, 오 모 위원장이 총회 장소를 정확히 답변하지 못하는 점 ▲전임 위원장이 후임 임원 3명을 지명한 후 직접‧비밀‧무기명투표를 통해 임원을 선출한 사실은 매우 이례적인 점 등을 들어 “실제 임시총회를 했다고 보기 어렵고, 직접·비밀·무기명 투표 절차를 통해 임원을 선출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박주영 금속법률원 노무사는 “회사가 만든 페이퍼 노조는 형식적 임원이 있을 수밖에 없다. 형식적으로는 휴면노조 해산 의결이지만, 내용을 보면 노동조합이 자주성과 민주성이 없어 휴면노조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속노조 법률원은 “이번 의결로 복수노조 창구단일화제도를 악용해 페이퍼 노조를 만드는 부당노동행위를 확인했다”며 “노동부는 대창에 대한 특별감독을 실시하고, 이 같은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이번 의결이 나온 뒤 “대창이 아직도 노동조합 활동 보장, 임금, 산업안전에 대한 요구를 무시하고 형식적으로 교섭에 나오며 시간만 끌고 있다”고 규탄하고 “휴면노조와 노무법인 컨설팅을 앞세운 노조탄압, 시간 끌기에 대해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지회는 4월19일 설립하며 대창에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대창은 “대창 노동조합과 맺은 단체협약 유효 기간이 남아 있다”며 교섭을 거부했다. 지회는 휴면노조를 앞세운 단체교섭 거부는 부당하다며 시흥시청에 휴면노조해산진정을 제출했다. 시흥시청은 경기지노위에 해산 의결을 신청했다. 지회는 8월16일부터 노동조합 활동 보장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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