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시흥시 정왕동에 있는 (주)대창. 각종 황동봉 제품을 가공하느라 큰 소리가 나야할 공장은 적막했다. 노조 경기지부 대창지회가 8월16일 공장 정문 앞에 천막을 치고 259명 지회 조합원들이 전면 파업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공장이 참 크죠. 3만평이 넘는 공장이라 둘러보려면 시간이 꽤 걸립니다. 조합원들이 공장 여기저기 흩어져있을 때 모두 모으려면 시간이 꽤 걸리죠.”

대창지회 조합원들이 후문에서 지회 천막을 세운 정문 쪽으로 안내하며 공장을 소개했다. 대창은 황동봉 제조분야에서 대기업인 풍산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회사다. 축구장 열네 개 크기의 공장부지에 거대한 설비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대창의 공장은 금속을 녹이고 변형해 완제품을 만드는 현장이라 위험하다. 지난 8월6일 회사가 대체근로에 투입한 사무직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불행한 사고가 벌어졌다.

압도적인 조직력이 무기다

대창지회는 지난 8월16일 오후부터 전면 파업을 벌이고 공장 정문 앞에 천막을 쳤다. 경기지부 조합원들이 8월17일 파업을 하고 대창 공장으로 달려와 지회의 투쟁을 응원했다. 전면파업과 천막농성은 4월부터 시작한 회사와 줄다리기를 끝내야 한다는 판단을 담아 지회가 던진 승부수다.

▲ 나일권 노조 경기지부 대창지회장이 8월19일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대창 공장에서 전면파업, 천막농성을 시작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시흥=김경훈

나일권 대창지회장에게 회사의 반응을 묻자 답답함을 호소했다. “대창이 지회를 인정하고 교섭을 제대로 하면 문제가 없다. 노무사에게 교섭을 위임하고 시간 끌기로 버티기 때문에 문제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나 지회장은 “시간을 끌면 끌수록 사측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한다면 크게 잘못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나일권 지회장은 “지회는 대창에 최소 주 2회 교섭과 일괄제시안을 요구했다. 지회 요구의 핵심은 노조 인정이다. 전임자와 지회사무실을 내놓고 지회와 현안을 두고 허심탄회하게 얘기하자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나일권 지회장은 “조합원들이 이번 투쟁에 나서며 결의를 단단하게 했다. 생산현장의 거의 모든 노동자가 지회 깃발 아래 뭉쳤기 때문에 회사가 갈라치기나 분열공작을 해도 통하지 않는다”며 “지난 4월 지회 출범할 때 현장 노동자 전원이라고 할 만한 인원이 가입했다. 회사가 이 의미를 깊게 생각해야한다”고 꼬집었다.

김용세 대창지회 사무장은 “지회의 파업은 막무가내 파업이 아니다. 회사를 망하게 하려는 노동자가 어디있나? 회사가 소통도 안 하면서 책임을 노조에 전가하고 교섭을 회피하기 때문에 결국 지회가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일 년 이상 버틸 준비 마쳤다

대창지회 농성장은 회사 본관이 보이는 정문 앞 공터에 있다. 한여름 뙤약볕을 얇은 천막으로 가리고 강한 열풍을 선풍기 몇 대로 밀어내야 하는 열악한 환경이다. 노조 조끼와 챙모자를 갖춰 입은 조합원들이 흐트러짐 없이 천막 주위를 지키고 있었다.

나일권 지회장은 “지회 조합원이 260여명이다. 10명 정도로 조를 짜서 농성을 벌인다면 한 달에 한 번 순번이 돌아온다. 조합원들이 지치지 않고 즐겁게 싸울 수 있도록 지회가 여러 가지를 준비했다”고 소개했다.

김용세 사무장은 “대창이 시간을 끈다면 지회는 지구전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 일년은 너끈하게 지치지 않고 싸울 수 있는 준비를 끝냈다”며 “현장 조합원이 많기 때문에 십시일반으로 싸운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 이미 모든 조합원들이 이길 때까지 싸운다고 각오했다”고 밝혔다.

▲ 김용세 대창지회 사무장이 8월19일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주)대창 공장에서 “회사가 시간을 끈다면 지회는 지구전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 일년은 너끈하게 지치지 않고 싸울 수 있는 준비를 끝냈”고 강조하고 있다. 시흥=김경훈

지회는 휴면노조 해산결정 이후 회사의 결단을 요구하며 활동반경을 넓혔다. 지회 조합원들은 안산지역 선전전과 집회는 물론이고 계열사 노동자들에게 노조를 만들어 함께 권리 찾기에 나서자고 촉구하고 있다. 대창은 서원, 에쎈테크 등 인천과 당진, 안산에 있는 각종 제조업체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김용세 사무장은 “대창지회가 생기자 계열사 노동자들이 혜택을 봤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웃었다. 대창이 대창지회가 생기자 행여라도 계열사에 노동조합을 만들자는 움직임이 퍼질까봐 알아서 임금을 올려줬다고 한다.

김용세 사무장은 “회사가 일시적으로 임금 올려주고 노동조건 개선할 수 있다. 올라간 임금수준과 노동조건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노동조합의 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년 6개월 준비했다

대창의 노동자들은 10년 일해도 최저임금에 가까운 임금을 받고 있다. 대창의 임금인상률이 법정 최저임금 인상률보다 낮다보니 시간이 지나면서 최저시급에 대창 노동자들의 임금이 따라잡혔다. 대창의 노동자들은 낮은 임금 때문에 잔업, 특근에 목을 매야했다. 삶의 질은 떨어지고 업무상 재해가 늘었다.

대창지회를 건설하고 한 달 만에 260여명이 가입한 원인은 노동조합이 임금을 올리고,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올린 임금과 권리를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힘이라는 사실을 현장노동자들이 공감했기 때문이다.

김용세 사무장은 “대창에서 만드는 황동제품을 제조업에서 많이 쓴다. 자동차 밸브, 엔진 부품, 전선, 전자전기 부품 심지어 볼펜심까지 황동으로 만든다”며 “경영상 큰 문제만 없다면 대창은 흑자가 나는 구조의 회사다. 회사 사정은 누구보다 노동자가 잘 안다. 대창은 이제 노사상생을 고민해야 할 때다”라고 덧붙였다.

나일권 지회장은 “대창지회를 띄우기 위해 1년 6개월 동안 경기지부에서 교육 받으며 철저하게 준비했다. 준비한 시간과 노력이 아까워서 꼭 이기겠다. 제대로 노조활동 해 보겠다”며 “경기지부 동지들의 응원과 지원이 아깝지 않았다는 걸 승리로 증명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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