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 통영, 고성의 조선소에서 요즘 하청노동자들이 줄줄이 해고되고 있다. 조선소가 부실해진 것은 경영진 잘못인데 그 고통은 노동자 중에서도 가장 힘없는 하청노동자들이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하청의 재하청인 물량팀 노동자들은 해고 절차도 필요 없이 그냥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하면 그걸로 끝이다.

실업급여 참 받기 어렵다

하루아침에 일터에서 쫓겨난 물량팀 노동자들은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실업급여조차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통계를 보면 정규직의 고용보험 가입률이 82.4%인데 비정규직은 42.5%밖에 되지 않는다. 게다가 전체 실업자 중 실업급여 받는 사람의 비율은 37%에 불과하다. 결국 비정규직 실업자 10명 중 1.5명만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 고용보험에 가입하고도 왜 실업급여를 못 받을까? 흔히 알고 있듯 ‘자발적 퇴사’의 경우 실업급여를 못 받는다. 또한 실직 전 18개월 동안 총 180일 이상 고용보험에 가입했어야 한다. 기준이 이렇게 까다롭다 보니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이 적다.

그런데 자발적으로 퇴사하면 실업급여를 못 받는 것이 당연할까?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발적 퇴사자라도 3~4개월의 유예기간을 둔 뒤 엄격한 구직활동과 직업훈련에 응한다면 실업급여를 지급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게 합리적이다.

액수도 적고, 기간도 짧고

실업급여 받기도 어려운데 그 금액이나 기간도 생계를 유지하기 턱없이 모자란다. 급여액은 실직 전 임금 50%밖에 안 된다. 기간도 90~240일에 불과하다. 복지제도가 잘 돼있는 나라들과 비교하면 그 격차가 매우 크다. 독일은 실직 전 임금의 60%를 180일에서 720일까지 지급한다. 스위스는 실직 전 임금 80%를 260일에서 520일까지 지급한다. 덴마크는 실직 전 임금의 90%를 730일 동안 지급한다. 더구나 이런 나라들은 실업급여를 못 받더라도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실업부조’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실업부조 제도가 전혀 없다.

서울시가 실업부조 일환으로 청년들에게 청년수당을 주겠다고 하자 오히려 정부가 반대하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실업급여 금액을 실직 전 임금의 70%로 올리고 지급기간도 실업부조를 포함 최대 2년까지 대폭 늘리자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의 실업급여 개악시도

정부와 새누리당은 오히려 실업급여 제도 개악에 나섰다. 받는 금액을 실직 전 임금의 60%로 높이고 지급기간을 120일에서 270일까지 30일 더 늘린다니 더 좋아지는 것 같다. 하지만 새누리당 개악안의 핵심은 실업급여를 받는 기준을 더 까다롭게 하는 것이다. 현재는 실직 전 18개월 중 180일 동안 고용보험에 가입했어야 한다. 이를 실직 전 24개월 중 270일 동안 가입해야 하는 것으로 강화한다고 한다. 실업급여 하한액은 1일 43,416원에서 38,592원으로 낮춘다. 결국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고령노동자 등 저임금노동자들이 큰 피해를 보게 된다.

국가의 실업 예산 대폭 확대해야

지금의 실업급여는 받을 수 없는 사람이 너무 많고 최소한의 생계유지도 어렵다. 자발적 퇴사자들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해야한다. 그리고 실업급여 금액은 대폭 올리고 기간도 대폭 늘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많은 돈이 필요하다. 그 돈은 국가가 부담해야한다.

하지만 실업급여를 충당하는 고용보험기금 거의 대부분은 회사와 노동자가 낸 고용보험료다. 정부의 일반회계 전입금은 0.54%에 불과하다. 2016년 정부 예산 384조 원 중 실업 예산은 5조원이다. 정부는 노동자 자르는 구조조정 비용에 10조, 20조 원씩 쏟아 부을 것이 아니라 그 돈을 실업 예산을 대폭 늘리는데 써야한다.

이김춘택 / 거통고 조선소 하청노동자 살리기 대책위원회

저작권자 © 금속노동자 ilabo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