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끼 500명, 쌀 180kg, 김치 120kg, 컵라면과 물은 셀 수도 없어요. 아침은 보통 03시에 일어나서 준비해요. 오늘은 연대 동지들이 많아 02시에 일어났죠. 집에 못 가니 정작 우리 집에 먹을 게 없어서 애들하고 남편은 고추장에 밥을 비벼 먹고 있지만 가족들이 응원해 주니 힘이 나요. 날도 덥고 불은 뜨겁지만 동지들이 밥 먹는 걸 보면 힘들지 않아요.”

8월11일 새벽 3시 30분, 이른 시간부터 노조 충남지부 갑을오토텍지회(지회장 이재헌, 아래 지회) 조합원과 연대 동지들의 아침을 준비하는 김순이 조합원의 말이다. 김순이 조합원은 “대형전기 밥솥 여덟 대에 네 번, 모두 서른두 대 분을 해야 한 끼 양을 맞출 수 있다”며 분주하게 아침밥을 지었다.

‘빨간 장화조’. 기존 식당 소속 조합원 일곱 명과 현장 여성조합원이 조를 이루고 스스로 정한 이름이다. “원래 식당에서 장화를 신고 일합니다. 지금은 투쟁 중이니까 머리띠 색깔에서 따와 조이름을 정했죠. 덥고, 힘들고, 지쳐도 이번에 노조파괴 뿌리를 뽑아야죠.”

▲ 8월12일 갑을오토텍지회 ‘빨간 장화조’ 조합원들이 ‘노조파괴 분쇄, 민주노조 사수 금속노조 확대간부 1차 결의대회’를 마치고 온 조합원들에게 저녁식사를 나눠주고 있다. 아산=김형석

‘빨간 장화조’ 소속 식당 조합원들은 갑을오토텍지회 조합원이면서도 그동안 투쟁에 동참하기 어려웠다. “작년부터 투쟁에 결합했어. 회사가 미쳤어. 사람을 때리면 안 되지. 사람을 때리는 걸 보고 어떻게 가만있어.” 오늘 아침 메뉴인 된장국에 넣을 두부와 파를 연신 잘라대며 신영애 조합원이 투쟁에 합류한 이유를 설명했다. 식당에서 23년 근무한 신영애 조합원은 올해 60세로 내년 정년을 앞두고 있다.

갑을오토텍 정문 옆, 경비실 뒤로 돌아가면 지회 조합원의 식사를 책임지는 천막 식당이 나타난다.

“냉장고가 없어요. 날이 더우니까 뭘 하지도 못하고 시설이 이러니…… 가족대책위원회와 연대하시는 동지들이 반찬을 조금씩 갖고 오세요. 그래도 인원이 많으니까 늘 부족하죠. 커피, 간식, 컵라면이 부족해요.”

갑을오토텍지회 농성장은 한낮에 가만히 앉아있어도 온몸에 땀이 흐른다.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아내지만 역부족이다. 밥과 국, 김치와 반찬을 모두 한 그릇에 담으니 무슨 국이든 결국 김칫국이 된단다.

“조합원들과 연대 동지들이 잘 먹는 모습을 볼 때 보람 있어요. 투쟁은 밥심이에요. 먹어야 투쟁도 하죠. 갑을오토텍지회 노조파괴 저지 투쟁에 우리 ‘빨간 장화조’가 핵심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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